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욕심은 묻혀버리는 곳

서른셋 봄날, 도시생활을 접고...
도시는 화려하고 빠르다.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잠시라도 지체할 경우 여지없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낙오자가 되고 만다. 주말이 되면 마땅히 갈 곳도 쉴 곳도 없다. TV를 보거나 밀린 낮잠스올 소일하는 것이 전부다. 나들이라고 해봐야 각종 경조사나 술자리가 전부다. 문명과 부는 일구었지만 값지게 쓰는법은 모른다.

서른셋 봄날, 당시 나는 도시생활에 신물이 난 터라 털르 잡을 땅을 찾아 지리산을 비롯해 땅끝, 완도 섬마을까지 좋다는 명촌(名村)은 근 6개월 동안 헤집고 다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지막에 만난 최악의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내가 터를 잡은 '월선리'다. 집이 들어설 만한 곳은 어김없이 호사스러운 기단과 비석으로 치장한 무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천형처럼 가난을 짊어지고 사는 농투성이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 나는 신발도 신지 않고 한참 철지난(5월 이었으므로) 야생화를 옮겨 심고 있는 마은 후반의 한 사내를 만났다. 단치 "꽃이 어여뻐 사람들과 같이 보려고"라는 것의 그의 이유였다. 이 사내의 작업은 푸른 달빛으로 머리를 각은 스님처럼 세상에 너무나 여유롭고 평온했다.

"강이 흐르고 산세까지 수려했으면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 차지가 됐겠는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좋은 터는 자연 따라오기 마련이네. 내 땅을 줄테니 집을 짓게."

그래서 나는 지나치게 낙관주의 자거나 허풍일 수도 있는 사내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예닐곱 평되는 초가집이었다. '복사꽃피인집'이라는 현판도 달았다. 그 후로 알게된 사실이지만 마을 곳곳에 심어진 복사꽃하며 회화나무, 봉선화, 코스모스 등 고향꽃들이 하루 아침에 심어진 것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월선리 예술인촌' 자류롭고 풍요로운 '무릉도원'
그의 말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보잘것없는 마을을 다녀갔다. 이곳저곳 황토를 쌓아 집들이 지어지고 해마다 심은 복사꽃은 어김없이 연분홍 꽃망울을 터트렸다.

마을에서는 전남도에서 지원을 받아 한옥 한 채와 황토집 2채를 지었다. 우리는 월선리의 색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화가 정구을선생과 천연염색을 하는 민경선생의 승달산방에서는 찾아드는 사람들이 난을 치기도 하고 황토염색이며 감역색이며 자연을 닮은 염색을 한다. 유기농을 하는 박대윤씨 집에서는 황토찜질방에 무안 황토고구마로 담근 막걸리가 일품이다. 계절마다 농사를 체험할 수도 있다.

나의 한옥은 무화당(無化堂)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부귀와 영화 세상의 모든 욕심을 묻어 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였다. 황토와 옥가루, 솔잎, 찻잎으로 벽을 쌓고 100년 누옥 구들을 뜯어다 방을 만들었다. 극작가 김우진의 초혼묘가 있는 마을인데다 내 스스로가 작가이기 때문에 대부분 작가들의 창작실로 활용할 생각이다.

처음에 몰랐다. 일상에서 벗어난 자극적인 유희도 없었고 좋은 풍광과 먹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도시인들에게 월선리는 집착하고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드는 지를.... 썩은 물을 정화시키는 방법에 물을 퍼내는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 김문호처럼 그 양이 적더라도 끊임없이 맑은물을 채워 넣다보면 그 속에 사는 물고기며 물풀이며 곤충들 하나 다치는 법인 없이 맑은 물로 바꿔갈 수 있는 것이다.

월선리는 도시에서 상처받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쉼터이다. 또는 그들의 이야기를 예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들의 충전소다.

방문객들이 주민으로 바뀌면서 예술인들이 20명을 넘었고 누구든 사람에 상처입고 도시에 지친 이들은 월선리를 찾아든다. 곳곳에 집을 짓는 풍경이 이어지면서 묘지는 사라지고 죽은 사람이 차지할 땅이 산 사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이 사내의 작은 꽃씨들이 발아해 그 다사로움으로 사람들을 전염시키면서 월선리는 누구든 자유롭고 풍요로운 '무릉도원'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 민박길잡이 >
주소 :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650
문의 : (061)452-0045, 018-622-3550
객실정보 : 3평(2실) : 4~9월 7만원, 10~3월 10만원
예약계좌 : 우리은행 389-029463-01-101 (김대호)
주변관광지 : 초의선사탄생유적지, 회산연꽃방죽관광지, 승달산, 무안컨트리클럽, 월선리예술인촌
찾아가는길 : 서해안고속도로 → 일로IC →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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