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겪은 스트레스 경험 떠오르는 증상
가부장적 남성중심 가족제도의 부적응 상태

▲ 무안종합병원 정신과 박찬원 원장
주부 명절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많은 주부들이 불안, 초조, 우울, 불면, 위장장애, 호흡곤란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 병을 말한다. 주부 명절 증후군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명절을 전후해 겪은 스트레스 경험이 떠올라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성 질환의 하나로 분류된다.

이런 증상들은 핵 가족화된 가정의 주부들이 명절 기간 동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대가족제도에 합쳐지면서 정신적·신체적 부적응상태를 겪는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명절의 주부는 귀향과정의 장기이동과 생활리듬의 변화라는 기본적 스트레스 외에 명절을 준비하고 치루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가사노동과 휴식부족으로 인해 육체적인 부담을 경험하고, 제사 과정이나 음식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성차별과 시댁과의 갈등, 친정방문의 상대적 소홀 등으로 긴장, 분노 및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전후의 이러한 스트레스 경험은 다음 명절이 다가오면,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신체적 피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면서 주부들의 건강을 다시 위협하게 된다.

이런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갖가지 예방 방법들이 있긴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부분을 받아들이고, 긍정적 사고와 즐거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고, 이야기 된 것은 주부들이 느끼는 명절 증후군인데, 병원에 있다 보면, 주부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들에게 명절 증후군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강한 기대감에 대한 반응이다.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 때문에 병원에 있다가도 명절을 쇠기 위하여 퇴원하는 환자분들이 많다. 아주 심한 중증의 환자가 아니라면, 퇴원을 하거나, 입원해 있다 하더라도 외박이나 외출을 통해서 명절을 쇠고 다시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역으로, 명절을 앞두고 일부러 입원을 해버리는 그런 분들도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혼자 있어야 되고, 상대적인 우울감이 더 커질 가능성 때문에 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인 것 같다.

두 번째는, 떠나간 자식들이 느끼는 명절 증후군의 형태이다. 정확한 통계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명절을 전후해서 어르신들의 영양제 투여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검사등을 하기 위해서 어르신과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마음 속으로는 부모님을 잘 챙겨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가까이서 직접 챙겨 드리지 못했던 자식들이 명절로 인해 부모님의 얼굴을 직접 뵙게 되면 그동안 소홀히 했다는 미안함에 서둘러 병원을 모시고 오는 경우를 보게 된다. 가끔씩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미안한 마음을 병원 관계자에게 투사해서 벲?걷? 잘 해 달라고 요구한다거나 “무조건”어떻게 해 달라는 식으로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 꼭 저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왜 저렇게 오버하는지 의아하게 생각이 들더라도, 보호자의 평소 미안했던 마음으로 보게 되면 보호자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명절의 모습을 통해서 보더라도, 세상이 빠르게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명절의 다양한 모습도, 옛날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달라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고 무척 생경한 모습이지만, 요즘은 너무나도 쉽게 행해져 가고 있는 형태를 보게 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 같다. 이 빠른 변화에 적절히 적응해 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한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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