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16)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가 얼마나 맛있는 어류인지『난호어목지』에서“서울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전어를 샀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 온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가 얼마나 맛있는 어류인지『난호어목지』에서“서울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전어를 샀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드디어 현경면 월두마을에서 1.9톤 규모의 전어잡이 배에 올라 함해만 바다로 나섰다. 며칠 전부터 배타는 날을 잡아 뒀지만, 그때마다 바람이 불어 이틀을 소비한 뒤였다. 그렇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지역에서 전어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큰 낭패일 수밖에 없다.

자연산 전어는 보통 하루 잡아 그날 파는 실정인데 금방 동이 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잡은 즉시 죽는다고 하지만, 큰 포구에는 대규모 포획 방식과 수족관이 설치된 상고선에 싣고 즉시 수송해 오므로 살려내는 경우도 많다. 유의할 점은 양식된 전어도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럼 살아 있는 전어가 더 싱싱하고 맛있을까? 전어는 수족관에서 하루나 이틀만 지나도 제 성질을 못 이겨서인지 살이 쏙 빠져 전어의 제 맛을 느끼기 어렵다. 그 성질을 인정하고 살아있는 전어보다는 얼음에 재인 전어를 더 선호할 일이다.

올해 전어 값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어획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에서는 전어 20마리를 기준으로‘한 두룹’이라고 표시하는데, 한 두룹의 가격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랐다. 이럴 때라도 전어를 많이 잡으면 어민들도 목돈을 챙길 수 있으련만, 그물에 올라온 전어는 마리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적다.

전어를 직접 잡아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제공해야 하므로 양해진(50세)씨는 혼자 전어 배를 탄다. 보통 부부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혼자 그 일을 모두 해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전어 흘림그물 2틀을 미리 배에 잘 챙겨두었으니, 도시락만 들고 배에 올랐다.

전어를 잡기 좋은 때는 해질녘이다. 5물, 6물의 센 조수와 더불어 해가 진 후 한 두 시간 후의‘가세(최간조를 지칭하는 사투리)’때가 가장 좋은 물때라고 한다.

밝은 낮에 그물을 내리는 경우에는 그물을 따라 저속으로 배를 이동시키면서 PVC 파이프로 배 바닥을 두드려 전어를 놀라게 한다. 이 소리가 바다 속에는 더 크게 들리는데, 이 소리에 놀란 전어들이 서둘러 움직이다가 그물코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몰 이후에는 따로 그럴 필요가 없다. 어둔 밤을 맞아 전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 낮에 그물을 올릴 때는‘장대’만 몇 마리 잡혔는데, 해가 지고 올린 두 번째, 세번째 그물에서는 제법 많은 전어를 잡아 올릴 수 있었다.

전어는 붕어와 같은 날렵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가슴지느러미 뒤에 검은 반점이 있어 형태가 비슷한 준치와도 쉽게 구분된다.

전어는 비리고 잔가시가 많지만 비늘만 벗겨내고 뼈 채 썰어두면 멋진 횟감으로 변한다. 입안에 넣고 씹으면 씹을수록 전어만의 그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전어구이
전어는 구어 먹는 것도 좋다. 전어가 익어가는 소리며, 그 향기는 우리지역의 가을을 대표하는 소리이자 향이다. 전어를 구울 때 철망 사이로 기름이 제법 많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을 전어는 봄이나 여름 전어보다 지방이 3배나 많기 때문이다. 그 지방은 모두 불포화지방산으로 오히려 성인병 예방에 특효라고 하니 그 자체가 건강식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정도라고 하니 그 맛과 향이 오죽할까. 자고로 가을 전어를 먹지 않고서는, 풍요로운 가을을 논할 수 없으리라.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는 전어가 얼마나 맛있는 어류인지『난호어목지』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그는“서울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전어를 샀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썼다. 200년 전에 기록된 한권의 책을 통해 당시 전어라는 이름의 유래와 도시민들이 얼마나 전어를 맛있게 먹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배는 포구로 돌아왔다. 노란색 컨테이너를 반 밖에 채우지 못했지만, 어제보다는 몇 배 더 많이 잡은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함해만 안쪽에서만 전어를 1톤씩 잡던 때는 과연 옛 기억으로만 남을 것인가? 배에서 내리면서 다시 한 번 풍요로운 바다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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