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 알릴 기회 부족…선거법 현직유리 개정 필요

[무안신문]3·11 전국 조합장 첫 동시선거가 끝이 났지만 선거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선거관리위원회 관리로 조합장 선거가 치러져 지금까지 불법·혼탁에서 밥을 사거나 얻어먹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 형성 등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깨끗한 조합장 선거문화가 이뤄졌다는 긍정적 평가이다.

반면, 깨끗한 선거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선거운동을 제한해 후보자가 위축되는 측면이 컸다. 후보자 홀로 짧은 기간에 선거운동을 해야 해 조합원들이 후보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지능적인 불·탈법 선거로 흐를 수밖에 없었기에 선거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선거법 현직 유리=과거 조합별 선거 때 보장됐던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이 금지돼후보자 혼자 일일이 조합원들을 만나 공약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후보자는 선거공보 발송, 선거벽보 부착,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어깨띠·윗옷·소품 착용,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만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토론·연설회 금지 조항 등 제한적 선거운동 탓에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조합장에 비해 신규 출마자들이 불리했다.

현역 조합장들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25일까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접촉 및 행사 참석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데 반해 일반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대비된 불공정한 선거였다.

때문에 앞으로는 현직 조합장이 선거에 나오려면 선거 몇개월 전부터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깜깜이 선거=선관위는 합동연설회가 후진적인 방법이라는 이유로 제한을 뒀다. 합동연설회를 하려면 청중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경우가 빈번해 불법선거행위의 전형이라는 설명이다.

후보자는 자신이 출마한 농·축협 사무소 안이나 병원, 종교시설 등 실내에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조합원 집을 방문할 수도 없다. 대신 직전 선거에는 없었던 어깨띠 등 유도소품을 이용한 홍보활동을 허용했다.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조합원에게 보내는 것과 지역조합 홈페이지에 조합장 선거방을 개설해 후보자가 연설 동영상과 발표문을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선거 공보도 후보별로 A4용지 크기 2면을 4면으로 확대해 충분한 내용을 실을 수 있게 했다.

때문에 13일의 짧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유일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지만 이도 문제로 지적됐다. 선관위가 제공하는 선거인단 명부는 선거법상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주소와 이름‘뿐 전화번호 제공을 불법으로 규정해 문자메세지를 보내지 못하다 보니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도 후보자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선거를 했다.

또한, 후보 벽보는 농협본소, 지소 등 창고 등에 만 붙일 수 있도록 해 마을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농협창고에 부착된 벽보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 금품선거 부추겨=이번 선거는 불법선거를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선거법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하면서 현 조합장은 직위를 악용하거나 다른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돈 선거에 쉽게 빠져들 틈을 보이면서 불법선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이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 혼자만 할 수 있다 보니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탈법이 불가피 했다.

◆ 선관위 위탁, 선거업무는 농협=선거관리위원회 위탁 선거로 치러졌지만 농협들의 불만 목소리도 높았다. 농협들은 선거비용을 선관위에 지불하고도 선거관련 모든 업무를 선관위 지시에 따르다 보니 선관위의 갑질(?)이 없지 않았다는 것.

이번 선거를 치룬 우리지역 농협 9개 선거 위탁비는 조합원의 수에 따라 조합원이 많은 무안농협은 3천8백여만원을 비롯해 조합원이 적은 농협은 1천8백여만원까지 9개 농협이 총 2억3천2백여만원을 선거관리경비로 선관위에 납부했다.

하지만 위탁을 하고도 선거관련 업무 전반은 농협들이 도맡아 했다보니 오히려 조합들의 업무 과중이 되면서 금권선거 및 부정선거를 막는 것 외에는 과거 자체 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실제로 투표관리를 비롯해 선거공보 투표안내문 봉투작성과 발송을 농협에서 했고, 투표일에도 농협 직원들이 투개표 요원으로 참여해 직원들의 불만은 클 수 밖에 없었다.

◆ 읍면 투표소 1곳씩 2층 설치=읍면 해당 조합에서 다른 조합들의 조합원 선거가 함께 치러져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투표소가 농협 2층에 설치돼 노약자 및 장애인들의 불편이 따랐다. 특히, 일부 농협은 주차장이 좁아 한꺼번에 조합원들이 몰려 심각한 주차난을 겪기도 했다.

◆ 선거 개선 목소리 높아=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그동안 각종 조합장 선거로 인한 불법선거운동 폐해가 이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이 제·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불·탈법선거 운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보다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기 위해서는 미비한 관련 법령규정을 보완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13일간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을 연장하고 지방선거 등과 동일하게 사전예비후보 등록후 선거운동을 할수 있도록 하고, 선거운동기간 동안 최소한 직계 가족에 한해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또한, 후보 전과기록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정책을 알수 있도록 토론 기회 보장도 대두됐다.

한 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관리 위주로 흐르면 의도하지 않게 현역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하고 돈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시행된 법은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 만큼 본래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선거 도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