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기에 우리의 삶 더 가치 있어”<ㅠㄱ>“아내와 아들이 삶의 힘”‘왜 살아야 하나?’에서‘어떻게 살까?’로

한쪽 팔을 잃은 아빠와 거동이 불편한 엄마에게 아들 근호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아빠, 엄마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아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는 아내, 가족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아빠. 이들은 따로 떨어져 살 수 없기에 더 없이 행복한 동행의 아름다움으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 함께 움직이면 눈이 동그래진다. 먼저 한쪽 팔이 없는 우리 아빠를 보고 그 다음에는 뒤뚱거리며 겨우 걷는 우리 엄마를 보고 다음엔 내가 걷는 모습을 쳐다본다.

아빠와 엄마는 장애인이라 쳐다보는 것일 테고 나도 장애인일 것이라고 생각해 한번 더 쳐다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건강하다. 또 불행하지도 않다. 나는 행복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우리 부모님이 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들이다.’(근호의 일기 중)

아들 근호(10) 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100점’만 고집하는 우등생이다.

“우리 아빠는 한쪽 팔이 없어도 경운기나 오토바이 등 못하시는 게 없는 만물박사이세요. 다른 어른들은 두 손으로 운전하고 두 손으로 일을 하지만 우리 아빠는 모든 일을 한 손으로 하십니다. 그런 아빠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근호는 하나님께 매일 기도한다.‘제발 우리아빠 손과 팔을 돌려주세요’라고...

해제면 용학리 도성마을에 사는 김순택(45, 절단장애 3급)·화춘자(45, 지체장애 1급) 부부.

결혼 1년 만에 아들 근호를 얻었다. 부모들의 불편한 몸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주변의 만류도 컸다. 하지만“결혼을 한다면 아이를 꼭 낳고 싶었다”는 어머니 화씨의 욕심이 건강한 아들을 갖게 했다. 실제로 화씨는 근호를 임신했을 때 결핵, 간질환까지 앓아 임신을 알게된 8주부터 출산까지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화씨는“근호를 처음 가슴에 안았을 때 구름을 타는 기쁨이었다”며“당시 살아 계셨던 시어머니는 자신의 몸도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들까지 간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아들과 아내 덕에 열심히 살아가는 남편 김순택 씨는 왼팔이 없지만 삶의 가치는 뚜렷하다. 스무 살 무렵 부산으로 취업 나갔다가 왼팔을 잃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한 손으로 생활하는 과정에서“나는 왜 이렇게 되었고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질문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35살 때 누나가 지금의 동갑내기 배우자 화씨를 소개하여 결혼, 아들 근호가 태어나면서 그 질문의 해답을 얻었다.

“결혼 후 힘들 게 없었습니다.왜 살아야 하나”가 해결되다 보니“어떻게 살까”의 문제에 답하기는 쉬웠지요.”

“나보다 장애가 큰 아내와 어렵게 얻은 근호를 책임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편한‘외손’의 삶을 받아들이면서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0년 전부터 남의 밭을 임대해 배추와 양배추농사를 시작했고 여러 번 실패 끝에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어머니와 살던 초가집을 리모델링도 했다. 또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화장실을 집안에 설치했고, 오토바이, 경운기 등 농기계를 혼자서 운전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넉넉하지는 않지만 공부 잘하는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면서“열심히 살다보면 결과가 크지는 않을지 몰라도 분명 보답은 있는 만큼 새해에는 반드시 내 손으로 소를 키워보겠다”고 소망도 피력했다.

김씨는 이 순간에도“왜 나에게는 남들보다 환경이 안 좋고 몸이 불편하고 힘든 일만 찾아올까”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힘들고 불편할수록 당신에게는 더욱 분명한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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