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올겨울 5차례 AI 발생…사상 최대피해
닭·오리 20만마리 살처분…오리 10마리 중 2마리 매몰

● 닭·오리농가 길게는 100일 동안 입식제한에 농가 타격
● 매몰지 주변 관정 수질기준 초과로 2차 오염피해도 발생
AI 차단 위해 겨울철 오리 ‘사육 휴식제’ 검토 필요

[무안신문]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토착병으로 굳어지면서 오리·닭 사육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예년의 경우 AI가 대부분 겨울철에 발병했다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종식됐지만 한 여름까지 발생하고 있어 ‘토착질병’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4년에는 7월까지, 2015년에는 6월까지 AI가 지속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국내에서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어 ‘토착질병’으로 자리잡아가는 단계로 분석하고 있다.

올 겨울들어 전남지역은 지난해 11월 AI 발생 후 5개월 동안 사육중인 오리 10마리 중 2마리가 땅에 묻힌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전남지역 10개 시군에서 36건의 AI가 발생, 116농가에서 213만 8000마리 가금류가 살처분(오리 122만8000마리, 닭 85만 마리) 매몰됐다. 보상금 지급 규모만도 169억원으로 추산된다. 피해가 커진 것은 AI 발생농장을 포함해 주변 500m, 또는 3㎞ 안에 있는 116농가 213만8천 마리 닭, 오리가 살처분이 원인이다.

시군별로는 나주 11건, 강진 5건, 무안 5건, 장흥 5건, 해남 4건, 영암 2건, 구례 1건, 장성 1건, 진도 1건, 곡성 1건 등이다. 전국적으로 10개 시,도에서 383건이 발생, 946농가에서 3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한편, 현재 전남에서는 161농가에서 244만300여 마리 오리를, 327농가에서 1천988만8천400여 마리 닭을 사육 중이다.

◆ 무안, 올겨울 5차례 AI 발생

무안지역은 올 겨울 들어 다섯 차례 AI가 발생해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닭·오리 20만 마리가 매몰됐고 농가들은 길게는 100일 가까이 입식을 제한받아 경제적 피해도 컸다.

무안군은 2013년까지 AI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 이었다. 그러나 2014년 6월 현경면 현화리 육용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같은 해 10월 현경 해운리 육용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오리 2만5,240마리가 살처분 됐다. 2015년 1월엔 일로읍 감돈리 소재 육용오리농장을 시작으로 일로에서만 3농가에서 발생해 오리 6만6,950마리가 묻혔다.

한 동안 잠잠하던 AI는 올 겨울 들어 급속이 늘었다. 지난해 11월18일 일로읍 의산리 육용오리농장에서 발생, 40일령 2만1,700수를 살처분 했고, 3km 이내 오리농장 30일령 1만1,500수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했다. 이어 지난 3월10일 몽탄에서 발생, 1만마리의 새끼 오리가 살처분 됐으며, 5일 뒤 15일에는 일로읍 지장리 육용오리농장에서 발생해 이 농장은 물론 인근 500m이내 3곳의 농장에서 11만500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다. 올 겨울 들어 닭오리 15만9천마리(닭 7만수 포함)가 살처분돼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안겼다.

◆ 반경 10Km 입식제한 피해 키워

문제는 AI로 인한 살처분 피해도 크지만 발생농장 반경 10km에 해당돼 입식제한을 받는 농가들이 대부분이어서 경제적 피해를 키웠다. 1월에 발생한 AI로 무안지역에선 전체 닭오리 사육 93농가의 80%인 75농가가 두 달까지 입식제한을 받다가 지난 2월27일 27농가(나주 동강방역대), 3월9일 48농가(망운방역대)가 입식제한이 해제됐다.

하지만 입식제한 해제 하루만인 3월10일 몽탄에서 AI가 다시 발생했고 5일 뒤 일로까지 번지면서 또다시 40일 이상 입식이 제한돼 몽탄방역대 28농가와 일로 방역대 30농가 등 58농가로 입식이 제한 됐다.

방역당국은 30일 후 반경 10km 이내 전체 농가에 대해 AI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경우 입식을 허용한다.

◆ 전남도 5월말까지 방역대책 지속

전남도는 지난 3월 29일 이후 AI 추가 발생이 없자 지난 8일 방역지역 25곳을 모두 해제하고, 위기경보단계는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농장에 대한 재입식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닭, 계란, 오리 등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오리 입식과 관련 전남도가 방역점검은 물론 축사 환경 시료에 대한 AI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이를 승인하고 있는 등 재입식 규정을 강화한 것이 그 원인이다.

AI가 발생한 36개 농장 가운데 재입식이 완료된 곳은 첫 발생농장인 해남 산이면 산란계 농장(5월 12일 입식 완료) 단 1곳에 불과하며, 지난해 11월 18일 발생한 무안 일로읍 육용오리 농장 등 5곳은 입식시험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도는 특별방역대책 기간인 5월 말까지 방역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AI 방역대책상황실이 오리농가 ‘시·군 입식승인제’를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 AI 발생하면 닭·오리 농가만 ‘피눈물’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보상비용은 매년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사육농가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계열화된 가금류 사육업계에선 가금류 소유주인 계열회사는 손해가 없다.

국내 오리 사육농가의 90% 이상은 계열화 농장이다. 오리고기를 가공·판매하는 국내 유명 기업들로부터 새끼오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40일쯤 키운 농장들이 해당 기업에 다시 넘기는 구조다. 사육농장들은 사실상 오리 소유주인 기업들로부터 마리당 1,600원가량의 사육 수수료를 받는다. 다솔, 사조화인코리아, 정다운, 성실 등 도내 가금류 축산 90%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들이다. 특히, 닭과 달리 오리는 대부분 계열화 농장이기에 계열사들의 무관심 또는 방역상의허점이 가장 큰 발병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처럼 AI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진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축산 방역당국의 ‘명령’에 따라 살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거부할 수 없다. ‘관리지역(발생농장 500m 이내)’, ‘보호지역(500m∼3km 이내)’, ‘예찰지역(3∼10km 이내)’으로 구분, AI가 발생하면 발생농장 500m 안은 살처분 된다. 이때 사육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40일가량 키운 오리를 기준으로, 산지 도매가격을 적용해 마리당 5천원가량 살처분 보상금이 책정된다.

하지만 AI가 직접 발생한 농가는 방역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를 삭감해 지급한다. 삭감된 보상비는 고스란히 농가 손해로 돌아간다. 오리의 실소유주는 계열회사이기 때문에 살처분 보상비는 계열회사로 지급되고 회사는 그동안 들어간 사료값, 병아리값 등 제반비용을 모두 제하고 나머지만 농가에 지급한다. 회사는 오리를 가공해 판매하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한다고 하지만 생산과 관련해서는 모든 책임이 사육대행을 하는 농가에 집중된다는 것.

특히 한 농장에서 AI 발생횟수가 늘어나면 살처분 보상금이 더 줄어드는 구조인데다 일정기간 입식이 안돼 계열회사는 위험이 큰 발생 농가를 버리고 다른 농가를 찾아 계약을 체결하면 그만이다.

◆ 2차 오염피해…매몰지 주변 관정 수질기준 초과

AI 발생으로 인해 매몰된 지역 인근에 대한 2차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AI로 인해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접어두고라도 매몰지 주변에 대한 수질 검사에서 초과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국립환경과학원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AI가 발생한 전남지역 가금류 매몰지 150곳의 인근 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25곳이 수질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이 나왔다. 이에 전남도가 25곳 관정을 대상으로 2차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나주 5곳, 무안·영암 각각 1곳 등 7곳이 기준치를 초과해 이곳 관정에 대해 사용을 중지시켰다. 이들 지하수는 질산성질소의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대장균이 검출됐다.

질산성질소는 동물의 사체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무안군의 경우 첫 검사에서 관정 18곳을 조사한 결과 현경면 농업용수용 관정 1곳이 질산성질소 기준(20㎎/L)을 초과해 27㎎/L가 검출됐다. 이곳에 대한 2차 검사도 질산성질소가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에 전남도는 2014년∼2015년 AI로 생긴 가축 매몰지에 대해 5월말까지 소멸처리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멸처리는 가축을 살처분한 곳을 열처리, 퇴비화 작업한 뒤 평탄화하는 것을 말한다.

◆ 가금류 휴지기제 검토 필요

AI 차단을 위해 겨울철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닭·오리 ‘사육휴지기제’ 적극 검토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가 겨울철 오리 사육을 일시 중단하는 ‘사육휴식제’ 도입 검토에 들어가 관련 농가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AI중복 발생지 등에 대해 일정 기간 사육금지를 하는 ‘가금류 휴지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AI가 집중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철새도래지 주변 등에 대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닭과 오리 사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강제 사육금지로 인한 농가 피해 보상이다. ‘가금류 휴지기제‘ 도입에 대해 오리 및 토종닭, 육계 농가들은 수익 감소 등을 우려해 일단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농가의 실소득을 보상하는 방안이 문제이다. 지난 2016년 1월 처음으로 AI중복발생 오리농가에 대한 미입식 손실보상을 시행한 경기도 안성시는 시비를 확보해 오리 1마리당 평균소득 671원의 70%인 500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에 전남도는 책임방역(등록제, 표준계약서 사용, 살처분 매몰비용 부담), 계열차량 위반시 사용자 병행 조치, 동절기 가금사육 휴지기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AI 위기경보 단계가 현재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총 4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앞으로는 농장 발생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해 발생 초기부터 민·관·군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해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 발령 권한을 현행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도지사에게까지 확대하고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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