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부랑아일시보호소로 개원, 2002년 성인시설로 전환 / 정신지체 장애우·행려자 등 44명 자활의 보금자리

원내 축사 지어 양계사업, 사회복귀 프로그램 내실
복지사 등 직원 배치 40명당 1명, 요건 완화 희망

청계면 복길리 한적한 곳에 위치한 부랑인선도보호시설 동명원(원장 김승호).

지난 1967년 4월 목포시 대성동에 성덕부랑아일시 보호소를 설립한 후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한 이래 사회적으로 소외받거나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부랑인들을 보호하고 자활을 통한 사회복귀를 돕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복지시설이다.

동명원의 모태인 성덕부랑아일시보호소가 목포에 설립될 당시는 구두닦이, 넝마주이, 껌팔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전쟁 고아들이
항구와 선창가 지역에 유난히 많았던 빈곤과 혼란의 시기였다.

마땅히 기거할 곳 없이 역 대합실이나 빈집 등에 무질서하게 모여 살며 때론 범죄까지 저질렀던 이러한 부랑아들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였고 정부나 민간 복지가들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던 때였다.

이에 현재 동명원 김승호 원장의 부친인 청계출신 故 김춘식 선생이 부랑아 일시보호시설로서 설립한 후 1972년 직업보도시설 성격의 동명원으로 개명, 15년 남짓 운영해 오다 더 넒은 공간의 자연 친화적인 재활 터전을 마련코자 지난 1984년 본인 소유의 과수원을 개간한 현 위치에 자리를 옮겼다.

이후 동명원은 사회 발전에 따라 부랑아동 수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정부차원에서 시설 전환을 유도, 지난 2002년 18세 이상 부랑인시설(성인시설)로 재 허가를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고, 무안지역에 위치한 시설이지만 보조금 지원 등 모든 부분의 지도 관리 등은 목포시가 맡고 있다.

4천여평의 넓은 부지에 20여개의 생활방, 식당, 기타 교육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는 2층짜리 원사에 축사, 운동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는 이 곳에는 현재 김 원장을 비롯, 간호조무사, 생활복지사 등 직원 9명과 정신·지체·언어 장애우 27명과 연고가 없이 선원이나 노숙 생활을 하다 일시 기거를 위해 몸을 의탁하는 행려병자 등 모두 44명의 생활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생활자들 중에는 과거 부랑아 시설에서부터 함께 하며 성인으로 성장한 이들도 많고, 지능은 떨어지지만 너무도 순박한 장애우들이 많다보니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어 주고 복지사들의 정성어린 지도에 순응하며 질서정연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설 때 시설 생활자들이 마을 도로 제설작업을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복길리에서 인근 텁석골 마을까지 도로변 쓰레기 줍기 등 대민봉사를 하는 등 고립과 폐쇄적인 운영에서 벗어난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설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승호 원장은“부랑인 시설은 사회적 편견에서 발생하는 주민 민원이나 혐오시설이라는 인식도 있을 법 하지만 동명원은 모든 생활자들이 자립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독실한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생활하고 있어 조용하고 모범적인 시설 운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동명원은 매주 요일별로 미술, 체육활동, 한글교실, 시청각교육 등 사회적응 교육에 힘쓰고 있고, 매월 축제, 관광지 방문, 박물관 견학, 대중목욕탕 이용, 쇼핑 등 괴리감을 줄이고자 하는 다양한 사회복귀 프로그램들이 내실있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동명원의 생활상을 담은 소식지 ‘나루터’를 발간, 지역주민과 도움주고 있는 수많은 기관·사회단체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자활사업프로그램으로 선원출신 생활자들을 활용한 꽃게망 사업과 더불어 정부 보조금 5백만원을 지원 받아 원내에 축사를 지어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양계사업에 나설 계획으로 자체 재원 마련과 생활자들의 직업의식과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사업도 병행, 알뜰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금년 초에는 청계면과 인근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진입로 가포장을 마쳤고, 정부 지원이 확정돼 원내 개보수와 더불어 금년부터 시설수용 장애인들에게 새롭게 지급되고 있는 월수당(중증 7만원, 경증 2만원)을 받기 위해 장애 생활자들에게 장애카드 발급을 서두르는 등 복지에 더욱 힘쓸 방침이다.

하지만 동명원은 부랑 아동시설에서 성인시설로 바뀌면서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적잖은 애로점도 겪고 있다. 특히 선원이나 노숙생활을 하다 일시 의탁되는 생활자들 중에는 알콜 중독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고 충분히 직업을 갖고 생활할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잠시동안 머문 뒤 탈원하겠다는 희망도 잦아 이들을 관리하는데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부랑인시설에 정부가 인정하는 복지사 등 직원 배정이 15명 당 1명인 아동복지시설 등과는 달리 40명당 1명으로 제한돼 있다는데 인력 부족도 느낀다고 한다.

김 원장은“삼향 진성원 등과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부랑인시설과 비교했을 때 동명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개인적 생각으로, 30명 당 1명씩으로 복지사 등 배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하고 시설복지연합회가 구성돼 있는 목포와 같이 무안지역에도 이러한 구심체가 생겨 종사자 보수교육이나 정보교환 등 상호 협력체계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시설의 무분별한 수적 팽창을 막고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행 신고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 조순 기자
sooniisoso@muannews.com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