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주민들은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예고에 나름대로 사전 안전대책을 강구했다. 덕분에 많은 피해를 줄였다고는 평가된다.

하지만 무안지역도 바위까지 날릴 수 있는 위력인 초속 최대풍속이 43.2m를 넘는 초강력 바람 횡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에는 날아가고, 쓰러지고, 부러지고, 침수되고… 말로 형언조차 어려울 만큼 농촌 들녘은 마치 포탄을 맞아 폐허가 된 전쟁의 상흔 그대로 모습이다.

사람들을 만나도 웃을 수도 없고 또 웃어서도 안되는 요즘 같다. 모두 한숨 뿐이다. 오랜 경기침체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메고 겨우겨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서민과 농어민들에게 태풍 ‘볼라벤’과 ‘덴빈’은 희망을 빼앗아 갔다. 어디부터 손을 쓰고 어디부터 복구를 해야 할지 피해지역을 보면 망연자실 뿐이다. 8만 군민 어느 가정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할 만큼 크고 작은 피해가 집집마다 태풍의 잔해로 남아 있다.

결국 복구를 하자면 빚을 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도 여의 치가 않다. 지금도 가계부채로 허덕이면서 ‘아랫돌 빼 윗돌 막는’ 식에서 더 이상 빚을 내려해도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는 긴급자금을 농협과 은행 등을 통해 복구를 위한 융자지원을 한다지만 농민들의 말을 빌자면 ‘빚 좋은 개살구’이다. 복구자금 대출을 받으려 해도 더 이상 담보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은행권이 신용 대출을 해 줄리 만무하고, 신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극소수에 불과해 서민 지원책이 아니라 결국 1% 특권층의 지원책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피해는 수산물과 농산물 그리고 낙과 농가들의 피해가 크다. 이들 피해는 주민들의 삶의 생계터전으로 생존권과 직결된다. 1년 농사를 망치면 다음해에 바로 복구되지 않는 것이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가계소득이다. 더구나 각국과 FTA 등으로 농축수산물은 어느 한때 한몫 챙기는 시기도 없어졌다.

결국 망연자실에 빠진 농축수산 농가들을 위해 함께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복구를 행정에만 의지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농촌지역 고령화는 내 집 앞에 쓰러진 나무 하나 치우기도 버겁다. 때문에 지역 기관 사회단체들의 봉사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피해가 큰 어가, 축산농가. 그리고 시설하우스 농가들의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지금의 피해는 눈으로만 보일 뿐이지만 농산물은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이번 태풍으로 출수기에 접어든 벼꽃은 핥킴을 당해 낟알을 여물지 못한 채 쭉정이로 수확량이 떨어질 수 있다. 낙과 피해 역시 가지가 부러져 내년 농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농가들의 재해보험도 보험이 20%의 자가 피해를 안고 계약 체결되고 있어 전체 보상을 받을지라도 피해는 크다. 이런 상황은 가계지출이 줄어 식당, 상가등의 피해로 도미노 식으로 이어지게 돼 지역 경기는 더욱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

지금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치솟는 물가에 반해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지역이 이제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농산물을 구입해서 먹어야 하는 소비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된다. 농업인들이 희망을 잃고 농업을 포기한다면 머지 않아 농산물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다가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 지역 농산물 사주기에 앞장 서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에 일환으로 이번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들의 낙과를 구입, 생즙을 내 먹는다면 과수농가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아울러 행정은 긴급 상황 때 쓸수 있는 예비비에 대해 시급한 복구시설부터 그리고 형평성 있는 복구지원비 사용으로 원성을 사지 말기를 바란다. 특히 이미 피해를 많이 본 해남, 강진, 장흥, 영광, 신안 등 지자체들이 피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포함한 것처럼 우리지역도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적은 피해도 놓치지 않는 조사 파악으로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협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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