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 만나기가 무섭다고들 한다. 한결 같이 “죽겠다” 는 하소연 뿐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서로 나누기 어려워 동병상련에도 위로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지독한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불쾌지수는 초고에 달해 있다. 잘 되는 일보다는 안되는 일이 많다는 서민들.“돈을 벌어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안 쓰고 살다 보니 살고 있을 뿐이다” 고 하소연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편중돼 있음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값 내림세로 서민 가계 자산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져 살림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궁핍해진 것이다. 부동산 급매, 보험 해지 등 다양한 비상수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채가 묶여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부채를 청산하지 못해 소비여력이 줄고 가계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불황은 식당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단체손님은 고사하고 끼리끼리 술 손님마저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이다. 기타 상가들도 불황은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민들의 속사정을 깊이 들어가 보면 현재의 불황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보험은 은퇴 후 아니면 각종 질병과 사고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삶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해약 증가는 서민 가계가 매우 힘든 상황까지 몰렸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서민들은 은행 대출은 받아도 여간해서는 보험대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각종 보험을 깨고, 보험계약 대출도 늘고 있다는 게 보험사 직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서민가계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5월말 현재 보험회사 대출채권 잔액은 10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조3400억원(1.29%) 증가했다. 이 중 가계대출이 73조원으로 전월 대비 6000억원(0.83%) 늘었다. 보험계약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이 각각 44조4000억원, 22조3000억원이나 된다.

문제는 보험회사 대출채권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연체 기준)이 0.83%로 전월(0.80%) 대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4월말 0.55%에서 5월말 0.57%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처럼 연체율이 높아지는 데는 가계 빚에 대해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돌려막기식도 한계가 이르러 서민들의 가계가 시한폭탄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8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현상이 초래돼 집을 가졌지만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하우스푸어’ 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등 1금융권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기존 은행등의 대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은 2순위 대출이 늘고 연체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가 하강 국면인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는 대출심사 면책제도 등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종합 지원방안을 하루 빨리 실행햇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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