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대신 사이다 35년째…나영수 할아버지
양돈 축사로 인해 식수 오염, 마실 물 없어 마신 것이 계기
“여행가도 물갈이 걱정 없어, 사이다만 사가믄 된께!”

▲ 사이다를 마셔야 속이 편하다는 나영수 할아버지

밥 먹기 전에 한 잔, 밥 먹고 난 후에도 한 잔, 일하기 전에도 한 잔, 일을 하다가도 한 잔,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사이다를 꼭 챙긴다는 할아버지가 있어 취재차 방문했다.

그 동안 일부 언론과 방송에서 콜라를 물대신 마시고 산다는 이야기는 종종 접했으나 사이다를 식수로 먹는다는 이야기는 좀 희귀하다 싶었다.

일로읍 죽산리에 사시는 나영수(86) 할아버지는 의도치 않은 계기로 사이다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입에 맞아 즐겨 마시다보니 중독(?) 돼 사이다 없이는 못살 만큼 35년간 물 대신 사이다를 마셔오고 있다.

▲ 할아버지 자택 위 쪽에 자리잡았던 옛 축사

사연인즉 35년 전, 할아버지 나이 51살인 1978년 현재 살고 있는 집 위쪽으로 양돈 축사가 들어섰다. 그 후 축사에서 수로를 통해 오폐수가 먹는 샘(식수)으로 흘러들어 고약한 냄새까지 날 만큼 식수가 오염됐다. 이렇게 되자 인근 지역 다른 우물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지게로 짊어다 매일 사용했지만, 식구가 많다보니 길러오는 물이 늘 부족했다. 그러던 중 병이 났고 음식을 입에 댈 수조차 없게 됐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이다를 식수대용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 오폐물이 흘러내려왔던 옛 수로

그렇게 입에 댄 사이다가 입맛에 맞아 즐겨 마시게 됐다. 당시 70년대 후반으로 사이다는 한 회사에서만 생산할 만큼 귀해 가격도 비싸 아껴서 조금씩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다 중독성은 깊어갔고, 한참 즐길 때는 3박스(36 PET(1.5리터))를 한 달에 다 마셨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처음 마셨던 모 회사 사이다만 즐겨 마신다고 했다.

▲ 할아버지 자택에 쌓여있던 사이다 빈 병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86세 치고는 정정하다. 우사를 직접 관리하며 소를 기르고 있고, 치아나 몸 어디 건강에도 전혀 아프지 않다.

나영수 할아버지는 “내가 사이다를 즐겨 마셔왔지만 당뇨도 없고 혈압도 없다”며 “일로 하나로마트에서 나만큼 사이다를 많이 사가는 사람도 없을 것이여~”라며 밝게 웃으셨다.

무엇보다 사이다를 마시다 보면 낯선 지역을 가도 물갈이를 하지 않아 좋다고 자랑이다.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 여행을 가면 물갈이를 한다지만 나는 달라, 사이다만 사면되니 물갈이를 할 걱정이 없다”고 사이다 애찬론이다.

6남 3녀 중 자녀들이 대학교수, 목사 등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어 건강을 생각해 사이다를 그만 마시라고도 만류도 하지만 내 몸이 원하는 데 왜 마시지 않느냐고 반박 한다.

“축사는 80년대 후반께 다른 곳으로 이사 갔고, 이제는 상수도가 설치돼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나오지만 사이다를 안 마시면 허전하고, 돌아서면 마시고 싶은 생각에 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나이를 먹어 예전보다는 하루 마시는 사이다 양이 줄었다고는 하면서도 이어지는 말에는 사이다 애찬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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