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고라니·까치·비둘기 등 개체 수 증가 논·밭 출현 빈도 잦아
그물망, 허수아비 설치 ‘무용지물’…농가들 피해 반복 ‘답답’
승달산 등 등산로 멧돼지 파헤침 많아 등산객 안전위협
무안군 올해 멧돼지 25마리, 고라니 130마리 포획…감축 한계
무안군 야생동물 피해 지원 조례 현실화 조례 개정 시급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매년 야생동물과 야생조류 등의 습격으로 애써 키운 농작물 피해가 늘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고라니 농작물 훼손
▲고라니 농작물 훼손


과거에는 산간 인근 농작물에만 피해가 집중됐지만 멧돼지·고라니 등의 개체 수가 늘면서 요즘엔 마을 앞까지 나타나 품목·시기를 가리지 않고 피해를 주고 있다.

농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설치한 그물망 울타리, 허수아비, 심지어는 24시간 농작물 주변에 라디오를 켜놓기도 하지만 농작물 지킴이에는 무용지물이다.

▲멧돼지 등산로 파헤침
▲멧돼지 등산로 파헤침


몽탄면 달산리 서모(68) 씨는 “3년 전부터는 멧돼지와 고라니가 마을 앞까지 내려와 고구마·옥수수밭을 망쳐놓고 있는가 하면 양파, 시금치, 배추, 마늘밭을 헤집고 다닌다”며 “고라니는 낮에도 나타날 만큼 출현 빈도가 잦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 씨는 “콩 파종 때면 비둘기·까치·꿩 등이 날아와 주워 먹고, 싹이 트면 고라니가 새순을 싹둑 잘라 먹는다”면서 “병충해는 농약으로라도 막을 수 있지만 각종 과일까지 까치 등 새들이 쪼아 먹어 수확이 어려울 만큼 피해가 반복되어도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등산로 주변은 지렁이를 잡아먹기 위해 멧돼지가 파헤쳐 놓아 등산객들도 조바심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승달산 일대는 올 들어 멧돼지가 등산로를 따라 수백미터를 파 헤쳐 놓았다. 이처럼 멧돼지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농작물 피해는 물론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국내 야생멧돼지 서식 밀도는 100㏊당 6마리로 2013년의 3.5마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1,103억5,500만원으로 한 해 평균 120억여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전체의 절반가량(49%)을 차지하고 이어 고라니·까치 등에 의한 피해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2005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예방 종합대책을 만들어 피해 예방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포획허가제로 수확기 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 증가 속도와 그로 인한 피해를 지자체 대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안군도 2006년 4월 ‘무안군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등 피해 예방 및 보상’ 조례를 제정, 운영하고 있지만 15년 동안 단 한 건의 지원 사례가 없는 무용지물 조례다. 이는 피해를 입고도 조례 요건(농작물 피해면적 1,000㎡(300평) 미만)에 충족을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안군은 올해 2,000만원(도비 600만원, 군비 1,400만원)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보상금으로 편성해 두고도 단 1건의 지원이 없다. 내년에도 지금의 조례대로라면 올해와 같이 피해지원은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나 고라니, 조류에 의한 피해를 한꺼번에 300평을 입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 면적 기준 완화 조례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무안군은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유해조수 포획단 5개 단체 32명을 운영 중이며, 올해 11월 말 현재 멧돼지 25마리, 고라니 130마리 등 155마리를 포획했다. 포획된 멧돼지, 고라니는 마리당 3만원이 지급되며, 현재까지 포획보상금 900만원 중 500만원이 넘게 지출됐다.
무안군 관계자는 “멧돼지는 11월에만 15마리를 포획했고, 앞으로도 멧돼지나 고라니 출현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단을 통해 개체 수를 줄여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동물 및 야생 조류 개체 수 급증으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내년에는 전남도와 논의하여 지원조례 피해면적을 줄여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포획틀 지원은 너무 크고 무거워 이동 불편 때문에 기피하는 실정이고, 전기울타리 설치비 지원은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들은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려면 멧돼지 수렵지역을 광역수렵장 제도로 바꿔 상시 운영해야 하고, 유해동물 포획단의 활발한 운영을 위해 포획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야생동물 피해방지책 무용지물
▲야생동물 피해방지책 무용지물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