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창석 무안아카데미 대표
2012년 1월 1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금년 새해 아침은 날씨가 차지 않고 땅도 미끄럽지 않아서 등산하기에는 좋았다. 하늘을 보니 컴컴하다. 금방 비나 눈이 쏟아질 것만 같다. 어제 방송에서는 내륙과 서남해안 쪽에서는 해맞이를 할 수 없고 동해안 일부에서만 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매년 새해 아침이면 연징산에서 가족들이 해맞이를 했기 때문에 금년에도 어김없이 나선 것이다. 현충탑 아래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두 명이 나왔다.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산에 올랐다. 남산까지는 불이 있어 등산하기가 쉽다. 하지만 남산을 지나 연징산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희미하게 보이는 길과 감각에 의존해야 했다. 예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하러 산을 올라 왔을 텐데 금년에는 유난히도 사람이 없다. 연징산 산행 중 두 팀 8명을 만났을 뿐이다. 해를 보지 못하고 내려오는 길에서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무안이 힘을 잃었다. 생기가 없다. 누구 말처럼 맥이 뛰지 않는 것이다. 무안처럼 좋은 여건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지역도 드물다. 그런데도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는 것이다. 아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무안은 오히려 발전이 정체되었다.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자치 단체나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중앙 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그 지방의 행정 사무를 자치 기관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제도이다. 즉 지역의 주민이 대표를 뽑아 지역의 살림살이에 주민들의 뜻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얼마나 멋있는 제도인가. 주민들이 능력 있고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대표로 뽑아 지역 행정을 맡기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 자치 행정을 하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인데 무안은 관치 행정 때보다 더 못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민 대표를 뽑는 선거가 패거리 중심의 문화를 만들고, 묻지 마 투표를 조장하고, 극단적 소지역주의에 젖어 무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 하거나 후보들을 비교하여 누가 더 우리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등의 건전한 토론문화는 찾을 수가 없고 지연에 학연에 혈연을 찾아 이동하는 거대한 緣 찾기 아수라장 판이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주민을 우민화 맹목화 시켜서 상대적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안에 산적한 현안이 많이 쌓여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남악신도시 개발이익금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전라남도로부터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목포에서는 통합을 하자고 시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망도 없는 기업도시를 활성화 한다고 2,800억원의 빚보증을 무안군이 서고 있다. 서남해안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무안공항은 몇 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주민 대표로 뽑힌 사람들이 무안의 발전에 고민하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직 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주민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이에 대한 답을 못하고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이다. 표 계산을 하면서 주민들 눈치만 보고 있고 패거리 찾기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다. 

연징산을 내려와서 다시 하늘을 본다. 어둡다. 무안의 앞날만큼이나 캄캄하다. 1년이 지난 후인 2013년 새해에는 저마다 희망을 갖고 산을 찾아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우리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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