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열문화는 유별나다. 땅에 의존하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사회는 조상 대대로 한 마을에 살아온 정착도가 강한 사회다. 정착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려면 위와 아래, 높고 낮은 서열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상하 위계질서, 즉 서열이 강한 사회집단 중 하나가 공무원 조직이다. 서열은‘호칭’을 통해 상하관계가 구체화됨으로서 위계질서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무안군 공무원 조직의 그 호칭을 보면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군 공무원의 경우 6급 이상 간부 공무원은 통상‘실·과장’혹은‘담당관’‘계장’등의 공식 직위가 있고 그렇게 불린다.

가끔 일과 중, 계장이 과장에게‘형님’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별 거부감 없이 받아진다.

7급 이하 공무원은 직위가 있어도 호칭은 가지가지이다. 때문에 상급자가 하급자를 부를 때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어이’‘자네’등으로, 직급이 같은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형님·동생’또는‘언니·동생’등으로 불러진다. 사적 호칭이 자연스럽다.

내부적으로 적절하고 통일적인 호칭이 마련되지 않아 사적 호칭이 남발되는 것처럼 보여도 위계 질서가 있고 조직이 안정되게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서열문화’‘형님·동생 문화’의 힘이다.

이 같은 서열문화는 지역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 심지어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군수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역할·직위보다 형님·동생 등 연령이 우선시 되는 전근대적인 조직풍토가 형성된 것이다.

지역에서 형님동생으로 통하는 서열문화가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공적인 사안을 놓고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문제로 작용한다.

어떤 공적인 결정이 내려진 다음 자신에게 불리하게 됐을 경우, 지역사람들은 대부분 서운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다.‘자네가 나 한테 그럴 수 있냐?’‘형님이 나한테 이럴 수 있소?’비판적인 기사를 쓸 경우에도 가끔 이런 경험을 당하기(?)도 한다.

감성적이고 정적인 분위기가 우선하는 형님동생문화는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공적 영역까지 침범함으로써 결국 무안이라는 지역사회를 ‘고인 물’로 가두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공과 사가 구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라도‘호칭’을 바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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