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고령화 자연사망 후 빈집으로 전락…무안군 지난해말 빈집 455동
폐가 경관 해치고 사고 위험…사유재산 때문에 철거 어려움 지자체 ‘골머리’
‘농사짓기 어렵다’ 잡초밭 전락…귀농·귀촌인 임대사업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나의 살던 고향’ 노래도 세월을 더하면서 산업화 속에 희미해져 가는 모양세이다.
전국 농촌에 방치되고 있는 폐가나 흉가들이 늘면서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폐가가 오래 방치되면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사건·사고의 온상이 되며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 경관을 해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보조금까지 주며 쓸레트 지붕 철거 및 빈집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유지라는 명분하에 주인 협조없이는 철거가 어려워 그대로 방치해 두면서 흉물이 되고 있다.
더구나 농어촌 지역 고령화는 농사짓기 어려운 논밭농사까지 포기하면서 야산과 인접한 논밭들이 잡초로 우거져 농촌은 더욱 흉폐화 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100여 가구를 유지했던 마을 상당수는 고령 노인들만 남아 이들이 사망하고 나면 빈집으로 전락, 농촌의 마을 공동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마을가구가 점점 줄고 있고, 산업화로 인해 마을도 크게 변해 어린시절 추억 현장조차 사라져 향우들이 고향 방문을 기피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무안은 현재 남악을 제외한 경우 9개 읍면 고령화는 28%에 이를 만큼 초고령사회를 걷고 있다.        (편집자주)

◆ 농촌 폐·흉가 증가

지자체의 정확한 폐·흉가 통계는 없다. 무안군은 2015년말 현재 455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무안군은 2005년부터 빈집철거 사업을 시작, 2013년까지 매년 25동씩, 2014년부터는 매년 50동씩 철거해 2015년 말 현재까지 총 325동의 빈집을 철거했다. 올해도 동당 120만원씩 총 50동을 철거하고, 앞으로도 매년 50채씩을 철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촌에 폐가가 많이 발생하는 데는 이농 현상으로 인구가 줄고, 주택 개량 과정에서 기존의 집을 두고 다른 터에 집을 짓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하고 나면 관리하지 않아 발생하는 빈집도 많다.

무엇보다 마을이 소규모화 되는 데는 농촌 인구의 도시로 이농 때문이다. 한번 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고향으로 귀농하지 않고 대도시에서 정착하면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는 귀농·귀향자들에게 빈집 알선을 해 주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그렇다고 이들 빈집을 철거하려 해도 사유지 관계로 철거도 쉽지 않고, 소유주와 연락이 두절되거나 투기성으로 구입한 농어가도 많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비 후 토지 지목이 빈 집터(나대지)로 바뀌면 세율이 높아지는 것도 철거를 기피하는 이유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통계연감 등을 분석한 결과 1960년 13만1936개에 달했던 전국의 농어촌 마을이 2014년 9만9875개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무려 3만2061개 마을이 ‘폐촌’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되면서 고향마을이 자취를 감춰 ‘제2의 실향민’까지 생겨나고 있다.

◆ 농촌 경관 해치고 사건·사고 위험 커

폐·흉가는 사람 손이 닿지 않아 풀이 자라고 시설 일부가 무너지면서 경관을 해치거나 붕괴 우려를 낳는다.

특히, 도심 속 폐가(빈집)는 흉물스럽기도 하지만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더구나 빈집은 청소년 탈선 등 각종 범죄 발생 및 범인 은닉 장소로도 이용된다. 때문에 경찰은 관할 구역 내 방치된 공·폐가에 대한 일제수색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매년 폐가를 조사하여 철거하고 있고, 건물 소유주나 관리인이 폐가 철거지원금을 신청하고 스스로 철거해야 하지만 이를 방기할 경우 농촌의 빈집은 조금만 지나도 잡초가 자라는 등 미관을 훼손한다”면서 “재산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기 싫지만 철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 고령화로 인한 자연사 ‘미니마을 전락’

농어촌 마을의 공동화 현상은 전국적으로 어디나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가구 20호 미만인 ‘미니마을’이 전국에서 3천 곳을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어촌의 과소화(過疎化, 미니 마을)마을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농어촌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마을 과소화 현상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5년 동안 미니 마을이 1000개 정도 늘어 전체 3만6496개 행정리 가운데 8.5%인 3,091개를 차지했다.

전남지역 미니 마을도 지난 2005년 505곳(7.7%)에서 2010년 780곳(11.7%)으로 늘어 전북(1027곳)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11.7%에 달해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더구나 마을전체가 10가구에도 못 미치는 ‘초미니 마을’도 많고, 마을단위 규모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아예 자취를 감춘 폐촌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마을 가구가 줄고 있는 데는 젊은층의 이농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가 주 원인이다. 젊은 층이 설령 있다한들 다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 전남지역 출산율이 전국 1위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줄고 미니마을로 전락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은 탓에 사망률도 높아 전남에서는 지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보통 농어촌 마을의 가구당 인구 수가 1.5명인 점을 고려하면 30가구 미만 소규모 마을 인구 수는 50명이 채 안되는 셈이다.

◆ 도농교류 단절 ‘심각’·기초생활 여건 ‘열악’

농어촌의 인구 과소화 현상은 읍·면 소재지 주변보다 오지마을을 중심으로 과소·공동화 현상이 급격히 악화했다. 과소화 마을은 농업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경제 구조를 갖췄지만 자매결연, 체험 관광, 농림 마을 소득 기반이 약하면 인구 유출이 불가피해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어 있다.

소규모 마을은 회관 신축이나 증개축, 상하수도 시설, 진입로 등 다양한 기반시설 확충에서 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정주여건이 더 열악해지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곧 노인들이 대부분인 과소화마을이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삶의 질과 주거환경까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서비스 취약마을은 교육(학교 등), 학원, 의료, 문화복지 등이 마을에서 15분 이내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 70%이상인 마을을 통칭한다.

◆조례제정, 귀농·귀촌인들에게 임대사업 활성화 필요

귀농·귀촌인에게 빈집을 빌려주는 시책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무안군은 폐·흉가 철거 보조금을 지원해 경관을 개선 중이다. 철거를 희망하는 소유자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빈집 정비사업으로 폐가 등을 처리하고 있다. 1년 이상 살지 않고 방치된 주택의 노후도, 위치 등을 고려해 철거 대상을 선정한다.

전북 순창군은 농촌 빈집을 수리해 귀농·귀촌인에게 5년 동안 장기 임대하는 ‘둥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예비 귀농인들의 가장 큰 애로였던 주거 문제와 경관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전남도도 같은 이유와 목적으로 매매·임대 가능한 빈집 정보를 조사해 예비 귀농·귀촌자에게 제공한다. 빈집 매매 활성화도 필요하다.

◆ 대안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시장·경제 논리는 작은 농어촌 마을의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마을의 소멸로 인해 고유의 가치와 문화가 사라지면서 지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주거환경과 의료복지 개선 등 3농(三農) 정책은 이농을 줄이고 귀농, 귀촌을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이다. 특히, 과소화 마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기능의 확충 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과소화마을은 일반마을에 비해 절대적인 가구 수가 부족해 도농교류를 비롯한 마을 단위 공동체 활동을 추진할 동력이 약하다”면서 “개별마을 차원으로만 과소화 마을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복수의 마을들을 연계해 공동체 기능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농어촌 마을 리모델링 등 하드웨어 분야의 신규 사업 추진 방안도 절실하다.

최근 개별 마을 단위로 소득 및 도농교류를 위한 공동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과소화마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선 공동시설은 유지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수단 도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주거 부문 사업의 확대 추진을 골격으로 하는 농어촌 마을 리모델링 등 신규정책 사업 발굴이 모색돼야한다. 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한 생활환경 정비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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