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가의 꿈 키우는 최민정양

무안군 운남면 내리. 최민정(여17세), 은혜(여 15세), 민선(남 13세) 세 남매는 두 살 터울로 부모님을 떠나 보내고도 결코 울지 않는다.

서러움이 밀려 올 때 면 서로를 의지하며 다독 거려 주는 끈끈한 우애가 있기 때문이리라.

소녀 가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천진하고 해맑기 만한 큰 언니 민정(백제고 1년)은 입학하기 전 까지 운남면 내리 집에서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최양진72세)를 모시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무안 속의 오지인 내리에서는 통학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해 무안읍의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둘째 은혜에게 맡기게 된 것이 늘 걱정이라는 큰언니 민정이 마음 깊이에는 지극히 착한 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공예가의 꿈을 키우며 오늘도 바늘과 실을 가지고 인형을 만드는 순수하고 티 없이 맑은 소녀 민정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위의 친구들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책과 씨름도 해보지만 민정에게 다가온 소녀가장이라는 역할이 버겁게 느껴졌다.

“전 수공예가가 꿈이예요. 바늘과 실로 여러 가지 동물들을 만들다 보면 소녀 가장이라는 생각에서 벗어 날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게 만든 민정이의 작품(?)들은 반 친구들이 너도나도 욕심내서 모두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정작 단짝 친구인 윤숙(17)이에게는 주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떨어진 일이 없는 윤숙이는 “친구나 동생을 잘 챙겨주고 항상 밝게 웃으니까 좋아요. 때로는 주위의 또래들보다 어른스러워 언니 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라며 민정이를 칭찬했다.

민정이도 어느 가정 아이들처럼 부러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낼 때가 있었다.

그러나 민정이가 여섯살, 둘째 은혜가 네살, 막내 민선이가 두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생활고로 집을 나가셨다. 그 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된 민정이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동생들이 꿋꿋하게 자라주고 있어 대견스럽 다고 한다.

지난 2000년에 할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한번 왔지만 엄마에 대한 미움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고 동생들에게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동생들에게는 말을 할 수가 없어 혼자 뒤뜰에서 많이 울었어요. 그러나 지금 부모님이 없어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는 세 자매. 밝은 품성으로 그들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경찰관이 꿈인 은혜양과 민선군은 강동원(38 연리)관장이 운영하는 태권도 학원에 무료로 다니고 있다. 2001년 3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는 어느 덧 1품이 되어 제법 자세가 잡혔다고 한다.

강 관장은 은혜는 성격이 차분하고 활발한 반면 민선이는 내성적이어서 걱정이 된다며 운동을 통해 밝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에서 지원하는 20여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인 민정이네 가족은 주변의 도움이 없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은혜양과 민선군은 학비가 면제되어 불편함 없이 다니고 있지만 민정양은 한달에 4만원씩내는 급식비를 내고 나면 용돈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할아버지는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해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가끔 고모가 주시는 용돈으로 생활을 이어 가고 있지만 여느 가정에 비교할 형편이 못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늙으신 할아버지를 모시며 꿋꿋이 살아가는 세 자매. 주말이면 함께 모여 밀린 빨래며 집안 일에 여념이 없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봄 나들이 운운하는 세태가 부끄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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