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칼럼 서오근 무안문화원 원장

우리 민족이 예부터 조상을 숭배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겸손할 줄 아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화과정에서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유입범란(流入氾濫), 물질문명의 발달, 핵가족화의 확산 등은 우리 전통생활 양식을 바꿔놓았으며 황금만능주의, 향락주의, 개인주의가 만연되고 우리내 전통문화인 경로효친사상(敬老孝親思想)마저 퇴색 되어가고 있다.

농경시대 때는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일을 하거나, 범죄행위를 할 때는 어른들이 꾸짖어 바른 길로 가도록 훈도(訓導)하는 공동체 안의 수장(首長)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였으나 지금 세상은 청소년들이 설사 잘못하더라도 감히 지적하여 꾸짖거나 선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비행(非行)을 보고 꾸짖으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아예 보고도 못 본채 눈 감아 버리고 피해가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이다.

중. 고등학생이 버젓이 대로(大路)에서 담배를 피워도 질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연히 사서 창피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은 산아제한 이후 가정마다 자녀를 하나, 둘 두면서 더욱 심화된 사회현상이다.

하나뿐인 자녀를 기죽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온갖 채근을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지금 자라는 많은 아이들은 독선과 이기심만 팽배하여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몫을 다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아끼는 나무일수록 가지를 잘라내어 수형(樹型)을 잡아주듯이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한다면 바른 재목으로 기르기 위한 꾸짖음도, 사랑의 매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국제화 시대의 일원으로 걸 맞는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모 씨와 왕년의 인기스타였던 윤모 씨 부부가 TV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것을 시청한 일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값비싼 옷으로 차려 입은 한국의 젊은 부인 세 사람이 각각 어린애를 대동하고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단다.

세 어린애가 그 많은 손님들의 식탁틈바구니를 헤집고 큰 소리를 치면서 뛰어다니더란 것이다. 식탁에 앉아 있는 외국 손님마다 이 무례함을 못 마땅히 생각하고 눈살을 찌뿌렸음은 지명한 일.

민족적인 자존심과 수치심에 윤씨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동족인 세 엄마들이 다가와서 “당신이 무엇인데 외국에까지 와서 남의 귀한 자식들의 기를 꺾어 놓느냐”고 눈을 치켜뜨며 엄중항의를 하더란다.

국제화시대(國際化時代)에 천덕꾸러기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의 자리에 바로 서 있어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엉뚱한 말 같지만 어른을 섬기고 어른을 경외하는 마음부터 먼저 찾아야겠다. 그것이 사회를 바로 세우는 첫 걸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의 어른은 사회의 어른으로서도 권위를 세워드리고, 젊은이들이 범죄행위를 할 때나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일을 할 때는 꾸짖어 바른 길로 가도록 훈도하는 공동체안의 수장(首長)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해야겠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길은, 진정한 의미의 가정교육과, 인격도야를 가장 큰 목표로 삼는 학교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5월은 가정의 달! 한 달 동안 요란한 구호만 외치다 끝날 것이 아니라 일년 열두달 동안 실질적인 가정 천국을 가꾸기 위해서, 사회기풍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피차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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