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지난 22일 한나라당의 기습 강행 처리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1월 발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려했던 대로 미국의 값싼 농축산물이 밀려와 한국의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9월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농어업 분야에서 연 평균 8445억 원의 피해로 앞으로 15년 간 12조 6683억 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농도 전남은 한해 평균 930억 원씩 비준발효 15년이 되면 1조 4085억 원의 소득감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남도는 예상했다.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분야는 연 생산 감소액이 700억 원(15년간 피해액 1조500억 원)에 이르러 전체 피해액의 75%를 차지할 만큼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과수(143억), 채소·특용작물(73억), 곡물(23억) 등도 그 손실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농도 전남의 피해는 지역경제의 몰락까지 가져 올 수 있다. 도내 인구 191만8000명 중 농가 인구(39만6000명) 비율은 20.6%로 전국 1위를 차지한다. 연간 105만1000t의 식량작물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19%를 차지하고, 경제 작물은 229만5000t으로 전국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식량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전체 1억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2천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2000만원 미만의 빈농이다.

이 같은 실정인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국회 차원의 충분한 논의조차 없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 농촌을 위기로 몰아 넣었다.

물론 정부는 농어업 대책으로 22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3일 FTA 국회 비준 관련 긴급 관계 장관 회의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올해 전남도가 건의한‘FTA 피해 보전 및 소득안정 지원’등 59개 과제 중 8개만 반영했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축산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 사업 등 주요 사업 예산이 줄줄이 누락됐다.

박준영 지사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농축어업 분야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도 정부 대책이 그만큼 주먹구구식이라는 데 있다. 또 추위에 길거리로 나서는 농민단체들의 시위도 한미 FTA가 농민들의 생존권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2004년부터 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농업·농촌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실천해 온 농업예산들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율적인 정책보다는 일회성 농정이 많았다. 김영삼 정부 때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후 수십조 예산이 농업에 투입됐지만 나눠주기식 정책으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하루 빨리 농업 피해 감소를 위한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 농축산물 정책을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농업·농촌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직불금 상향조정, 친환경축산 육성기금 조성, 국고 포괄보조지원의 시도별 차등 지원, 농업정책자금 대출금리 인하 등이 시급하다. 한미 FTA로 인해 수혜를 입게 되는 자동차ㆍ섬유 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농업ㆍ농촌에 재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울러 전남도와 지역 정치권도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 농촌에 닥쳐올 개방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현재 한나라당의 단독처리에 대한 반발로 20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가 본격 심사에 들어갔지만 예산안마저 보이콧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야권통합을 앞두고 통합 대상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명분만 쫓다 실리(예산)는 챙기지 못하지 않느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년간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로 예산안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것도 명심하고 분발을 요구한다.

현재 농민들은 매년 비료값, 농자재 값 상승에 반해 쌀값 하락 및 농작물 값 폭락으로 생산비도 못건진다며 갈아 엎는 현실을 반복해 오고 있는 실정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