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분재 생산량 30% 차지
씨앗파종부터 대량생산 체제, 대(代) 이은 기술력 으뜸
완성품 직전 대목형태 상인거래, 부가가치 창출 한계

 노송 등 거목(巨木)의 수목미를 재현시키기 위해 수목을 얕은 분과 잘 조화시켜 심고 적절한 배양으로 재 탄생시키는 분재(盆栽). 단순한 지식과 기술로 이루어진 기예(技藝)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행위라 말할 수 있는 분재 안에는 자연의 섭리와 신비가 스며 있다.

 
정성을 쏟은 만큼 아름다움을 보인다는 분재는 작은 공간에서 큰 자연의 미를 만끽할 수 있어 사군자와 같은 선비적 풍모가 물씬 풍길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주거 환경에도 어울려 인테리어 작품에도 각광받고 있을 만큼 일반인들의 분재 사랑은 여전하다.


기원전 중국의 고분벽화에도 등장하는 분재가 우리나라에 정착되기 시작한 시점은 약 500여년 전으로 보고 있다. 사대부들의 취미생활이던 것이 근대에 들어 상품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의 한 형태로 변모, 현재 전국에 수백개의 분재원들이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나무를 이용하거나 분재목을 사들여 완성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국내 분재 생산량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분재메카이자 분재목 공급처가 바로 우리지역 해제면으로 알려져 군 소득 창출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또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편집자주)

전국 상점에 진열·판매되고 있는 분재 작품들의 묘목 대다수가 해제를 태생지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해제면이 우리나라 분재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군민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러나 분재 업계에서는 해제지역 분재원에서 생산되는 분재목들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 상인들을 통해 유통되는 통계까지 합하면 그 점유율은 훨씬 더 높다는데 이견이 없을 만큼 확고 부동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야트막한 마늘 양파 밭 너머 갯펄과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 속에 무심결에 해제를 들어오다 보면 자칫 놓칠 수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주위를 살펴보면 해제면 일대 곳곳에 분재 묘목 밭이나 분재원을 안내하는 간판들을 접할 수 있다.
해제면에서 분재 생산을 업으로 삼고 있는 농원들은 정식 등록된 15곳을 합쳐 어림잡아 20여개 정도.


한때는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경남 창원 등지에서도 분재목 생산을 겸한 분재원들이 곳곳에 있었으나 IMF 이후 시장위축에 따라 대부분 농원들이 소재 목 생산을 중단한 반면 해제면 분재원들은 대부분이 유지되고 있을 만큼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튼튼한 기반은 우리나라 분재계의 원로로 불리는 문형열(해제 분제농원, 양간리)씨를 정점으로 곰솔분재원(대표 김용진, 유월리), 당산분재원(대표 김정복, 만풍리), 중앙분재원(대표 최철우, 용학리)등 수십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1세대들에 이어 2, 3세대 분재원들이 명맥을 유지할 만큼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제 분재의 특징이자 강점은 전국의 많은 분재원들이 소재 목을 구입해서 상품화하거나 완성된 분재의 유통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삽목 등 씨앗 파종에서부터 상품이 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수십년에 걸리는 모든 과정을 각 분재농원이 보유한 자체 기술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각 분재원들의 개성에 따라 만들어지는 분재의 작품성도 뛰어나 기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작들도 더러 생산돼 전국의 애호가들에게 판매되고 있을 만큼 대단한 명성을 보유하고 있다.


뿌리 분재원 노창렬 씨는“해제분재의 강점은 선후배간의 완벽한 분재 관련기술이 확보 되어있고 그러한 기반 위에 각 농원마다 연속성을 갖고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며“이는 우리나라 분재산업에 해제면 분재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라고 말한다.


해제지역 분재원들은 하나 같이 면 단위에서 일개 산업 부분에 전국 30% 이상을 점유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데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해제 분재산업이 전남은 고사하고 무안지역 내에서도 회자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는 분재원 대부분이 다량의 분재목을 소수의 거래상인들의 기호에 맞추어 생산하다 보니 나무마다 개성 있는 완성목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데 이유가 있다.


매년 5천여 주의 나무를 분에 옮겨 출하를 한다는 대천 분재농원 강창일 씨는“해제면 분재농가들이 우리나라 분재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분재목을 공급하는 등 여러 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몇 군데 농원을 제외하면 완성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낮은 완성품 직전의 대목형태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예술장식의 성격이 강한 분재 특성상 완성품이 아닌 분재목을 공급하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인식은 낮기 때문에 전국 업계들에서 차지하는 명성에 비해 분재 애호가들에게 퍼진 명성이 낮다는 것.


결국 내 고장에서 길러진 분재가 각 농원의 명찰을 달고 소비자에게 전해질 때만이 그 우수성이 입증된다는 측면에서 분재원마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유통구조를 단일화할 필요성과 지자체 차원의 발전 계획도 세워 완벽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한 것으로 귀결된다.


청계면에서 분재원을 하고 있는 김성식(2005년 한국분제조합 전남지부장)씨는“전국의 분재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무안군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분재의 경매, 도·소매와 년중 전시가 가능한 분재타운 건설이 절실하다”며“전국에 공급되는 다량의 분재목이 생산되고 있는 무안군에 걸 맞는 유통시설이 생긴다면 지역 농가와 상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무안 분재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분재 애호가 이 모씨(해제)는“해제 등 무안의 우수한 분재는 황토, 갯벌 등과 견줄 수 있을 만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갖추어진 재원을 이용하면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 않기에 분재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무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제 / 이두범 기자idb@muannews.com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