[무안신문] 우리군 결혼이민자가 가장 많은 베트남이민자들의 삶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서두에서도 말 했듯이 우리 군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민자는 300여명이 된다.

베트남은 결혼 적령기가 19~21세로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결혼적령기처럼 나이어린 신부들이 이민을 오게 된다. 반면, 남편들의 연령은 90%정도가 40대 결혼적령기를 놓친 총각들이다.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가정형편은 어렵고 결혼은 해야 하고 대부분이 직업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소농인이다.

그래서 농촌총각들이 우리 문화와 여성들 성향이 비슷한 베트남을 택해서 국제결혼을 한다

70년대 우리나라 간호사와 광부들이 돈벌이를 위하여 3년 계약을 하고 서독으로 떠났듯 대부분 베트남 처녀들은 결혼이라는 명제하에 친정을 돕기 위하여 한국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한국가정의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가 않다.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우선 우리말과 문화를 배워야 한다. 최소한 3년은 배워야 기본적인 언어와 문화 습득이 가능하지만 아이출산과 더불어 공장이나 시간제일자리 등 수입원이 될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으로 시집가면 친정집 생활비와 동생들 학비를 보내는 게 쉽다고 생각했던 이민자들은 우선 한국정착이 중요하고 또 출산에 임하고 가정생활에 매달리다 보면 우리 언어공부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민자 가정이 넉넉한 형편이 않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결혼이민자 가정의 생활 상태를 보면 3~40%정도는 남편이 수입원이거나 농업에 종사하면서 분가한 가정, 혹은 시부모님 모시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외의 가정은 남편이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직업 없이 그냥저냥 살아가다보니 결국 이민자들이 그 가정의 수입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수입원으로서 생활을 하는 경우를 들여다보면 우선 친정집에 생활비며 동생들 학비를 보낸다. 그리고 현재 가정의 가계비용으로 사용한다. 물론 한 가정에서 누가 돈을 벌든 상관이야 없겠지만 이민자들이 국제결혼에 임하면서 대부분은 남편 될 사람들이 처가의 생계를 도와줄거라는 기대심리는 입국을 하면서부터 깨지고 만다.

베트남 이민자들은 나이가 매우 어리다.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주변 환경은 늘 그들을 찬 서리밭으로 내몬다.

대부분 이민자 가정에서는 7~80이 넘은 시어머님이 계시다. 그 시어머님들은 어렵고, 가난했던 시대에 호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살았다. 그러니 그 시어머니들 눈에 겨우 스무살 가량인 어린 며느리가 맘에 들리 없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멍청하다하고 더운 지방에서 왔으니 동작이 느리고 맵고 짠 음식은 안 먹고 여름이면 덥다고 허벅지가 훤히 들러나는 바지를 입고.....

시어머니들이 새색시 적엔 감히 상상이나 해봤던 일인가?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스무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는가. 그럼에도 우선 며느리라는 점에서, 또 누구의 아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이런 자유는 주어질 수 없는 게 우리네 농촌의 현실이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에서 막히고 남편과의 연령차 때문에 대화가 안되고 시어머니와 세월의 차이 때문에 불화가 생겨 차곡차곡 쌓여 결국은 심각한 가정 문제가 되어 한꺼번에 터지고 만다. 그러다 보면 간혹 가정폭력이 생기고 이를 견디다 못해 1년이면 2~3명이 무단가출을 하기도 한다. 이민자가 가출을 하면 하나같이 어떤 X하고 바람이 나서 나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진다.

왜 가출을 했을까는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생각을 안 한다.

우리는 우리 문화가 자연스러우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이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이겠는가?

이런 중간에서 센터가 중간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은 세세한 부분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남편이 정말 내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이민자들을 이해한다면, 또 시부모나 시댁 가족, 이웃들이 이들에게 조금만 더 마음에 정을 주고 다독여 준다면 이 먼 곳 까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온 이민자들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민자들은 자기들이 힘들게 살았던 친정도 돕고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잘 살기 위하여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내 자신의 처지가 불편하다고 해서 모든 잘못을 이민자들에게 떠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어린 신부로 이곳까지 온 이민자들이 잘살기 위하여 열심히 생활을 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또 아이들도 예쁘게 키우려 노력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외로움을 타는 그들에게 우리의 따뜻한 말 한 마디, 손길 하나가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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