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의회 의원 양승일

눈 내리는 서남해안을 바라다보며 점점 커져 가는 눈 피해가 깊은 상심에 잠기게 합니다. 어서 빨리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할텐데… 물 흐르듯 자연의 법칙에 맞게, 세상만사가 정상을 일탈하지 않아야 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차가운 눈보라 속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먹이를 구해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무리도 보입니다. 어쩌다가 먹잇감을 하나 구하면 스산한 겨울 갯벌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집니다. 서로 그것을 차지하려고 쪼아대고 울어대고 한바탕 악다구니를 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것을 차지하고 날아가 버리면 소란스러웠던 갯벌은 이내 좀전의 차갑고 쓸쓸한 풍경으로 되돌아갑니다.

요즘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빼앗겼던 지지를 점점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지지도가 역전되어 총선 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지도부와 당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에서의 국민의 사랑을 발판으로 꺼져가던 민주당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의 불씨를 다시 살리지 않을까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요즘 민주당 주변에서는 수많은 먹잇감을 노리는 철새들이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정국 이후 민주당에서는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하여 떠나갔던 철새들이 다시 지방선거 당선이라는 먹잇감을 구하자 서로 차지하려고 헐뜯고 아부하며 민주당에 철새 둥지를 틀려고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장의 당권 확보와 유지를 위해 그들에게 미끼를 던져가며 서로 자기 진영에 끌어드리려는 어리석은 행보를 가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이런 철새도래지가 되었단 말입니까? 먹을 게 떨어지면 다시 먹을 것을 찾아 과감히 떠나버리는 것이 철새들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이토록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지지를 잃어 가는 것이 철새들의 집합소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민주당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바입니다.

먹잇감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둥우리를 버리고 떠나가는 철새들이 있는 반면에 다가올 추운 겨울을 위해 식량을 비축하고 불어날 식구를 위해 척박한 토양이나마 밭을 갈고 거름을 주어가며 손발이 부르트고 쩍쩍 갈라지도록 일하는 황소와 같은 충직한 농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피땀 흘려가며 비축해 두었던 식량마저도 철새들에게 내어주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결국 철새들의 배만 불려놓고 먹을 게 바닥나면 다시 충직한 농부들이 먹을 것을 마련해 오지 않겠나 하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황소와 농부들이 다음 농사철을 위해 먹을 식량마저 내어 주어 그들이 굶어 죽는다면, 다시 밭을 갈고 논을 개간할 일꾼들마저 모두 떠나가 버린다면, 그 집은 잡초 무성한 폐가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진정으로 현명한 집주인이라면 그 더운 여름날 자기를 위해 충실하게 밭을 갈아온 누렁이 황소를 언제나 사랑으로 보살피고 다음 농사철을 위해 아픈데 없나 먼저 살필 것입니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바닷가에서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철새들을 바라보며 민주당을 생각하노라니 마음 한구석을 찬바람이 횅하니 훑고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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