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근로자끼리 숙식하며, 농가와 직접 거래 등 ‘갑질’
국내 불법체류자 39만8천 명…5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
원룸, 마을 빈집 집단 기거…사는 곳, 이동 경로 파악 어려워
농어촌 지역 고령화…외국인 노동자 활개 밤이면 두려움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인력난과 인건비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농촌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짓기가 어려운 게 농촌 현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업 기반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농들은 외국인 인건비 농사를 짓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인건비 해결 없이는 한국의 미래 농업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본지는 3회 특집으로 농촌 인력난과 인건비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외국인 인건비 못 잡으면 한국 농촌 미래 없다
② 급증하는 불법체류자 농촌마을 잠식, 주민 불안
③ 인력난·인건비 방치 안 돼, 정부, 농촌 현실 직시해야

◆ 국내 불법체류자 39만8천여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39만8천여명으로 역대 최대치로 조사됐다. 이들은 농어촌 마을 빈집 등에서 집단 거주 생활하면서 고령화된 농촌마을에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도 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우리나라에 머무는 불법 체류자는 모두 39만8천518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8.7% 증가해 역대 최고치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38만7천여명)보다 1만2천여명이 증가했다.

기한 내에 출국해야 할 외국인이 국내에 발이 묶이면서 불법체류자로 남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중 74.8%인 29만7천994명은 관광 등을 목적으로 무비자 입국해 90일 미만만 머무는 ‘단기 체류 외국인’이다. 나머지 10만여명은 외국 국적 동포와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장기 체류 외국인이다.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율은 18.7%로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5명 중 1명꼴로 불법체류자라는 의미다.

◆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

불법체류자는 체류 기간이 지났거나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인력은 전국적으로 3만여명이고, 계절근로자와 미등록 이주자를 더하면 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자제를 통해야 하지만 농가의 절반 이상(58.8%)이 사설 인력소개소나 지인 소개로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체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3월에 입국했던 단기 체류 외국인이 기간이 만료되면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사각지대’

급증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이들의 사는 곳이 불명확하고 동선 파악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주로 집단으로 원룸거주도 하지만 대부분 방치된 빈집이나 청결하지 못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감염 우려가 높다. 때문에 지자체가 방역 물품을 지급하고자 해도 거처 파악이 어려워 만약 확진자가 나온다면 ‘n차 감염’으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

정부가 지난 5월 불법체류자에게도 비용 부담과 강제 출국 걱정 없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장에 있는 불법 외국인들은 검사에 소극적이다. 검사비는 무료지만 확진자로 판정이 났을 때 이들은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하여 치료비는 직접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임시 비자를 발급해 건강보험 가입을 유도하여 스스로 보건소를 찾도록 하고, 한시적으로라도 체류 자격을 합법화해 방역 안전망에 포함시켜 감염 위험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이주노동단체가 외국인 근로자 6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8%는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4%는 주야간 노동자가 함께 같은 방을 쓴다고 답했고, 25.3%는 작업장의 소음과 먼지, 냄새(악취) 등에 노출된 곳에서 생활한다고 조사됐다.

◆ 사는 곳, 이동 경로 파악 어려워

무안지역 농촌인력 수급현황에 따르면 해마다 4월부터 급증해 양파·마늘 수확철을 맞은 5~6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7~8월엔 잠시 주춤했다가 9월부터 벼 수확기와 겨울작물 양배추, 마늘, 양파 정식시기인 10~11월 급증하는 양상이다.

무안지역 양파·마늘 수확기에는 하루 3천여명의 노동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2천여명은 외국인 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력알선업소나 무허가 인력알선업소 등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거처하는지는 모른다.

실제, 관내 등록해 있는 인력알선업체 58개소를 제외하고도 무허가 알선업체들도 수십 개에 달해 불법체류자들의 파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정 알선업체들이 외국인 100여명을 데리고 있고, 불법 알선업체들도 작게는 10여명을 데리고 있으면서 집단 거주를 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라는 점이 더욱 양성화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외국인 근로자 마을 잠식, 주민 불안

요즘 농어촌 마을 읍내를 비롯해 마을 어디를 가든 쉽게 외국인 근로자를 접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력알선업소들이 고용하는 숙소에서 숙식을 한다. 때문에 하루 작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길거리로 나와 술을 마시거나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부 상가들은 이들의 효과를 누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면 단위 인력 알선업체들은 마을에 방치된 집을 구해 집단 숙식을 제공하고 있어 저녁이면 농촌 마을에 민원까지 야기하고 있다. 농촌이 고령화돼 있어 밤이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들 외국인들로 인해 공포감마저 느낀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운남면 김모 씨는 “마을에 사는 사람이 10명이 안 되는데 외국인들이 더 많다”면서 “일이 없을 때나 저녁이면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고 또 마을 곳곳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 무섬증까지 들어 밤이면 문을 꼭 잠그고 잔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 치안센터 및 파출소 순찰 강화와 무허가 인력알선업소들에 대한 외국인 체류 인력 파악 및 이들에 대한 동선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자국민끼리 숙식, 전국 조직망 갖춰 인건비 소통

농가와 직거래 등 ‘갑질’…인건비 상승 주범

가장 큰 문제는 농촌의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국민들끼리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계, 무안읍 등지의 허름한 원룸을 구해 공동 거주하면서 일을 나간 농장 농민들의 전화번호를 챙겨와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시간, 인건비 등을 흥정하는 등 인건비를 실질적으로 상승시키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국적으로 자국민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역별 인건비 체크하고, 더 주는 지역이 있다면 야밤에 봉고차로 이동해 가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자국민간 노동자 팀 구성 움직임은 스스로 작업장을 선택할 수 있고, 일당도 남자는 10만원, 여자는 8∼9만원 등 일력알선업소를 통할 때 보다 더 챙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한 인력업소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외국인 중심으로 자기들끼리 집단 거주하면서 농가와 직접 전화해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힘든 일은 기피하거나 노골적으로 인건비를 올려 달라고 한다는 것. 이는 농가 인력난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농가의 절박함을 역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가에 나가 일을 할 때 주인의 성향까지 분석해 기피하기도 한다고 한다.

때문에 인력알선업체들도 실제 알선을 하고도 1명당 알선비 10%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인건비를 올리는 것도 불법 외국인 집단 거주자들이 주범이라는 것.

한 인력알선업소 관계자는 “인건비 11∼12만원을 받아 이중 알선비 10%와 공동 숙식비 10%를 등 20%를 떼더라도 손해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들은 아끼고 절약하는 의식이 없어 공공요금이 대책 없이 나가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인력알선업체 일부는 농가에서 인부를 원할 경우 외지 알선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갑자기 수급해 오는 경향도 많아 알선비조차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인력 알선업체 A씨는 “인건비 상승을 잡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움직이는 불법체류 외국인 중심의 집단거주지 단속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상태로 갈 경우 인건비는 계속 치솟고 농가들은 인건비를 높게 주고도 큰소리 못 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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