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아홉돌을 맞아

▲ 발행인 박금남
창간 아홉 돌을 맞았다. 사람들은 그랬다. 아홉수에는 결혼도 안할 만큼 피한다고…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은 수년째 바닥에서 허덕이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신문사도 사업으로 치고 아홉수에 억지로 끼워 넣자면 맞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길한 전망도 해 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신문쟁이 생활이 어디 아홉수가 아닌 경우가 있었는가 싶다. 남의 험담, 비난, 그리고 사회 문제 등 고발성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매년 아홉 수 였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신뢰성이 낮거나 복선이 깔린 상대 제보도 많아 이를 데스크에서 내려 놓다보면 음해나 색깔(편)론에 도매금 취급받기도 일상이어서 지난 세월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때문에 아홉돌의 의미는 세월의 숫자에 불과하다면서도 사람인지라 매듭을 짓고 싶어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10년, 20년…, 새해 그리고 한달 매듭을 짓고 다음 매듭을 위해 새 출발한다. 하지만 며칠 뒤 몇칠 전의 나로 되돌아 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신문사 직업이 사람 만나는 일이고, 또 말을 만들어 내다보니 느끼는 게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내가 아니고 나와 엮여 있는 사람들이다. 방금 누군가와 만나 했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나는 또 다른 그 사람의 주변에 존재하며 엮여 있는 나약한 조연임을 곧 알게 된다. 그가 있기에 내 이야기꺼리가 만들어 졌다. 그런데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와 관계를 주연으로 치장하고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 지척에 머물며 생활하는 사람들의 경우 주연 애착이 더욱 짙다. 이들은 말로는 군민을 주연으로 모신다. 하지만 행동은 군민이 조연급도 아닌 엑스트라 정도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독불장군은 없듯 권력과 과시는 상대가 있을 때 통한다. 권력자를 대표로 둔 사람들이 그를 따르지 않으면 권력자는 훗날 조연 평가도 받지 못한다.

이번 무안군민들이 보여 준 여섯 번째 통합반대 무산이 일례이다. 리더층이 고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를 보자면 주연은 군민들이 역할을 당당히 소화해냈다.

미래는 내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어제는 오늘의 과거요 오늘은 어제의 미래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의 미래 앞에서 또 다른 내일의 미래를 쫓고 있다. 그리고 후회하면서도 과거를 미사여구로 치장하며 나를 주연으로 만들고 있다. 때로는 진실마저 치장하려다가 스스로 거짓논리에 빠지는 우도 범한다.

기사 작성 시 미사여구를 동원해 누군가의 용비어천가를 부르다 보면 사족(蛇足)을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기사는 본대로만 쓰면 된다. 감정이 이입되면 시나 수필이 된다. 그런데도 그를 통해 나의 짧은 지식을 드러내려는 모습을 느낄 때마다 나이를 먹어 가면 진실에는 눈감고 거짓에 화해하고 살아간다고 귀뜸했던 말이 생각난다.

무안의 현실은 어렵다. SOC 사업들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남쪽 변방에서 외치는 목소리는 허공에 외치는 것처럼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한때 지역경제의 활성화 역을 담당할 것이라 기대했던 무안국제공항은 무늬만 국제공항으로 전락돼 있다. 무안군의 백년대계를 만든다던 기업도시는 혼란만 겪다 지금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지역의 주소득원인 농업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대농을 하는 벼농사 외에는 소득조차 보전받기 어렵게 됐다고 한 농민은 하소연 했다. 전국 최대주산단지를 자랑하는 양파도 수년전부터 각종 질병으로 그리고 재배 지역이 전국화되면서 위협받고 있다. 축산, 수산물도 한․유럽, 한․미, 한․중 FTA의 등살에 밀려 정부는 물가안정 명분으로 농민들을 매질하다보니 진실하다던 흙에서 흘리는 땀방울도 가치를 달리하는 시대가 돼 버렸다.

다행히 지난 6월 중순에는 무안반도 통합 반대로 군민들이 살아 있는 자존심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무안군의 존폐가 달렸던 절대절명 위기의 구렁텅에서 무안을 건져냈다.

이제는 구해낸 무안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역량을 모을 때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행동하는 양심󰡑이 침묵하는 지역 사회에서 무엇을 뜻하는 지 절절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무안신문이 열돌을 시작하면서 기자들과 다시 십자가를 나눠지고 살얼판을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펜의 힘은 기자한테 나오는 게 아니고 주연인 군민들에게서 나온다. 특히, 신문은 늘 상대성이 있어 험로와 부딪친다. 힘있는 사람들은 변칙이 진실이다. 귀로 듣고 가슴을 닫은 채 머리로 생각하며 입으로 권세를 부리다 보니 당연지사이다.

때문에 지금 무안은 그들만의 만찬만 있을 뿐 상하의 소통은 없다. 그래서 지역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답답해 한다. 이런 분들에게󰡐함께하면 변화를 가져 올수 있다󰡑는 말을 새기며 군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신문을 감히 제언해 본다.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이 짧은 몇 글자에 얼마나 진실이 담겼으랴마는 그래도 끼리끼리이기에 소통이 잘돼 즐겁다.

늘 하던 끝맺음처럼 사람냄새가 나는 신문, 기다려지는 신문을 약속하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기사의 한계 때문에 독자와 군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용서를 구한다.
1년 후 무안신문은 지역내 존재하는 60여개의 언론매체 중에서 군민들이 평가하는 위치는 어디쯤이며,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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