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18)
“피조개가 새가 된다니까. 본사람도 있어”

피조개는 붉은 피를 담고 있는데 인간과 같은 헤모글리빈 성분 때문이다. 다른 조개들도 피를 가지고 있지만, 헤모시아닌을 가지고 있어 피가 무색투명하게 보여 피가 없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달의‘웰빙 수산물’로‘꼬막’을 선정했다.

무안 연안에 다양한 종류의 어패류 양식이 존재하지만, 정작 꼬막, 세꼬막, 피조개 양식은 없다. 그렇다고 이 넓은 바다와 갯벌에서 꼬막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벌교처럼 대규모로 생산되지 않을 뿐이다.

용산마을에서 꼬막을 채취하는 모습

꼬막은 푹푹 빠지는 펄 갯벌에 서식하기 때문에 별도의 도구 없이 원시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채취할 수 있다.

물이 빠진 갯벌에 나가 아직도 질퍽한 갯벌에 다섯 손가락을 쫙 펴 저어새가 먹이를 찾아 먹듯 손을 좌우로 저어 보라. 작고 단단한 느낌이 손가락에 와 닿으면 그것이 바로 꼬막이다. 갈퀴도 필요 없다. 모래가 섞인 곳에서 유용한 갈퀴도 온전한 펄 갯벌에서는 번잡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패총을 발굴한 보고서를 보면 굴을 비롯해 조개류가 패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굴도 조개다. 이렇듯 조개는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이용되어 왔다.

꼬막과 세꼬막, 피조개는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 혼란스럽다. 무안에서는 꼬막을‘참꼬막’이라고 부른다. 표면에 17∼18개의 방사선 모양의 굵은 홈이 패여 있으며 능선을 따라 큼직한 돌기가 돋아있다. 다른 조개들과 달리 피가 붉고, 껍데기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꼬막은 현재 월두와 용산마을 등 함해만 펄이 많은 지역에서만 일부 채취된다. 월두에서는 이미 50년 전 여수에서 꼬막 종패를 가져와 뿌렸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다.

월두마을의 김옥자(63세)는“사람이 간 발 태죽(자국) 속에도 한나씩(가득) 앵겼어. 바람이 불었다 하면 낙지구덩이 속에서 바께스로 한∼나씩 잡았단께”라며 20년 전 꼬막이 천지였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세꼬막은 꼬막과 피조개의 중간 크기로 가로줄이 32개 내외로 꼬막에 비해 골의 크기나 깊이가 크지 않다. 표면 아래에 털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맛이 꼬막에 비해 떨어진 탓에 꼬막 값의 반 수준이며,‘똥꼬막’이라고도 한다.

피조개는 무안에서‘털꼬막’으로 불린다. 표면에 검은색 털이 잔뜩 붙어 있기 때문이리라. 피조개는 붉은 피를 담고 있는데 인간과 같은 헤모글리빈 성분 때문이다. 다른 조개들도 피를 가지고 있지만, 헤모시아닌을 가지고 있어 피가 무색투명하게 보여 피가 없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피조개의 크기는 대략 8㎝ 내외지만 10㎝가 넘는 것도 있다. 껍질은 불룩하고 표면에 약 42줄의 세로골이 있어 골의 개수가 적은 꼬막이나 세꼬막과는 구분된다.

재미있는 것은 무안지역에도‘화생(化生)’의 전설이 구전되어 내려온다는 사실이다. 화생이란 생물이 알이나 새끼로 태어나지 않고 멀쩡히 사지를 갖추어 갑자기 나타나거나 유령처럼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정약전의「자산어보」를 보면‘참새가 큰 물에 들어가 조개로 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안에는 반대로‘조개가 새가 되어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고급어패류인‘새조개’는 속살이 정말 새를 닮아 새조개란 이름이 붙었는데, 피조개 또한 새의 부리를 닮아 그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것 같다.

월두마을의 한 분은“피조개가 새가 된다니까, 분명히 본 사람도 있어. 속살을 보면 꼭 대갱이(도요새의 사투리)와 닮았잖아”라고 어릴 때 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자산어보에서 처럼 많은 어촌 마을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바지락이 5∼6월이 제철인데 반해 꼬막과 피조개는 11월부터 이듬해 진달래가 필 무렵까지가 제 맛이다. 바지락 국물은 술꾼들에게 최고의 호사다.

그런데 이상하게 꼬막과 세꼬막, 피조개는 속살을 주로 먹을 뿐 국물을 먹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꼬막을 데쳐낸 후 새로 물을 부어 끓이면 바지락 못지않은 시원한 국물이 나온다니 술꾼들이여. 찬바람 부는 날 새로운 술벗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꼬막은 삶더라도 입을 벌리지 않아 직접 까 먹어야하는데, 도톰하게 오른 짙은 속살과 핏기는 꼬막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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