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남 발행인
[무안신문]요즘에는 특별한 나들이를 가지 않아도 산과 들녘 지천에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있어 눈이 호강한다. 논밭두렁이나 양지쪽 땅에 붙어 핀 풀꽃들을 제외하면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워 낸 꽃들이 자연의 생명의 힘을 보여 준다. 겨울과 한계를 긋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산수유, 매화, 벚꽃 등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 꽃의 공통점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10여일을 만개해 있지 못해 봄이 빨리도 지나간다는 느낌마저 주곤 한다.

꽃을 보면 미소가 절로 돈다. 일반적 표현을 빌자면 꽃은 ‘활짝 웃는다’고들 하고, 새의 지저김은 ‘운다’고 한다. 꽃이 군락을 이뤄 아름다움이 배가됐다면 새는 홀로 지저기다 보니 감정이입된 ‘그리움’의 반어적 표현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요즘 봄꽃 향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웃을꺼리가 없다고들 한다. 오랜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고, 씀씀이 여유가 없어지면서 얼굴들이 굳었다. 사육되는 학생들은 책속에 묻혀 ‘공부해라’ 외에는 ‘하면 안된다’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교육방식이 다양함을 인정 못하는 사회로 얼굴을 펼 날이 없고, 중산층이라 자부하며 살아 온 기성세대는 지금까지 무늬만 중산층으로 살아왔음을 실감할 만큼 빚더미에 빠져 얼굴이 밝을 리 만무하다. 상대방을 밟고 서야만 성공했다고 여기는 우리사회의 가늠자는 ‘공부를 잘하면 착하고 못하면 나쁜 아이’라는 왜곡된 인식들도 웃음을 잃게 한다. 손 한번 잘못 닿으면 성추행이 되고, 말 한마디 잘못해도 성희롱 되는 요즘, 가정에서도 할아버지가 손자의 볼에 입 맞추기조차 어렵다보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나 엉뚱한 행동, 말들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도 줄었다.

마음이 긍정적일 때 웃음도 나오기에 나이가 들수록 웃음을 잃어가는 모양세이다. 대신 쓴웃음이나 코웃음이 많아졌고 낭만과 여유도 없어 졌다. 특히, 웃으려면 어떤 일의 전후 맥락을 알아야 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연상 작용이 순간적으로 일어나야 가능하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잘 웃지 않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실험에서 어른과 어린아이의 웃음 회수를 비교한 결과 어린아이는 하루 평균 400번 웃는데 비해 어른은 15번 웃는다고 한다. 70살을 산다고 가정할 때, 하루 5분정도 웃는다면 평생 웃는 시간은 90일이 채 못 된다. 나이 들수록 웃는 것을 잊어버렸고, 웃어야 하는 날들까지도 잊어가는 듯 싶다.

지난 4월1일은 만우절(萬愚節)이었다. 하지만 기억조차 하지 않고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40,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라면 가벼운 거짓말쯤은 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학창시절, 교실을 바꾸는 장난이나 사랑고백도 아니면 말고식 이날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벼운 만우절 거짓말도 처벌되는 사회가 됐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은 웃음을 주지 못한다.

서양에서도 4월 1일을 ‘모두 바보가 되는 날(All Fools’ Day)’이라고 하여 가벼운 거짓말로 타인을 속이거나 헛걸음 치게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 날 속은 사람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하여 사월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날 하루 가벼운 거짓말로 주변사람을 가벼운 장난이나 농담으로 바보로 만들거나, 자신이 바보가 됨으로써 다함께 한바탕 웃어보고자 함은 동서양에 있는 같은 맥락의 만우절의 본질임에는 분명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생활에서 웃음으로 삶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했다면, 만우절의 핵심은 거짓말이 아니라 웃음에 있다. 곧 웃기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해학을 즐기는 민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웃음을 잃었다. 이는 산업화 이후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변하는 정치·경제 상황과 여유 없이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의 바쁜 자화상 속에서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1일 만우절 날 한 언론에 ‘보이스 피싱’을 당해 상심한 아내를 달래려 경찰에게 거짓말을 해 달라는 30대 남편의 ‘착한 거짓말’이 눈길을 끌었다.

시누이 카톡에 “290만원을 송금해 달라” 는 것을 보고 입금을 했는데 보이스피칭이었다. 상심한 아내를 보다 못한 남편이 경찰에게 다음날 “돈 찾았으니 안심하세요”라는 ‘만우절 민원’ 전화부탁을 했다. 그 후 안내는 평상심을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웃음은 사람이 기쁘거나 혹은 특별한 감정이 들 때 저절로 나온다. 한번 크게 웃을 때마다 엔돌핀을 포함해 21가지의 쾌감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한다. 한 실험에서 웃음의 효과에 대해 하루 3분간 유쾌하게 웃으면 10분간 보트의 노를 젓는 운동 효과가 있고, 20초 동안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 5분간의 에어로빅과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팍팍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족·친구·동료들과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포목절도(抱腹絶倒) 유머나 가벼운 거짓말이 수시로 이루어져 시원하게 웃어봤으면 한다.

식사 중 건배사에서 누군가 ‘스마일’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스쳐도 웃고,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 웃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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