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요 시절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지만 사람들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가 구속되어 있다고들 한다. 할 말이 많은데 속내 이야기를 모두 털어내면 잘못될까(?) 봐 참고 산다고들 한다. 그러니 어디 답답하지 않는 민초들이 있을까 싶다.

정부는 불통이라고들 한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대해 탕평과 대통합, 상생의 기대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정쟁의 한 해였고,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과 불통의 한해로 깊어갔다.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는가 하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댓글 사건은 일 년 동안 세대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다.

때문에 국민들은 지난 일 년은 한국적 민주주의 특수성 속에서 희망이 환상으로 변질됐다고들 한다. 현 정부가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 집권 초반 밀어붙이기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앞뒤 재지 않고 막무가내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에 대해 그동안 안일하고 나태한 그들만의 경영과 적자 운영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잘한 일이다. 세금 포탈 대기업들에 부당한 세금 추징도 민초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그러나 후련함 뒤에 찜찜함도 베어 있다고들 한다. 사정의 칼날이 너무 차가워 복선을 깔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가슴에 품은 말은 가둬두면 한이 된다. 그 한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 폭발하면 세상은 바뀐다. 우리나라 역사 속 갑오년(1894년)에 일어난 갑오개혁이 그렇다. 학문이자 종교였고, 사회개혁을 꿈꿨던 동학은 19세기 초 민심을 좌우지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동학농민운동은 기존 양반 관리의 부패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가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폭정이 도화선이 돼 1894년 발생했다. 갑오개혁으로 문벌과 양반·상놈의 계급제 타파, 과거제 폐지와 능력에 의한 인재등용, 공사노비법 폐지, 과부의 재가 허용, 고문과 연좌법 폐지, 조혼금지 등 중요한 사회적 폐습을 거의 망라했다.

언론들 다 어디 숨었을까?
지난 한해는 정치도 막장이었다. 여야는 사사건건 귀를 막고 각기 주장만 되풀이 하면서 강경 대치만 했다. 그 속에서 박근혜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은 원칙도 변칙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여 사실을 알려주지도 못했다. ‘정론직필’ 정의는 사라지고 똑 같은 뉴스를 생산해 내는 인스턴트 기사에 짜증을 내고 있다. 서민들의 이야기는 줄고 정부의 대변인 목소리만 가득하다. 누군가 요즘 신문을 펼쳐보면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은 날짜 밖에 없다고 매도할 정도니 이제는 언론인이라고 하기가 낯부끄러운 세상이 됐다.
그도 그럴만한 게 언론들이 역할을 못하자 불통·소외 정책은 대자보로 폭발했다.

고려대생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로 촉발된 대자보 열풍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거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사회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책임을 반성해 볼 일이다.

우리는 6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생각도 급성장했다. 사고력이 경제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변한 세상을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요즘 은퇴로 뒷전으로 물러나면서 가치관 혼란까지 야기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유권자가 희망이다
올해는 6월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이슈이다.
1991년 3월26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 이래 23년이 지났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도 20여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후 지역은 편가르기가 더욱 심해졌다. 말 한번 잘못하면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다. 네편 내편이 갈라져 있어 어느 날 내편이 네편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유권자가 정치인을 피하고 할 말을 못하고 살아가는 적대적 관계가 선거 횟수가 거듭될수록 깊어만 간다.
올해 지방선거도 과거와 다르지는 않을 듯 싶다.

제6회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동시에 뽑는다. 이중 무안지역은 전남도지사, 전남도교육감은 차제하더라도 군수, 도의원(2명), 기초의원(7명) 등 10명을 선출한다. 하지만 올 선거도 일부 새로운 얼굴 수혈 외에는 대부분 과거 출마했던 단골이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 ‘그들만의 리그전’으로 고질적 편가르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이 생긴다 하여 요즘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의중 알기가 더욱 어렵다. 어느 편인지 몰라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고들 한다.

암튼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대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이다. 결과에 따라 정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호남을 두고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경우 민주당에게는 긴장감을,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새해 유권자들은 능력과 비전,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제대로 선택할 때만 지역도 살고 내가 할 말도 하고 살수 있슴을 명심해야 한다.

도행역시(倒行逆施)· 전미개오(轉迷開悟)
매년 연말이면 한해를 정리하면서 사자성어를 통해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대변해 온 교수신문이 2013년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했다. “현 정부들어 역사를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 고 추천 이유을 밝혔다.

‘도행역시’는 중국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에 실린 고사성어로 초나라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평왕에게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되어 초나라를 공격했다. 승리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기 위해 죽은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꺼내 채찍 300대를 내리쳤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가 그의 행동을 질책하는 편지를 보내자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吾日暮遺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답한데서 인용한 말이다.

아울러 교수신문은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정했다. 전미개오는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른다는 불교 용어로 ‘미망에서 돌아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의미란다.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에서 ‘전미개오’를 추천했다고 했다.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지난해 미망에서 돌아 나와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고 불통의 벽을 넘어 소통과 화합, 상생의 시대로 할 말을 하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다는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는 그 말이 소통과 화합, 상생의 원년으로 발전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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