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리즈 6

 

「초의선사 탄생지」라는 안내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어떤 것일까? 일반적인 느낌으로는 초의선사가 탄생하고 자란 「생가」나 초당정도가 연상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헌데 현장을 직접 접했을 때는 그 시설의 규모와 전경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게 된다. 봉우리가 참 아름다운 왕수산(봉대산)의 아늑한 산자락에 이 초의선사탄생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총 평 규모의 부지위에 초의선사의 생애와 숨결이 서려있는 기념시설과 다도교육관 등 여러형태의 전통가옥ㆍ정자ㆍ석조물들이 그 품위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초의선사의 생가, 일지암 초당, 용호 백로정, 기념관, 차 역사 박물관, 초의선사 사당, 금오초당, 그리고 초의선원(교육관), 금년에 신축하고 있는 2층 목조건물인 다도체험관 등이 그것이다. 한옥과 사찰풍의 전통가옥들로 지어진 건축물 하나하나의 설계와 디자인, 그리고 구조의 정교함이 뛰어나고 비전문가가 봐도 장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품격이 있어 보인다. 그런 건물들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요소요소에 아름다운 정원수와 꽃나무ㆍ자연석으로 장식된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전원의 풍경을 자아내는 다원이 전체의 분위기와 전경을 조화롭게 살려준다. 누가보아도 「좋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법 하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 데에는 초의선사를 숭배하면서, 초의선사의 다도를 체득하고 차 제조기능을 보유한 용운스님의 혜박한 지식과 신념에 찬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 자치단체장들의 강한의지와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초의선사 탄생지의 현창사업은 1998년도에 시작되어 2013년에 이르기까지 15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여기에 약 170억원이 투입되었다고 하니 무안군에서 이 현창사업에 쏟은 열정이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이 현창사업의 시발은 본래 조선후기의 선승이자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의 생애를 향토문화유산으로 현창ㆍ보존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특히 초의선사가 지닌 다성(茶聖)으로서의 명성, 다도의 경전으로 받들어지는 초의선사의 저서 동다송(東茶頌)등의 문화적 가치, 그리고 다성의 탄생지라는 상징성을 잘 살려서 이곳을 「다도의 성지」로 키우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것 같다. 해서 이곳이 전국 다인들의 순례코스로서, 다도교육의 요람으로서, 특색있는 관광명소가 되고, 차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ㆍ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규모있고 솜씨좋게 만들어진 이 좋은 곳에 사람들의 그림자나 발길이 뜸하다는 것이다.

차를 애호하는 다인들은 물론이요,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별로 많지 않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빚좋은 개살구처럼 겉만 그럴듯해 보일뿐이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꺼리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설은 조선후기의 대 선사이며 한국 다도(茶道)를 정립한 다성(茶聖) 초의선사의 다도사상에 분명한 컨셉을 맞추고 있다. 어떤 신앙적 사상이 담긴 종교시설(사찰)이거나 역사적 위인을 숭상하는 기념시설도 아니다. 장차 국내외 다인들의 순례코스가 될 「다도의 성지」로, 그리고 특색있는 체험관광의 명소로 만들어 가겠다는 지향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설이다.

초의선사의 사상은 선(禪)과 다선일미(茶禪一味)로 집약된다. 차 안에 부처님의 진리인 법(法)과 명상인 선(禪)의 기쁨이 녹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초의선사의 여러 저서 가운데 다경(茶經)으로 받들어지는 동다송(東茶頌), 차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다신전(茶神傳)에 그 사상이 함축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해서 이곳이 한국다도의 요람이요, 차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 비로소 초의선사탄생지의 참다운 정체성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있다.

한국 전통차를 말할 때 이 초의선사 탄생지가 상징적 근거지가 되어야 하고, 무안이 전통차의 최대 주산지이며, 차 산업의 거점이 되어야 이 시설의 의미와 가치가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성 초의선사의 권위가 바로 세워지고, 그 사상이 녹아있는 다도 및 비법을 배우겠다고 모여드는 다인들로 북적거리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그것이 이곳의 존재이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저런 어느 것 하나도 현실화 된 것이 없다. 제대로 된 다도교육 프로그램 하나도 운영된 것이 없어 보이고, 1년에 단 한번 초의선사 탄생축제 말고는 차 산업육성이라든가 관광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없다. 이런 상태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매년 운영ㆍ관리비(적어도 5천만원이상 소요)만 까먹는(소비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무안군은 지금이라도 당장 17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이룩한 이 초의선사탄생지를 「다도의 성지」로 승화시켜 갈 비전을 세우고, 무안이 한국다도의 모체요, 차 산업의 메카로 발전되어 가도록 그 실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무안의 적정지역을 전통차 재배특구로 지정하여 차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차 관련 산업육성에 관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초의선사의 다도사상과 차 제조비법을 보유한 용운스님이 건강할 때 다도교육에 관한 시스템을 확립하고 후계인재를 양성해 내야한다. 거기에서 초의선사의 다도사상을 숭배하는 수많은 다인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주축이되어 전국 전통차 애호가들을 회원으로 묶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무안이 차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초기단계에서는 타지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되, 우리의 적통성을 바탕으로하는 우월적 차별성을 살려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차 산업육성에 관한 구체적 대안은 별도의 과제로 다두른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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