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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세계 식량위기에 대비한‘식량주권’이다
2011년 10월 15일 (토) 10:50:17 발행인 무안신문

우리나라 농업을 화폐 가치로 평가하면 총생산액 35조원, 부가가치 21조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나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채 안되고 국내 굴지 대기업 매출액에 불과하다. 농업의 외형적 화폐가치만을 놓고 보면 정부 논리대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으로 식량을 수입해 먹는 것이 훨씬 더 낳다.

때문에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 때나 지난 12일 미국 국회에서 인준된 한·미FTA 이행법안 인준도 정부는 농업의 외형적 가치만 주목했다. 쌀을 뺀 전 농산물 개방하는 대신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얻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식량자급률은 1965년만 해도 93.5%였다. 농업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산업을 집중 육성해 그 이익으로 농산물은 수입하면 된다는‘살농정책’이 기조에 깔리면서 80년대 중반 48.4%로 추락한 자급률은 2008년에는 25%까지 떨어졌다. 다만 쌀은 96%의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또한 쌀만이라도 지키려 했던 농민들의 처절한 투쟁의 결과였지 정부 때문은 아니었다.

필리핀은 쌀을 자급하던 나라로 60년대 쌀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이다. 너무 빨리 농업을 버리고 산업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포기했던 곡물의‘복수’는 가혹했다. 처음엔 태국 등 이웃에서 쉽게 식량을 수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량위기가 덮치고 곡물수출이 통제되자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라도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제곡물시장이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과 미국이 주도해온 식물성 연료정책 때문에 교역량은 더욱 줄어 국제곡물시장은 수급변화에 가격이 그야말로 요동친다.

그렇다면 현재 식량위기로부터 우리는 안전할까? 식량자급률 25%인 우리나라가 안전지대일리 없다. 사료값 폭등이 좋은 예다. 주곡인 쌀의 높은 자급률 때문에 다소나마 여유가 있을 뿐이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에서 쌀은 바로 우리의‘식량주권’인 것이다.

이런 쌀이 지금 위기다. 지속적 소비감소, 남북관계 경색까지 겹쳐 재고량이 많다. 쌀값은 폭락 정도가 아니라 수확기 가격이 더 떨어지는‘역계절진폭’까지 발생했다. 농민과 경작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2014년엔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처방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장논리만 고집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보듯 쌀 자급률이 추락하면 회복할 수 없다. 논은 일단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고, 처절한‘쌀의 복수’만 있을 뿐이다. 요즘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농민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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