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칼럼 김창진 초당대학교 교수

이제 인터넷은 21세기의 문화를 지배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전 세계의 인류가 인터넷을 통해 국적을 초월하고 국경과 관계없이 연결되고 있다. 이것은 몇 십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적이다.

우리 한국인은 전 세계인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국민에 속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유행에 유별나게 민감한 민족이 한국인이다.

외국의 최신 옷맵시가 단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울에서 유행하고 또 급속히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속도감과 전염성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은 유행에 뒤떨어지면 사회에서 낙오된다는 공포와 같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요즘 중국이 떠오르는 감이 보이자 즉각 초등학생부터 중국어를 가르치고 또 성급하게 중학생까지 중국에 일단 유학 보내고 보는 현상이 바로 이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성에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니, 어찌 한국인이 첨단기술인 인터넷에서 다른 민족에게 뒤질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위한 초고속통신망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곧 한국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제 한국사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면 “넷맹”이라고 왕따당하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인터넷은 문명의 이기이기 때문에 우리 한국 사회가 인터넷을 이렇게 활발히 이용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는 도서관에 찾아가서 책을 찾고 빌리고 복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안방에 앉아서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찾고 즉석에서 인쇄할 수 있으므로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또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는 동호회를 만들어 교류할 수 있으니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인터넷이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은 뜻이 같은 사람끼리 고민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편리한 수단도 될 수 있으므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데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모든 문명의 이기는 편리한 점과 함께 해로운 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또한 그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선,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문제를 보자. 인터넷이 학생들
이 과제를 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게 하는 편리성은 좋다. 하지만,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를 자기의 힘을 더해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해버리는 것은 문제가 된다.

심지어는 글짓기 숙제 같은 것조차 인터넷에서 구한 남의 글을 버젓이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그대로 내버리는 것은 ‘표절[베끼는 도둑질]’을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하는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식산업사회에서 참다운 지식인은 인터넷에서 건져 올린 정보를 또 다른 정보와 섞고 거기에 자신의 창조력을 더하여서 새로운 유용한 정보를 재창조해내는 사람이다. 학생들은 바로 그러한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을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일부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도 심각한 가정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0대·2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을 밤 늦게까지 하다가 학교에 가서는 졸거나 아예 수업을 빠지는 것도 드물지 않는 현상이 되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명문대에 들어간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밤낮으로 게임만 하는 바람에 컴퓨터를 부숴버리고 아들과 사이가 틀어져버렸다. 글쓴이도 초등학생인 아들이 지난 겨울방학 때 오로지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것을 보고 속을 썩인 일이 있다.

그러므로, 컴퓨터 게임은 어디까지나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어야 한다. 부차적인 것이 중심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은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노력하여 고쳐야 한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