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농민들에게는 가장 잔인한 달이 되어 가고 있다. 요즘 농촌 농가들은 폭탄을 맞은 듯 시름이 크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여당만 참가해 단독처리된 한·EU FTA 통과로 빠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경우 농축수산 전반에 거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양돈농가 직격탄은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 삼겹살 시장에서 EU산 점유율은 73.6%로 가격도 국내산의 66% 수준에 불과해 FTA 발효로 수입량이 늘어날 경우 양돈기반을 뿌리부터 흔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돼지고기, 닭고기의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은 쇠고기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을 초래해 한우가격의 하락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산업계도 마찬가지다. 관세 철폐로 통발업계의 피해가 커 채산성 악화로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은 미래가 안 보인다. 당장 정부가 올해 보급한 호품벼 종자 발아율이 크게 떨어져 6월 모내기를 앞둔 농가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무안지역에도 이미 올해 호품벼가 8.7톤이 공급돼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5월과 6월에 생산되는 양파, 배추 등 각종 채소 재배 농가들도 잔인한 5월을 맞고 있다. 지난해 배추, 양파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아 한때나마 농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었지만 이번엔 폭락 속에 희망이 없다.

무안지역의 가장 큰 소득원 중 하나인 양파가격은 요즘 예상보다 심각하다. 올초만 해도 마지기당 200만원까지 거래됐던 조생양파였지만 최근 일부 농가에서는 생산비도 못 건진다며 갈아 엎을 기미를 보이는가하면 중만생종 양파도 계약 파기 등이 감지돼 농민들에게 겹시름을 안겨 주고 있다. 자식처럼 기른 농산물을 갈아엎는다는 것은 농민들이 곧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일 도매시장 양파가격이 kg당 400원 이하로 형성될 경우 지역 농협에서 1만톤을 수매해 5월말까지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수급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인 152만7천톤으로 작년에 비해 8%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2010년산 저장양파와 2011년산 조생양파의 출하 시기가 겹치면서 가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 그러나 조생양파 가격동향은 지난 3일 kg당 392원, 4일 406원이다. 문제는 무안지역 조생양파가 본격 생산되는 이달 10일을 전후해 가격 폭락이 불가피해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게 농협과 농민들의 시각이다.

무안군은 지난 4일 조생양파와 관련해 관내 농협과 농관련단체, 행정이 한자리에 모여 수급대책을 논의, 정부에 시장 격리물량 확대와 농안기금 투입을 건의한 것도 무안지역 조생양파 출하 시기를 걱정해서다. 4, 5, 6월 가락시장에 출하된 무안지역 양파가 최근 3년 평균 3만2천톤이지만 올해 생산될 조생양파는 5만3천톤으로 예상돼 상황이 심각하다. 이 기간 가락시장엔 50%부터 많게는 80%까지 무안산이 반입되다 보니, 정부가 격리하겠다는 양으로는 무안지역 초과생산량의 절반도 수매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설상가상 지난해 가격이 높아 올 겨울 앞다투어 봄배추 재배에 들어 갔고 상인들도 계약재배를 실시해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요즘 가격이 크게 내려 어려움이 크다.

농식품부는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3일‘농ㆍ소ㆍ상ㆍ정 유통협약’을 체결, 오는 6월 10일까지 산지에서 배추 1만t의 시장출하를 자율감축하고, 수출업체에 신선배추와 김치 원료(배추)를 저가(kg당 85원) 공급 및 배추와 김치의 수출을 지원한다는 가격안정대책을 내놓았다. 또 김치업체들이 당초 목표보다 김치를 더 사들여 가공, 저장한 뒤 7월 이후 출하하도록 유도하고, 배추 1천t을 사들여‘푸드뱅크’에 기증하는 등 농협 계약재배 물량(1만9천200t)의 출하도 조절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을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 멀다. 농작물 대부분은 중소상인 유통 도매업자들의 잔치에 좌지우지되는 실정이어서 농민들은 그들에게 초대됐다가 버림받는 신세만 반복하곤 한다. 밭뙈기 거래를 해도 가격이 좋을 때는 계약대로 이뤄 지지만 가격이 낮으면 온갖 트집을 잡아 계약 파기로 결국 농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이 모두가 잘못된 정부의 통계가 원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통계정책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 일회성 땜빵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봄가을에 반복된 투쟁이 연례 행사가 되고, 올해도 춘투(春鬪)가 예고돼 있다.

무안군은 지난 4일 대책회의에서 농민들에게 최소한 kg당 350원을 보장해 주고, 이를 위해 정부가 농안기금을 투입 수매량을 최소 2만1천톤으로 확대하고 kg당 200원을 농민들에게 선지급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사면초가에 처한 농정 문제를 지자체와 농민의 의지도 크지만 정부의 현실적 대안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농민들은 점점 미래의 희망을 잃게 되는 데 따른 것이다. 농민이 농업 포기가 늘 경우 우리는 선진국의 식량 식민지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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