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항생제 장어양식
「행자부 선정 신지식인」몽탄면 박성훈씨
광합성 미생물로 어병(魚病) 잡아 튼튼

여수수산대 박사과정

32년 대(代) 이은 양식전문가

▲ 사료 먹는 장어
‘양식 장어는 항생제 덩어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장어양식에 성공한 박성훈(39, 몽탄)씨.


몽탄면 당호리 파군교 저수지 밑에서 1,200평의 장어양식장을 운영하는 박씨는 무 항생제 양식으로 지난 2003년 행정자치부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박 씨의 집안은 32년 째 장어를 양식하고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문이다. 장어양식 초창기인 지난 1974년 아버지 박순두(69세)씨는 인근에서 최초로 장어양식을 시작한 선구자로 규모로는 전국에서 세 번째에 이를 만큼 대단했었다.

이러한 아버지 슬하에서 박 씨는 오로지 가업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994년 여수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북광주수협에서 장어 경매인으로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유통구조를 파악한 뒤 1995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식장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양식 장어는 항생제 덩어리’라는 보도를 하면서 장어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부각됐다. 


“마이신의 쓴 맛 때문에 장어가 사료를 잘 먹지 않게 돼 사실 많이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항생제 과다 사용을 문제삼았고 저는 어떻게든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양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박씨의 노력은 시작됐다. 대학 전공 지식과 일본, 중국견학을 거치면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장어를 양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연구에 몰두, 결국 항생제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성공했다.  


무 항생제 양식 원리는 간단하다. 양식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사료찌꺼기와 배설물이 부패하면서 분출되는 가스 때문에 장어가 각종 질병에 걸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면 배설물과 사료찌꺼기가 부패하기 전에 자연분해 시키면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 광합성 미생물제를 사료에 투여
때문에 박 씨는 바닥 찌꺼기 청소를 물갈이에만 의존했던 것을 탈피, 국내 최초로 오염물질 분해효소인 광합성 세균 스페라투스를 사료에 섞어 먹임으로써 장어 뱃속에서부터 미생물이 배양돼 분해를 시작하고 배출 후에는 물속에서 찌꺼기를 자연분해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이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뱀장어가 야행성 어류이다 보니 차광이 당연시 되어왔던 양식장 구조상 햇볕을 좋아하는 광합성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광막을 과감히 걷고 자연 채광을 실시, 자연상태와 가장 근접한 환경을 조성했다. 당시로서는 엄두내기 힘든 결단이었다.

또한 광합성 세균의 과다 번식을 막기 위해 황토를 적절히 사용하는 그만의 노하우도 갖게 됐고 항생제 대신 목초액을 이용하고 유산균, 토코페롤을 함유한 비타민C, 강장제, 생균효소제 등을 사용해 병 발생 이후 치료보다는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체(魚體)의 면역력을 높이데 중점을 뒀다.


이 같은 박 씨의 친환경적 양식기법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사료를 먹고 나서 증체율이 80~90%에 이르면서 통상 뱀장어 양식기간이 10~11개월 걸리던 것이 5~6개월로 단축돼 노동력 및 생산비 절감으로 150%이상 소득이 증대됐고, 년 간 3개월 이상 양어장 휴식기를 둘 수 있어 일광 소독효과로 인한 세균 및 기생충성 포자를 박멸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질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됐다.

   
▲ 사료 먹는 장어
항생제 사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면서 양어환경 개선으로 최상급 육질의 장어가 생산되는 순(順)순환으로 체질이 개선된 것.


박 씨가 개발한 세균성 양식 방법은 특허까지 받았고 년 간 60~70톤을 생산해 9~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씨가 성공한 수산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정전으로 인한 집단 패사, 지난해 폭설로 양식장이 무너져 2억5천만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려움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장어양식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은 인공부화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치어를 자연에서 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들쑥날쑥해 일반인들은 장어양식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어 값이 비싸면 성어가격도 비싸고 치어 값이 싸면 성어가격도 내려가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는 무척 안정적인 구조입니다.”


박 씨는 자신이 개발한 양식기법을 인터넷을 통해 게재함으로써 많은 수산인들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또 마을 친구인 안영균 씨를 장어양식의 길로 인도해 안 씨 또한 고소득을 올리는 수산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배움에 대한 열정도 커 여수수산대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 씨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기술지도를 하고 본인도 1곳인 양어장을 3곳으로 늘려 장어양식단지 조성의 꿈을 갖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몽탄 명산에 장어 통조림 공장이 설치돼 200여척의 장어잡이가 성어를 이룰 만큼 ‘명산장어’의 명성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은 영산강 하구언 축조로 바닷물의 유입이 끊기면서 사라 졌습니다. 비록 자연산 장어는 아니지만 자연산에 버금가는 친환경 양식 장어로 제2의 ‘명산장어’ 전성기를 열고 싶습니다.”


1996년 초등학교 동창인 동갑내기 임수영씨와 결혼해 2남 1녀를 둔 박 씨는 현재 무안군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 직을 맡고 있고, 올해 6월 돌돔 치어 12만 마리를 홀통과 조금나루 유역에 방류했으며, 내년에는 대하 종묘를 방류할 계획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무안 연안에 맞는 어종을 찾아 수산 소득향상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