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과 아교(阿膠), 교제(膠劑)

▲ 무안군노인전문요양병원 이한창 한방과장
제게는 두 분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한 분은 침(針)의 선생님이며, 다른 한 분은 약(藥)의 선생님입니다. 제가 그래도 ‘침 좀 놓는다’하는 건 이 침의 스승님 덕분이죠. 그러나 침이 참으로 효과가 빠르고 좋은 치료수단임에 분명하지만, 앞선 글들에서 말씀드렸듯이 침만으로 모든 병이 낫는 것은 아닌지라 다시 약의 대가를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고, 현재도 한 달이면 주말마다 2-3회씩 선생님을 뵈러 먼 길을 오갑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선생님을 뵙고 온 직후입니다)

이 선생님(약을 잘 쓰시는)께서는 일주일에 하루만 진료를 하시며, 그것도 난치병 위주의 진료를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제자들의 간곡한 요청에 몇 년 전 후배 한의사들을 모아 관절염 치료전문 한의원을 내셨습니다. 이 한의원은 개원한 지 얼마 안됐지만 관절염 치료에 있어서는 짧은 시간 만에 한의학계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가 되었습니다. 그 한의원의 치료제와 그 제조방법이 핵심이었는데, 그 핵심 치료처방에 대해 선생님께서 환자분들을 위해 기고하신 내용을 여기에 옮겨왔습니다. 제가 다시 쓰는 것 보다는 선생님의 글로 전달하는 것이 그 내용이나 깊이 면에서 나을 듯하여 오늘 이곳에 실어봅니다.

『점술 책으로 잘 알려진 주역(周易)의 내용 중에서 공자(孔子)가 저술한 부분인 십익(十翼)의 문언전(文言傳)을 살펴보면 “같은 소리는 서로 응(應)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를 구(求)하게 된다....(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聖人作而萬物覩 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구절은 “같은 기운은 서로 통하여 모이게 된다는 동기상구(同氣相求)”를 표현한 글로서 자연주의적인 관점에서 생활을 영위해 온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서는 생활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던 이론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동기상구(同氣相求)하는 이론에 바탕을 둔 관습은 현대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날 술을 잔뜩 먹은 후에 해장국으로 애용하는 선지국은 간(肝)의 구성물질과 유사한 선지를 이용하여 간의 해독능력을 도와줌으로써 숙취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로를 회복하고자 하는 음식입니다. 또한 과도한 노동으로 몸에 기운이 빠졌을 때 즐겨 찾는 사골(四骨) 역시 소의 네 다리뼈를 푹 고아서 만든 것으로서 사람에게 뼛심을 길러준다는 의미로 먹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이 이론에 바탕을 두어 사용되기 시작한 약재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태열(胎熱)로 인한 소아의 두드러기에 좋은 효과가 있는 선태(蟬)는 매미의 허물로서, 매미의 피부가 사람의 피부에 작용하여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재입니다. 무릎이 아플 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송절(松節)이나 우슬(牛膝)은 각각 소나무의 마디와 쇠무릎을 닮은 식물로서 역시 형태적인 유사성에서 취상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약들입니다.

교제(膠劑)는 동기상구(同氣相求)의 이론에서 출발한 약입니다. 교제(膠劑)란 동물의 가죽, 뼈 등을 약한 불로 10시간 이상 고아서 만든 한약 제제로서, 도토리를 물에 넣고 오랜 시간동안 달여서 만든 도토리묵과 유사한 개념의 약재입니다. 교(膠)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기록은 주례(周禮)의 동관고공기(冬官考工記) 중에서 활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기술한 궁인(弓人)에 처음 등장합니다. 즉 교(膠)의 탄력성과 접착성을 이용하여 활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틈을 메우고 부속품을 붙이기 위한 일종의 접착제로서 사용한 것입니다.

접착제로 사용되던 교제(膠劑)가 약로서 사용된 기록이 보이는 것은 한약재의 원류(原流)라고 할 수 있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입니다. 이 책에는 등장하는 아교(阿膠)와 녹각교(鹿角膠)는 교제(膠劑)가 지닌 탄력성과 접착성을 이용하여 인체의 결합조직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충하여 인체의 탄력성을 되찾고 병을 치료하고자 한 것입니다. 동기상구(同氣相求)의 개념에서 시작된 이 약재들은 실제로 예상하는 효과를 나타내었습니다. 즉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아교(阿膠)나 사슴의 뿔로 만든 녹각교(鹿角膠)는 극심한 피로나 노화로 인하여 살의 탄력이 없어지면서, 요통이나 관절통 등이 있을 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들의 탁월한 효과로 인하여 후대로 내려오면서 구판교(龜版膠), 별갑교(鱉甲膠), 호골교(虎骨膠) 등 다양한 교제(膠劑)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 입니다. 최근 한의학계에서는 이러한 교제(膠劑)의 효과에 착안하여 관절 주변 구조물의 결합조직을 보충할 수 있는 약재를 엄선하여 관절에 특효를 가진 교제(膠劑)를 새로이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동기상구(同氣相求)의 이론으로 약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교제(膠劑)들은 실제로도 관절의 영양에 필수적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젤라틴(gelatin)이라는 성분으로서 일반인들이 젤리라고 부르는 말랑말랑한 식품의 주된 성분입니다. 이 젤라틴(gelatin)은 관절 연골, 힘줄, 인대 등의 관절주변조직을 구성하는 핵심성분인 콜라겐(collagen, 교원질)의 분해산물로서 관절주변조직의 영양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최근 관절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역시 이러한 맥락의 약들입니다. 즉 연골(cartilage)을 구성하는 주된 성분을 섭취하여 관절염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인기에 비해서 효과는 미미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연골(cartilage)이란 뼈의 연장선상에 있는 완충작용을 위한 구조물로서 힘줄이나 인대와 같은 연조직과는 달라서,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을 섭취한다고 해서 쉽게 재생될 수 있는 구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절의 부상이 잦은 축구선수들이 치료를 받은 후에 빠른 속도로 시합에 복귀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운동으로 인하여 관절주변조직이 튼튼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술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기 전에 지긋지긋한 관절의 통증을 없앨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힘줄(tendon)과 인대(ligament)와 같은 관절주변조직을 강화시켜주는 젤라틴(gelatin)성분을 통하여 이들 조직에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관절의 지지기반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교제(膠劑)는 이러한 젤라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 성분에 체내에서 효과적으로 흡수되어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상의 관절명약(關節名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절명약(關節名藥) 교제(膠劑)의 개발은 OO한의학연구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연구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서, 현재 퇴행성관절염과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에 있어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제(膠劑)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는 지긋지긋한 관절통증으로 인하여 진통제 복용이나 관절주사 등의 치료를 받으시면서 수술까지도 고려하고 계시는 환자분들께 자신 있게 권해드릴 수 있는 최상의 관절재생 치료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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