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삼석 전 무안군수
바람 잘 날 없네
하늘을 날아야 할 헬리콥터가 땅에 떨어지고, 땅속을 달려야 할 지하철에 불이 나고, 바다 위를 미끄러져야 할 산만한 배가 침몰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낙마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국민 비난과 지탄의 여론을 유심히 살펴보면 일반 시민과 서민들의 눈에는 딴 나라 사람들의 얘기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세상 살다 보면 하루에도 별 별일에 맞닥뜨리고 산다. 불난 집에는 건질 것이라도 있다고 자위도 해 보지만 물난리를 겪은 집에는 흔적도 없이 쓸어가는 것이 십중팔구다.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 판인데 눈만 뜨면 남과 북에서 동서에서 남남에서 아웅다웅이니 어디에다 중심을 잡고 희망을 노래해야 할 것인가?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는데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이 거의 흡사한 것 같다.

물로 쓸어버려 놓고 불난 집에서 이삭이나 줍고 살라는 꼴이 영락없는 것 같다.
스프링은 압력을 가하면 들어가지만 끝에 가서는 겉잡을 수 없이 튄다는 것도 모르는가?
민심은 장기의 간과 같아서 쉽게 증세가 나타나진 않지만 뒤 늦게 발견되면 치료가 어려운 것처럼 국민의 마음을 다 잡기란 실로 불가능 하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인데 유병언처럼 안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이지도 아리송할 뿐이다. 곧게 자라고 싶은 나무가 부는 바람을 탓하는 격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피폐한 우리네의 삶을 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세상의 몫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되는 일도 없네
죄를 지은 사람이 교도소를 가는 것은 죄 값에 대해 벌을 받기 위함도 있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기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
청문회를 통해서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과 정책적 능력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그 직위에 합당한가를 보기 위한 것이다.
임금에게 신하들의 빗발치는 상소도 천리 밖에서 높아지는 백성들의 원성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지친 심신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다른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상식적으로 해결 하라는 것이고 지극히 기본적인 것에 최선을 다해 주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에서 어떠한 죄를 지었어도 소정의 절차만 마치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군림하는 자들이 버젓이 공직에 기웃 거리고 국민의 대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힘없는 사람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릴 리도 만무하고 관심조차도 없기 마련이다.
목적이 같으면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한데 가는 길 가지고 다투는 것은 애초 목적이 불분명 하거나 딴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제대로 될 리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이지나 않을까 싶다.

할 일도 없네
그러나 지진이 일어난 뒤에도 샘물은 솟고 폭풍이 지난 뒤에도 들꽃은 핀다고 했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도 했다. 이 모든 말은 어렵게 사는 지치고 힘든 자들을 위해 다소나마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줄려는 뜻들이지 그것 자체가 실마리를 푸는 열쇠는 아니다.
농산물 값이 하락해서 매년 되풀이하다 시피 목소리를 내 보고 그 뙤약볕에 아스팔트 농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가면서 투쟁도 해 보지만 지금껏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늘어난 빚과 주름 살 뿐이다.
빛도 안 드는 방에서 컵 밥으로 연명하며 고향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면 눈물부터 주체가 안 된다는 노량진의 수험생들이 남 보다 못한 것이 뭐가 있고 잘못한 것이 뭐가 있는가?

죽자 살자 식으로 배운 것이 농사여서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이 땅의 농민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굳이 있다면 농민으로 태어나서 하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 것도 죄란 말인가?
가만히 앉아서 고령사회를 남의 탓으로 정도 여기는 사람들도 한번쯤 뒤 돌아 보라.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심정을 헤아리지 못 하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이렇게 말 하는 내 자신도 할 말과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찾아서 가야 한다는 사명감은 있다. 그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원성이 높은 것 같은데 어찌해야 좋을까?

어떻게 할까?
2015년 내년이면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양파산성(?)도 길이 안 보이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먹구름만 겹겹이 애워 싸고 있다.
1994년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있은 이후 20년이 지났다. 오늘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미 다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의 무 대응 무대책으로 일관해 오다 시기적으로 더 미룰 수 없다는 식으로 농민 앞에 던져 놓으면 아사 직전의 힘없는 농민들보다 어쩌란 말인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똑 같은 것이다. 다름 아닌 샛강부터 살리지 않고 본류를 손댔으니 그게 될 리가 만무한 일 아닌가. 그래 놓고 쌀 산업대책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해 된다.
때(時)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그리 알라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알아서 하라는 것이란 말인가? 그래 그 말이 맞지. 지금껏 우리 농민들은 쥐 죽은 듯이 살아 왔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초복 날 닭 값도 싼 갑구나.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서 연대해 싸우는 길 밖에 도리가 있겠는가? 그러기 전에 제발 정부와 정치권이 알아서 해결해 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이놈의 세상, 누가 한 말일까?

2014년 7월 18일 초복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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