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왕” 후보자는“굽신”

상가집, 결혼식, 모임장소 후보자 집합체 유구무언 후보자들 당t선되면 입장돌변 유권자“배짱 있는 후보 보고 싶다”

5·31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둔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만나면 고개부터 숙인다. 조금 심한 말을 듣더라도 무조건“예”대답만 할 뿐 유구무언(有口無言) 속에 유권자의 표심은 연일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후보자들이 비굴함을 무릅쓰고라도 한표잡기에 전력을 쏟은 데는 당선만 되면 입장이 역전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남은 선거기간 동안 나를 철저히 버린다는 각오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많은 군의원 후보들의 표심잡기는 군수, 도의원 후보와 달리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진다.

군수 후보는 인물본위가 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져 있고, 도의원 역시 지역과는 커다란 영향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인식 때문에 지역 정서 중심의 정당 표심이 지배적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기초의원은 이번 선거가 지난해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중대선구로 치러지다보니 과거 내 지역만 관리하면 차기를 보장받았던 때와는 달리 생면부지의 읍면에 나가 후보 얼굴 알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

더구나 각 읍면마다 정당이 달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가 대부분 확정돼 있어 출생지가 다른 후보에게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것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A모 후보는“아직 선거조직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주변사람을 통해 나를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권자들은“알았다”“잘해보라”식의 무관심 대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이럴 경우 후보에 출마한 자신에 자괴감마저 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후보군들이 자신의 이름자를 알리는데 가장 좋은 곳을 상가집이나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 꼽고 있다. 후보들은 선거구내 애경사 장소 자료 수집을 통해 만사를 제쳐 두고 찾아가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 봄철 선진지 견학을 떠나는 각종 사회단체 및 이장단의 집결 장소도 후보군을 자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후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이들 장소를 찾아 얼굴을 내밀고, 배웅하는 모습도 요즘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이에 김모씨(46)는“선거 때만 되면 허리 굽히는 후보들이 당선만 되면 얼굴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며“자신이 최고의 심부름꾼이라면서도 당선만 되면 초심을 잃고 나몰라 하는 행동이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 온 만큼 차라리 당당한 모습을 선보이는 후보가 보고 싶다”고 일침했다.


● 박금남 기자
naisari@muannews.com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