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다더라” 식생활 서구화…지난해 개인 62.9㎏ 소비
쌀재고 183만t, 적정수준의 2.3배…전남 쌀도 재고량 52만4천t
보리와 밀, 잡곡류, 콩류 등 기타 양곡 소비량은 늘어

정부, 논 조성 신규사업 중단 …올해 300ha 타작물 전환

‘농도’ 전남 위상 ‘흔들’…‘생명산업·식량안보’ 인식 확대 시급

[무안신문=편집부] 식생활 서구화와 쌀 대체재의 다양화로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쌀이 천대 받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풍년으로 쌀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소비량은 급감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85년에는 한 사람이 한해 128.1㎏의 쌀을 소비했지만 지난해는 62.9㎏으로 떨어졌다. 보통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공깃밥 2그릇도 먹지 않는다. 대신 보리와 밀, 잡곡류, 콩류 등 기타 양곡의 한해 소비량은 8.8㎏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밥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면서 오는 2024년 쌀 소비량은 51kg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kg 감소하면 1만ha 내외의 벼 재배면적이 축소된다.

결국 정부가 쌀 과잉생산을 억제하고 넘쳐나는 재고쌀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쌀 재배면적 축소 등 대대적인 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쌀 농사를 주기반으로 한 농도 전남의 위상이 크게 위축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쌀이 남는다는 이유로 농지 축소보다는 식량안보를 위해 일정 규모의 농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70년 80.0%에 달했던 곡물자급률은 1980년 56%, 1990년 43.1%로 하락했고, 2009년 29.6%, 2013년 23.3%까지 떨어진 뒤 2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 쌀 재고 누적 =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432만7천t이다. 2009년(492만t)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전남지역은 지난해 86만t의 생산량을 기록했고, 한해 평균 82만t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이 쌀 생산이 늘고, 소비는 줄다 보니 양곡창고마다 쌀이 수북이 쌓여가면서 지난 2월 기준 국내 쌀 재고량은 183만t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남지역 쌀 재고량은 52만4000t.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의 2.3배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쌀 소비량을 397만t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된 쌀 중에서도 35만t은 또 초과물량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가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외국서 들여와야 하는 쌀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천t에서 2014년 40만9천t으로 늘었다.

◆ 정부, 벼농사 농지 축소, 농도 전남 위기 = 정부는 최근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구조적 과잉생산방지를 위한 논 조성 신규사업을 중단하고,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묵은 쌀을 가공용이나 가축사료로 활용하는 수급안정대책을 내놨다. 2013년 쌀 10만t을 쌀 가공업체에 할인 공급하고, 2012년 쌀은 배합사료 원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79만9천㏊이던 벼 재배면적을 올해 76만9천㏊로 3.8% 줄여 쌀 생산량을 390만t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전국 지자체에 쌀 수급균형과 적정재고 달성을 위한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했다.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은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전남지역을 포함한 전국 벼 재배면적을 지난 2015년 79만7천㏊에서 2018년 71만1천㏊로 줄이고, 쌀 재고량 역시 2015년 163만톤에서 2018년 80만톤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남도는 지난달 말까지 전남지역 22개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작목전환 신청을 받고, 올해 302㏊ 규모의 벼 농사를 검정콩과 율무 등 잡곡류와 토종작물 등 2가지로 대체토록 했다.

하지만 쌀을 재배하는 벼농사 재배면적 축소는 쌀 농업기반을 악화시키고 쌀 농사를 주기반으로 한 ‘농도(農道)’ 전남의 위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감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보리와 밀이 값싼 외국산에 밀려 도태됐던 것처럼 벼농사 기반도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보리나 밀과 달리 벼는 주력 식량이라는 점에서 식량 주권을 외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재고 쌓인 미곡처리장들 줄도산 위기 = 미곡종합처리장은 수확기 농가에서 내놓는 벼의 70%가량을 흡수해 정부의 수매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로 국내 쌀 유통의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는 미곡종합처리장은 224곳이다. 농협 소유가 149곳이고, 민간 시설은 74곳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 RPC의 57%, 민간 RPC의 5.4%가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벼를 비싸게 사들여 헐값에 파는 일이 반복되면서 해가 갈수록 적자가 불어나고,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농협의 벼 매입단가는 표를 얻어야하는 조합장들이 조합원(농민) 눈치를 봐야하다보니 민간시설보다 비싼 값에 벼를 사들이는 일이 되풀이 된다.

문제는 올해 생산할 벼를 새로 사들이려면 늦어도 9월까지 재고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단가보다 낮은 시세에 덤핑으로 벼를 내놓는 경우도 흔하다.

한편, 정부는 RPC의 통폐합과 규모화를 통해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다.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6개 등급(A∼F)으로 분류한 뒤 최하위인 F등급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를 통해 과거 330여개에 달하던 RPC 가운데 30%가량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에 따라 무안RPC와 북신안(지도)농협RPC, 압해농협RPC가 통합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우후죽순 브랜드 쌀 200여개 = 전남도는 전남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역별로 브랜드 쌀을 육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남쌀의 품질 고급화를 위해 13개 시군에서 추천한 브랜드쌀을 대상으로 10대 고품질 브랜드쌀을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농협·민간 RPC의 개별 브랜드를 포함해 전남지역에 약 200여개의 브랜드 쌀이 생산판매되고 있다.

이들 브랜드 쌀은 특정 브랜드 쌀을 제외하고 지역 대형할인점 등 유통 시장에서 소비자 선호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브랜드쌀에 대한 통합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미질이 다르고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아 전남 쌀 기반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남 쌀 브랜드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기능쌀과 친환경쌀을 중심으로 전남도를 대표할 수 있는 통합 브랜드 등을 육성해 위상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타지역 쌀보다 낮은 가격대 판매 = 전국 쌀 유통시장내에서 전남쌀은 높은 미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지역 쌀보다 낮은 가격대에 판매되는 등 홀대를 당하고 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장흥·강진·영암)이 지난해 발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전남 쌀은 타지역 쌀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가격차이도 컸다.

무안군 농협의 ‘고향의 향기미’는 10㎏ 기준 2만5천원인 반면 여주군 농협의 ‘여주 대왕님표 쌀’은 3만4천500원에 판매됐다.

◆ ‘쌀 생명산업, 식량안보’ 인식 제고 절실 = 전남은 쌀 생산량이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쌀 농사에 대한 비중이 큰 지역이다.

때문에 쌀에 대해 ‘생명산업’이라는 인식과 식량안보라는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쌀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이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밥을 기피하는 경향도 높다.

쌀을 재배하는 논 역시 생태계 보전 기능과 환경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경제적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쌀을 단순한 주식이기 이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식량 안보의 보루로 꼽는 이유다. 특히 흉년 등 곡물파동이 일어날 경우 식량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만큼 단순히 벼 농사 면적을 줄이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농가소득을 보존해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생산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 쌀 가공산업 확대를 = 전남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능성쌀과 친환경쌀 등 고품질 쌀을 중점으로 생산, 쌀 가공산업 등을 확대해 판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정식 대체식품 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4천33억원 규모 가정간편식 소매시장에서 가공밥은 판매액 비중이 약 48.8%(1천969억원)을 차지해 가장 많이 팔렸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 구조와 식생활 변화로 지난 2008년 9천509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가공밥의 경우 국산 사용 비중이 높아 쌀 소비에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학교급식 등 판로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전남쌀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전국 브랜드로 부상하기 위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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