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간 친밀도 약화…가족 전반 주류의 가치관 가족주의 약화
“부모부양은 가족 책임”…1998년 90%→2014년 32%로 낮아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사회의 책임’ 인식은 2%→52%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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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문=편집부]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가족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어 놨다.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는 우리 전통사상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

효(孝)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가족주의가 약화하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이 지난 10수년간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생각이 1990년대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은 사회 전반 주류의 가치관이 됐다.

지난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부양환경 변화에 따른 가족부양특성과 정책과제’(김유경 보사연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부양의 책임자’가 가족이라는 인식은 1998년 조사대상의 89.9%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14년에는 31.7%로 크게 줄었다.

반면 사회 혹은 기타(스승, 선후배 등)가 부양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은 1998년 2.0%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1.7%로 절반을 넘어섰다.

◆ 부모 부양 장남에서 가족 전체로= 가족 중에서 부모부양을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확 달라졌다.

장남에게 부양의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1998년 22.4%였지만 2014년에는 2.0%로 낮아졌다. ‘아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 역시 7.0%였던 것이 1.1%로 줄었다. 대신 ‘자녀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15.0%에서 24.1%로 올라갔다.

보고서는 이처럼 부양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달라진 원인으로 1인가구의 증가와 가족해체의 심화를 들었다.

◆ 가족주의 약화= 1인가구의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0년 23.9%로 늘었고 반면 확대가족(3세대 이상 거주)은 그사이 12.5%에서 6.2%로 감소했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비중은 75.0%에서 66.6%로 감소한 대신 사별·이혼 가구는 각각 14.8%에서 19.0%로 늘어나는 등 가족주의가 약화됐다. 자녀와 부모가 동거하는 비중은 1998년 49.2%에서 2014년 28.4%로 줄었다.

◆ 부모와 자녀 친밀도 약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도 점차 하락했다.

보사연의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 부모와 전화 통화하는 사람의 비중은 휴대전화 등의 보급으로 1998년 74.5%였던 것이 2004년 79.5%, 2008년 79.1%, 2011년 83.6% 등으로 높아졌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72.9%로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부양관은 효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부양에 집중됐지만, 가족주의 약화와 소가족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족부양이 감소하고 국가·사회에 의한 공적 부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부양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정서적 부양은 가족이 담당하도록 공적 부양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고령층의 고용을 개선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노후준비지원 프로그램을 내실화해 노부모의 경제 상황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부모 부양비 월 평균 35만원= 한국인들은 10명 중 6명꼴로 부모를 부양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월평균 지출액은 35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액은 20대가 가장 높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제적 부양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컸지만 부양 비용은 낮아졌다. 즉 20대는 부양하는 경우가 적었지만 일단 부양을 하면 부모 부양에 사용하는 비용이 컸다. 반대로 60대는 부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출하는 비용은 적었다.

부모 중 한명 이상이 생존해 있는 경우 20대의 18.3%, 30대의 52.8%, 40대의 71.1%, 50대의 79.3%, 60대의 71.0%가 각각 경제적 부양을 하고 있었다.

전 연령대의 월평균 부양 비용은 34만8천원이었다. 20대가 43만5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40만3천원, 40대 34만1천원, 50대 32만8천원, 60대 15만원 등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작았다. 부양 비용은 장남 47만6천원, 차남 이하 33만9천원, 장녀 28만7천원, 차녀 이하 26만6천원으로 아들이 딸보다 부담하는 금액이 큰 편이었다.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사람의 48.4%는 ‘부양 비용의 부담’이 부양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부모를 자주 찾아뵙고 가사를 돌봐드려야 하는 부담’(18.2%), ‘부양으로 인한 직장 및 사회생활 제약’(8.6%), ‘부양으로 인한 형제 자매간 갈등’(8.1%) 등도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한편, 설문조사는 ‘부모부양에 대한 인식태도 및 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작년 8~9월 전국 20~64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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