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군 김해영 씨…무안군 이주여성 후계농업경영인 1호
베트남에서 시집 온지 8년…후계 자금받아 내땅 구입

[무안신문=김진혁기자]“농촌에서 열심히 일해 자식들도 대학을 보내고 잘사는 꿈을 실현시켜 보고 싶어요”

이주여성으로 무안군 후계농업경영인 1호인 김해영(30, 베트남명 잔 티 흐엉) 씨는 “농촌이 힘들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잘살아 보겠다”는 소박함을 피력했다.

김씨는 2006년 21살 나이에 베트남에서 박모(해제, 40) 씨에게 시집왔다. 현재 세 자녀(유치원 2명, 초등 1명)를 둔 엄마이며, 실질적인 가장이다. 시부모님이 연로하고 건강이 좋지 않고 남편 박씨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 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남편의 가정은 임대 농사를 짓고 있어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김씨가 농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해제로 시집을 오면서부터다. 큰 딸이었던 김씨는 당시 ‘코리안드림’을 안고 고향에 부모님과 동생 3명을 두고 시집을 왔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우선 농사일부터가 벅찼다. 베트남에서는 농사를 짓는다고 해봤자 두 세마지기 정도인데 한국은 한 사람이 수만평 농사까지 지어 놀랐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임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틈틈이 주변 일손이 필요한 곳에 품을 팔고, 저녁에는 대파작업도 하면서 살았다. 요즘에도 바다에 나가 감태도 매고 굴을 까 생활비를 보탤 만큼 쉴 틈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짬을 내어 무안군다문화가정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을 1년 동안 다니면서 한글을 터득했다. 그리고 시집 온지 6년만인 지난 2012년 한국국적 취득과 이름도 김해영으로 개명했다. 2년 전에는 운전면허증도 취득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김씨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4년도 무안군 이주여성 첫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최근 2억원의 후계자금을 받아 6천여평의 밭을 구입했다. 내 땅을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던 만큼 신이 났다. 이곳 땅에 조만간 시설하우스를 설치해 고추와 조생양파 등을 심어 수확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2030자금을 올해 2억원 더 지원받아 논도 구입한다는 방침이다. 논 50마지기, 밭 50마지기를 갖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인력난 해결 일환으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초청해 두었고, 친한 베트남 이주여성 3명을 농사도우미로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여기에 오는 3월에는 1박2일 일정으로 트랙터, 이양기 교육도 신청해 뒀다. 농촌에선 노동력이 떨어지면 경제력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김씨의 농업의 ‘도전’은 이제 진행형이 됐다. 농사도 지어도 농업의 기본도 모른 채 짓는 게 몇갑절 더 힘이 들었다고 한다. 이럴 때면 언제든지 찾아가면 재배법 등을 친절히 가르쳐 주는 마을의 박승록 이장이 있어서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생각해요. 노력한 만큼 보답한다고 믿고, 가능성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김씨는 안정적인 수입원 농사가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대규모 농사를 짓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10년 후 제 모습이 더 두려워요. 돈 벌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할 수 있게요”

쫓기면서 살다보니 애틋한 관심을 갖고 있는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도 크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고민이 생기지만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없고 한국문화도 잘 몰라 진로에 대해 이야기 해 줄수 없어 아쉽다”면서 “열심히 농사지어 세 아이들을 대학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업 시키는 게 꿈이다”고 말한다.

아직은 억눌한 한국말 속에 농업의 해답은 농촌현장에 있고, 미래가 있지만, 농촌의 미래 불확실성이 그녀가 현재 만들어 가려는 코리안 드림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는 이주여성들도 농업·농촌을 지탱해 나가는 주역인 만큼 이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나와 위기가 닥쳐도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관심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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