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국 보이차의 원산지인 시솽반나의 소수민족을 만나 취재해 온 후배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선비촌 등 전통한옥마을을 조성한 바 있는 경북 영주시 전 시장과 유력 기업체 대표가 자매결연을 위해 이 도시(시솽반나)를 방문했다는 것. 이들은 순수 민간자본으로 20만평 규모의 차 관련 문화지구를 조성하는데 엄격한 심사를 거친 입주자들에 대해서는 택지 200평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서 초의선사 고향인 무안이나 해남, 구례, 하동도 아닌, 차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영주시가 차산업의 맹주를 꿈꾸며 중국을 방문했다는 게 아이러니 했다.

‘만들면 되지요. 초의선사도 중시조이지 한국 차의 시조는 아니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란다.

초의선사, 백련, 분청자기, 품바 등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타 자치단체의 도전으로 기득권을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 무안군의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민간을 중심으로‘사막에 모래를 팔고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파는’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에 착수했다. 차 생산국이 아닌 영국이 세계 홍차시장을 독점하고 있듯이 중국의 보이차를 한국에서 세계시장에 파는 역할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보이차에 맞는 다법과 다기를 개발해 중국에 역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오는 5월1일 초의탄생지에서 아홉 번째 열리는 초의선사탄생문화제를 앞두고 최근 갖은 집행위원회 회의에서는 올해 대폭 삭감된 초의선사 탄생문화제 예산에 대한 볼멘소리만 하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 예산타령하기 전에 지역의 대표적 문화관광콘텐츠로 성장 가능성이 농후한 초의선사 유적지의 자원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관광객은 초의탄생지에 왔다가 기념사진 몇 번 찍고 돌아간다. 차별화된 프로그램 하나 없다. 축제가 열려도 무안군과 인근 자치단체의 다도 관련 단체와 차인, 차 생산 농민, 도예인 들은 시음회나 도예체험이 항상 들러리다. 상생은 없다. 손님을 맞아야할 주인은 객이 되고 객들이 주인 행세를 한다.

다도관련 단체의 관계자는‘초의선사탄생문화제에 한번도 공식적으로 참여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전한다.

초의선사가 물려 준 자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의선사유적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에 대해 타 지자체에게 맹주 자리를 빼앗기고 자칫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다. 무한경쟁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없는 자원도 만들어 내는 영주시를 탓하기엔 우리의 처지가 씁쓸하다.

행정은 삼령오신(三令五申) 해도 묵묵부답(不答)이다.(세 번 말하고 다섯 번 더 말해도 대답이 없다.) 부디 시위소찬(尸位素餐)하며 수서양단(首鼠兩端)하다 서제막급(臍莫及)에 이르지 않기를 빈다.(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공적만 챙기다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물러날) 기회를 잃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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