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남 발행인
[무안신문]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억울한 영령들이 꽃으로 피어난 듯 올해 벚꽃은 유난히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졌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았다. 국민들은 1년 전 이맘 때 아무것도 해 줄수 없었던 자신의 무능과 정부의 무능에 대해 한탄했었다. 자식을 둔 부모라서 더 없이 유가족들에게 미안했고, 눈물을 흘린다고 한들 내 설음일 뿐, 유가족의 가슴에 박힌 피멍의 한을 씻어주진 못했다.

배가 침몰하는 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악마의 말만 믿었다가 결국 절망과 원망으로 바뀌면서도 그들은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사랑’ 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떠났다.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그들에게 우리는 용서받지 못한 죄인들이 됐던 것이다. 때문에 이날을 기억해 ‘진실이 규명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던 살아 있는 자들의 1년 전 다짐은 아직도 한걸음 진척도 못한 채 청소년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가르쳐 주지 못하는 죄를 짓고 있다.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진도지역 21개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별로 추모시와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는데 성역없는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고 한다.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진실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학생은 팽목항을 가보고 싶어도 유가족들에게 교복 입은 자신을 보이면 죄가 될까봐 가지 못한다고 해, 이 나라 정치를 하는 분들에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 거짓말공화국에서의 새삼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잔인한 4월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 요구마저 불법시위로 몰아버리는 요즘, 이 나라 실세들의 ‘요지경 거짓말공화국’ 막장 드라마가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유류품에서 나온 ‘성완종리스트’에 적힌 전·현직 실세 8명이 펼치는 거짓말 진실게임이 가관이다. 국민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도 진실을 감추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결국 지난 20일 자진사퇴를 표명했다.

이들 리스트 8명 모두는 한결같이 성 전회장과는 친분이 없다고 일갈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의혹이 제기된 순간부터 성 전 회장과 인연이 없다고 했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만약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총리직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내놓겠다”는 초강수 결백도 주장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성 회장의 다이어리에 20개월간 23차례 회동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결국 오락가락 거짓말 해명이 신뢰감만 상실한 채 자신사퇴에 이르게 됐다. “사정을 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정을 하고 있다”는 성 전 회장의 말처럼 총리 취임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자원외교비리·대기업 비자금 사건, 공직기강 확립 등을 진두지휘해 왔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정치적·도덕적 명운을 건 그들만의 입신을 위한 거짓말 생존게임을 보면서 정치는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성 전 회장 다이어리에는 2013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성완종리스트’ 전·현직 실제 8명과 만난 시간·장소 등 62차례 회동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인연 없다“ 고 한다. 오즉 했으면 자살로 진실을 규명해 보고자 했을까 하는 망자의 죽음이 이해될 듯도 싶다. 불리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의 속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위선적인지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분명한 것은 죽어 말이 없다고 한들 ‘산자가 망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천명했다. 박근혜대통령은 “부정부패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 말들이 무슨 사건만 발생하면 의례껏 나왔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진실성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슨 일만 터지면 화두를 던지고 해외 순방길에 오르는 박대통령의 행보도 국민들은 곱지 않게 보는 부분도 많다.

이번에도 이들 실세들의 거짓공화국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고 세월호 참사의 날인 16일 용기있게 남미로 떠나 27일 돌아온다. 이렇게 되자 거짓말공화국 주연 배우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라를 도맡는 꼴이 됐다가 이 총리의 자진사퇴로 국정운영 서열 세 번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주일여 국정을 책임지는 상황까지 됐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국민을 이렇게 무시할까도 싶어진다.

기억에 남은 책의 한 소절이 생각 난다

“로마의 한 황제가 국민들을 개혁시키겠다고 하고 개혁하지 않는 국민들은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당연히 환영했다. 다음날부터 개혁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죽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변해 개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개혁된 사람들도 죽음의 대상이 됐다. 황제의 눈에는 전혀 변해 보이지 않았다. 매일매일 개혁을 빙자해 죽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민심은 흉흉해 졌다.

그리고 황제가 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황제는 “세상의 모든 국민은 변했는데 자신만 변하지 않은 시각으로 국민들을 바라보다 보니 모두 변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국민에게 용서받을 때는 늦었다.”

정부가 외치는 정치인의 변화와 개혁을 앞두고 되새겨 볼 말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 대한민국공화국’ 껍질을 얼마만큼 벗겨내 진실로 색칠할지 지켜 볼일만 남았다.

내년이면 세월호가 인양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수장된 진실도 세월호 인양과 함께 빛이 되어 나왔으면 한다. 진실은 잠시 숨어 있을 뿐 언젠가는 밝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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