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팽목항은 ‘잔인한 세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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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년 팽목항은 ‘잔인한 세월’만
  • 박금남 발행인
  • 승인 2015.04.15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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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문]1년 전 이맘 때 “다녀온다”며 집을 나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죽음이 되어 돌아와 부모의 가슴에 묻혔다. 그리고 그들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억울하게 죽은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고 있다.

오는 16일은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61명을 포함해 모두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다.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미뤄왔던 팽목항을 지난 5일 찾아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봄비까지 내렸다. 도로변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이 길은 유가족들이 수 백번 오가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희망을 꿈꾸지는 않는 길이다.

1년 전 그토록 떠들고 우울한 사회를 만들었던 ‘통곡’의 팽목항은 한산했다. 그 날을 “잊지 않겠다”던 우리들의 다짐은 이미 기억속에서 잊어진 역사의 한 유적지 같았다. 승용차를 타고 혼자 또는 가족이 더러 보였고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가끔 밀려왔다가 떠나가면 팽목항은 여느 바닷가나 같은 모습이었다. 이곳이 1년 전에는 추모객과 자원봉사자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시간이 흘러 대다수 국민은 일상로 돌아갔지만 유족의 상처는 여전히 묻어 있어 팽목항을 마주하기가 더 미안했다.

방파제 끝 등대까지의 난간에 걸린 노란 리본들은 1년의 세월만큼 많이 해져 있었고, 플래카드 글귀는 여전히 눈물을 뺐다. ‘기다림의 의자’가 산자들은 미안해 앉을 수 없도록 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인양을 촉구합니다’ 글귀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아직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사진과 방파제 난간 벽에 ‘1000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 추모 그림, 글귀도 발길을 붙잡는다. 팽목항 등대는 세월호 길잡이로서의 무용지물로 대신 대형 노란리본을 두르고 있었고, 그 앞에는 빨강 ‘하늘나라우체통’이 떠난이들에게 보내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동안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직접 원인을 규명하고 범법자들을 무더기로 처벌했다. 해양경찰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 등 범정부 차원의 안전사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이 진척됐다고 보는 국민은 없다.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주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수색종료를 선언하고 팽목항을 떠나면서 세월호와 함께 그 자리에 잠겨 있다. 이후 세월호 인양과 진실 규명을 위한 유가족들만의 처절한 몸짓은 빈 메아리로 전락해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6일에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인양을 운운했고, 꼭두각시 정부는 그제야 인양쪽으로 가닥을 잡고 세월호 사고수습·피해지원금(5548억원)과 선체인양비(1200억원)를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월호 희생자 보상(학생 약 4억2000만원, 교사 약 7억6000만원)을 두고 일각에서는 돈벌이라고 독설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유가족을 또 한번 죽이고 있다.

이번 지원금 발표가 정부의 물타기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올해 정부 주관 세월호 추모행사는 없애고, 대신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시·군·구 관계자 등을 초청해 ‘재난안전다짐대회’를 연다고 한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국민의 몫으로 넘겨 버린 모양세가 왠지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며 70여명이 삭발을 했다. 원인조사 미흡, 선체 인양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힘없는 자신들이 할수 있는 것은 삭발 뿐이었기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우리 모두 공감하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죄한 사람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어느 누가 없겠냐”면서 “진상 규명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진실규명은 보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무죄한 이들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필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인한 과정에서 나온 정치권 ‘금품리스트’가 국민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불법 대선자금부터 여권 핵심 정치인의 금품지원설로 정치계가 흔들리고 있다. 들먹대는 이름자들은 살아있는 실존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각본처럼 판막이 모르쇠의 답변으로 일관한다. 성 전 회장이 한때 함께 정치를 했고 마당발로도 알려져 있지만 면식도 없다고 한다. 한푼이라도 받았으면 정치를 사퇴한다고 한다. 결국 성 전 회장을 생전에 아무 영향력도 없는 부로커로 전락시켜 가는 그들만의 대처능력 모양세가 세월호 참사와 흡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살아있는 권력의 그들에게 죽은 자는 가해자로 둔갑(?)하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 빠지지 않는 것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성역없는 수사, 원칙수사이다. 이번에도 똑 같은 말이 나왔다.

국민들은 ‘살아있는 권력’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용두사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를 불신한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잊지 않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말을 다시 한번 믿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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