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지금 농촌은 막바지 농번기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오죽 했으면 부지깽이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고 했을까?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온 올해는 6.13 지방 선거와 맞물려 우리로 하여금 짜증을 가중시키게 하고 있다. 곳곳에서 유세가 이루어지고 선거운동원들은 발이 부르트도록 각지를 헤집고 다니고 있다.

거리유세와 가정방문은 물론 논밭까지 찾아와 한 표를 부탁하는 열성은 가히 존경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이 곱지만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방선거 속에서 나 자신이 이미 향응이나 금품제공으로 표를 사모으는 싸구려 난장판의 소비자로 전락되지는 않았는지 타인을 비판하기보다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불과 며칠 남기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투표보다는 영농에 바빠야 하는 시점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터까지 찾아와 음료수를 권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운동원들의 절박한 입장도 이해되지만 하루에 수 십 병의 음료수를 마시고 일일이 응대하다보면 농사일 마저 방해가 된다는데 농번기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죽제가 될 지경이다.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는 법이다.

고칠 수만 있다면 선거일정을 겨울이나 농한기 때로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그러나 어디 그런 일정 변경이 만만한 일이겠는가?
민주주의의 꽃인 지도자를 뽑는 선거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선택이 관건임에 분명 하리다.

시기에 맞지 않는 선거 일정이라고 할지라도 나 한 사람의 참여가 지역과 사회를 바로 세우는데 일조 한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은 지역에서 편당을 가르고 이해타산을 따지는 선거 풍토 속에서 부화뇌동하는 주민정서는 결코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아성이라는 호남지방, 그것도 전남 서남부 지역은 텃밭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민주당 일색의 지원이나 지지가 이미 무너져 내렸음을 무소속 후보자들의 도약에서 읽을 수 있듯이 변화하는 주민 정서가 바른 선택을 위한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곳곳의 지역 유세장을 둘러보면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바쁜 일손을 팽개치고 달려와 관심을 가져야 할 유권자들의 관심이 냉담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선거를 치르는 일이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의 몫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정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은 자기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굴러간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떳떳한 한 표를 던져 정정당당한 후보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후보자들로 하여금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여론몰이를 통한 군중 심리를 이용해 아전인수격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신만이 최고라는 오만방자한 후보자들에게는 과감히 낙선의 쐐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