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노인, 행려병자 22명 보금자리 / 「성프란치스꼬」, 「함께 사는 집」으로 개명 인가

대형 사회복지법인 지자체 지원예산 독식, 제도적 지원책 절실

폭설 피해 자산 털어 복구, 주민 혐오시설 인식전환 필요

몽탄면 약곡리 519-1번지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함께 사는 집」.

지난 1993년 행려병자 수용시설로「성프란치스꼬의 집」으로 시작해 12년 만인 올해 4월 노인복지시설「함께 사는 집」으로 개명해 정식 허가를 받았다.

5백여평 부지에 2동의 조립식 수용시설과 1동의 관리동을 갖추고 있는「함께 사는 집」은 박상규(68) 원장과 그의 가족들이 사회봉사라는 일념 하에 어려운 재정요건에도 불구하고 오갈 데 없는 22명의 행려병자와 무의탁 노인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함께 사는 집」이 처음 있었던 곳은 삼향면 임성리 상용마을. 13년 전 가정주부였던 신순심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행려병자들을 돌봐오던 것이 시초였다. 이후 우연히 이곳을 위문 차 방문했던 박상규 원장이 행려병자들로부터 구타까지 당하는 등 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씨를 보고 이를 안타깝게 여겨 대신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여자 혼자 거친 행려병자들을 돌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때로는 눈에 멍이 들어 있었고 허름한 비닐하우스는 행려병자들의 소동으로 부셔지기 일쑤였어요. 빚까지 져가며 그 일을 하고 있는 신씨가 안타까워 멋도 모르고 대신 운영할 결심을 했죠.”

일로가 고향으로 건축업과 농사일 등을 해왔던 박 원장은 신씨의 채무를 갚아주고 운영을 대신하게 됐고, 행려병자들의 소란이 잦자 마을사람들로부터 나가달라는 요구에 인적이 드문 몽탄면 약곡리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다.

사재를 들여 땅을 임대하고 조립식 건물 1동을 지어 단촐하게 시작한 <함께 사는 집>.

전문지식도 없이 사회봉사와 환원이라는 일념만으로 시작한 복지시설 운영이 이제는 그의 여생을 바쳐야할 또 그만이 아닌 그의 가족들이 봉사해야할 운명으로 자리 잡았다.

조건부 신고시설이었던 <함께 사는 집>을 허가시설로 만들기 위해 전 재산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 드디어 지난 4월 정식허가를 받아 냈다.

하지만 허가조건은 까다로운 반면 허가를 내도 행정의 지원은 전무했다. 월급주기에도 벅찬 재정 때문에 <함께 사는 집>의 운영은 가족들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원장의 하소연이다.

“사회복지사 2명, 간호조무사 1명, 땅과 건물의 등기 등 요구조건은 까다롭지만 행정의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선 지자체에 복지시설 지원을 요구하지만 예산이 없다는데 어떻게 합니까? 최소한 자격증 소지 필수 인원에 대한 임금만이라도 지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함께 사는 집>은 필수인원 충당을 위해 박 원장의 아들과 딸, 며느리가 늦깎이 대학생으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시설 운영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도 복지시설 간 경쟁에서 이겨야 받아 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복지시설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 인력을 갖추고 사업계획서를 내실 있게 작성하면 지원대상에 선정되지만 그렇지 못한 시설은 1년 내내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을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 새로 들어서는 대형 사회복지법인들이 지자체 지원예산을 독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 단계 낮은 허가시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정확한 실사를 통해 어려운 시설부터 지원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현재 <함께 사는 집>의 운영은 시설수용자 중 절반 가량 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생계비와 사회단체, 독지가 지원금 등으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4일 내린 폭설로 인해 60평짜리 조립식 건물 지붕이 파손돼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신축작업을 벌이고 있어 형편은 더욱 어렵게 됐다.

“양철지붕이 뒤틀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어떻게 합니까. 일단 빚을 내서 신축작업을 시작했습니다만 독지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마지막 남은 땅이라도 팔아야죠.”

박 원장이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함께 사는 집>. 월급한번 받지 못하고 봉사하는 그의 가족, 또 경기침체로 인해 갈수록 줄어드는 도움의 손길, 주위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편견 등 어려움은 많지만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박 원장은 복지시설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봉사정신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게 사회복지 시설입니다. 요즘 일부 복지시설이 잘못된 운영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지만 대부분의 복지시설은 자신들의 삶을 희생해가며 사랑을 베푸는 순수한 마음의 봉사자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제도적 지원책 마련과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서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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