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자리에 개업 그리고 또 폐업…악순환
3명중 2명은 한달에 순익익 200만원도 못 벌어
무안읍 중앙로 상점 지난해 10여곳 문 닫아
무작정 창업과 소비자 대형 마트 선호 등 원인

[무안신문=편집부]한국경제가 장기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지역경제도 수년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역경제의 바탕이 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은 매년 폭락을 거듭하며 농가소득이 줄고 있다. 벼랑끝으로 내몰려 아사직전에 놓여있는 치킨집이나 음식점, 옷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개업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못 버티고 옷 가게를 접고 나간 빈점포에 같은 종류의 업종이 들어오지만 수개월만에 또 폐업을 하고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들어서는 식으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도 내수부진으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음하고 있고, 지역 건설업체 역시 대형 건설공사가 끊기면서 하청이나 소액 입찰을 받아 겨우 사무실을 운영해 나가는 처지가 다반사이다.

무안읍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요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무안읍 중앙로 200미터 남짓한 골목상권에는 옷가게만 10여곳이 넘는다. 여기에 인근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매점들이 생겨나면서 경쟁력까지 약해져 어려움은 더 커져가고 있다. 허탕치는 날이 부지기수이고 찾아오는 손님이래야 하루 종일 2∼3명에 불과하다. 기껏 몇만원 짜리 옷이 팔리는 게 전부다. 때문에 가게 임대료와 하루 종일 켜고 있는 전기요금 내기에도 벅차다.

A씨는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순수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아 가게를 오픈했다보니 원금은 고사하고 이제는 이자 빚 막는데도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빚을 얻어 써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식당을 수년째 운영해 온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손님이 줄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는 것.

B씨는 “연말연시에는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단체모임이 즐비하지만 매상이 예전 절반도 미치지 못 한다”면서“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어 술을 먹는 수량이 줄고 모임도 일찍 끝나 매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식당들의 불황은 읍·면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저녁 8시면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다보니 스산하기까지 하다. 술을 마시더라도 직접 사다 먹는 경우가 많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여간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건설업도 불황 속에서 대형 사업들이 없다보니 하청이 고작이다. 겨우 사무실 운영을 해 나갈 정도여서 생활비를 보태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한다. 입찰을 받아도 크지 않는 액수다 보니 인건비 건지기 식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이들 입찰이나 하청일이라도 하는 기업들은 그래도 낳다. 건설업 면허를 내 놓고 1년 동안 겨우 소액 입찰 1∼2건 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폐업하고, 업종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지만 특별히 잘되는 장사나 또 시작하려고 해도 돈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임대료 등 부채는 자연발생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A씨는 “요즘 같으면 차라리 노는 게 돈을 번다고 할 정도”라면서 “제 때되면 봉급 나오는 월급쟁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지난해 60~70여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무안읍 중앙로 점포 10여곳이 문을 닫고 ‘임대’ 글자를 붙여 놓았다.

◆ 자영업자 3명중 2명 한달에 200만도 못 벌어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수는 562만1천명으로 2년전 574만7천명에 비해 12만6천명(2.2%)이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2004~2013년) 자영업자의 생존률은 16.4%(국세청 자료)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영업으로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만 4천600여개의 음식업소가 문을 닫았다. 폐업은 아니지만 거의 아사직전인 휴업업소 1만8천500여개를 포함할 경우 2만3천여곳이 넘는다. 이는 2013년 휴폐업 업소 2만여(폐업 4천300·휴업 1만6천)곳보다 3천여곳이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 70%는 장사 밑천 5천만원으로 가게를 차렸다가 망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이 최근 10년간 가계소득 증감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영업자의 연간소득은 2천72만원으로 근로소득자 3천74만원의 67%에 불과했고 연수익이 2천만원 미만인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자영업자 3명중 2명이 한달에 200만도 못벌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은 개업 2년안에 문을 닫는 업소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자영업자의 대출금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른바 빚을 내 점포를 냈지만 벌어서 월세도 못내는 가게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액은 235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26조2천억원 증가하는 등 해마다 증가폭이 늘고 있다.

이처럼 장사가 안돼 폐업이 잇따름에도 자꾸 자영업에 손을 뻗는 것은 퇴직자들이 근무경력으로 마땅히 재취업할 곳이 없다보니 퇴직자 65%가 편의점이나 치킨점 같은 생계형 창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급하게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반해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도 자영업자들을 고사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 가계소득 100만원 중 빚 갚는데 24만원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주는 소득의 30.6%를 빚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 상환 비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 12월21일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은 24.2%로 전년(21.7%)보다 2.5%p 증가했다. 가계가 100만원을 벌었다면 24만원은 원금이나 이자 상환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갚아야 할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952만원으로 전년(830만원)보다 14.6%p 급증한 반면 처분가능소득은 연간 3819만원에서 3924만원으로 2.7%p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종사상지위별로는 자영업자가 3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타(무직) 27.3%, 상용근로자 21.5%, 임시ㆍ일용근로자 17.2%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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