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세월호 선체가 3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 24일 인양됐다. 2014년 4월16일 깊고 차가운 어둠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지 1천74일만이고, 시험 인양 착수 3일만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악마의 세월호 모습은 녹슨 세월만큼이나 길었는데도 ‘엄마·아빠 바라기’들의 침몰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나게 했다.

세월호에 갇혀 참사한 304명의 유가족은 그 동안 끊임없이 선체 인양을 요구했다. 그런데 왜 그 긴 시간 동안 인양을 못했을까?. 대통령의 탄핵 이후 거짓말처럼 빠르게 추진된 것에 비추어 볼때 버틴 것인지 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헛돈 세월을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304명의 희생자 중 하늘로 가지 못한 단원고 학생 4명과 교사 2명, 일반 승객 3명 등 9명은 그 긴 시간을 한 서린 영혼으로 남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바닷 속에서 버텨 왔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 마음고생은 오직했으랴. 참사 당시 세상을 금방 바꿀 듯 힘을 보탰던 국민들의 열망이 조금씩 식어가는 상황에서도 유가족들은 추운 겨울을 두 해나 팽목항에서 보냈다. 부모는 죽으면 양지녘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엄마’라서 절대 포기할 수 없어 1천74일을 눈물로 보낸 기다림과 한숨 소리를 바다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인양에는 더 이상 앙탈조차 바다는 부리지 못했으리라. 인양 기간 동안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고, 그 거세던 물살도 숨을 죽였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해 초겨울에 아내와 찾은 팽목항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아무 말도 못한채 한참을 멍하니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방향만 쳐다봤었다. 팽목항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죄책감에 시선조차 돌리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배회하다 돌아왔었다. 그 또래의 아들 녀석이 있었기에 그들에게 부모로써 어른으로써 미안했기에 꼭 한번은 들러 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 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토록 학수고대했던 세월호 인양이 되면서 탐욕과 은폐, 거짓과 무책임, 무능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우리 아이들이 왜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살아 있는 국민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이 나라. 진실이 밝혀져 국민을 저버린 국가에 대한 책임을 규명해 불신을 치유해야 한다. 가슴이 새까맣게 탄 유가족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침몰 원인 등 실체적 진실 규명이 돼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를 끝내 못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당시 행했던 행동이 죄악이었다는 것도 깨우쳐 주어야 한다.

검찰은 침몰 원인으로 선사측의 무리한 선체개조, 과적, 조타수의 조타미숙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각종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온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참사 당시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정부의 지속적인 방해(?)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한 채 미완으로 끝났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한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관련법 제·개정에 따른 국회의 역할과 5월 대선에 임하는 각 당 후보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참과 거짓을 가리고 죄를 묻는 일에 대한 감시 또한 온 국민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그들에 대한 우리 미래의 희망이 된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기다림은 언제나 가혹하다. 끝내는 텅 빈 가슴으로도 견디는 법을 배워 기다림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상실 뒤엔 희망의 기다림이 있음을 알게 된다.

며칠 전 지난 2월 군에 입대한 아들 녀석의 훈련소 수료식에 다녀왔다. 그 녀석이 세월호가 잠기던 2014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고만한 애들이 날개도 펴지 못한 채 부모와 이별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간뒤 아주 먼 천상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오늘 아침 승달산을 쳐다보며 겨우내 속살을 드러낸 산이 움트는 새싹들로 새살을 돋아내는 모습을 보았다.

최영복 시인의 ‘우리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의 시를 전재해 본다.

하늘이 열리고/ 무지개 빛이 내려오면/우리 천상에서 다시 만나자/이승에서 주고 더 주지 못한/사랑이 있어 가슴 아리면/이별도 없으니 상처도 없는/천상에서 그 사랑을 꿈꾸자/서로 바라보다/ 아파서 마르도록 흘린 눈물/우리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아픈 눈물은 보이지 말자/우리 다시 만나면 단 하루를 살 것처럼 후회없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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