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 현실…“한국 농업은 외국인 인건비 농사”
인력난 심각, 지난해 일당 8만 원에서 올해 코로나19 핑계 12만 원
양파 정식 앞두고 농가들 인력난 불가피 노심초사…인력중개업소 농가에 ‘갑’
불법체류자 단속하면 인력난 심각…정부는 손 놓고, 지자체는 묘책 없어
정부·국회, 농촌 현실 직시하고 인력난 현실적 대책 마련 시급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인력난과 인건비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농촌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짓기가 어려운 게 농촌 현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업 기반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농들은 외국인 인건비 농사를 짓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인건비 해결 없이는 한국의 미래 농업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본지는 3회 특집으로 농촌 인력난과 인건비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외국인 인건비 못 잡으면 한국 농촌 미래 없다

② 급증하는 불법체류자 농촌마을 잠식, 주민 불안감 높아

③ 인력난·인건비 방치 안 돼, 정부, 농촌 현실 직시해야

◆ 요즘 농촌 농사는 외국인 인건비 농사

최근 지역에서 토란농사를 지어 수확을 마친 한 농가의 이야기다.

외국인 노동자 10명을 고용해 하루 동안 55박스(10kg) 작업하여 농산물유통센터에 출하했다. 박스당 22,000원에 낙찰돼 총 수입금은 121만원이다.

▲외국인 근로자 토란 작업 현장
▲외국인 근로자 토란 작업 현장

그리고 그날 1인당 인건비로 12만원씩 10명에게 120만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운임비(개당 1,400원) 7만7천원, 간식비 10만원, 수수료 5만원 등을 포함 142만7천원이 지출됐다. 21만7천원이 적자다. 부부 일당은 엄두도 못 낸다. 박스도 군에서 지원받아 제외됐고, 그동안 종자대를 비롯해 각종 투자비를 합할 경우 토란 6개월 농사에서 200만원 가량 적자다.

다음날 인부 10명을 그대로 고용해 작업을 마칠 요량이었다가 농가는 작업을 포기했다.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적자 폭은 오히려 커져 차라리 작업 포기가 낫다는 생각에서다. 그러자 인력중개업소 측이 “갑자기 (인력)포기하면 어떡하냐”며 항의했다. 농가가 농작물 수확을 포기하는 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이다.

요즘 농촌의 현실이다.

◆ 인력난, 농사 적기 정식·수확 어려워

인력난과 인건비 때문에 적기 정식과 수확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농가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 농촌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이 같은 실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한국 농촌의 농업 기반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를 떠났고, 근로자 입국마저 제한돼 인력 부족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양파 정식을 앞두고 농가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 코로나19 영향 인건비 12만 원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다.

올해 4월 초만 해도 7~8만원이던 인건비가 양파작업이 시작된 5월부터 10만원으로 올랐다. 9월부터는 12만원까지 상승해 있고, 농가들은 양파정식이 시작되면 더 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무안지역 농촌인력 수급현황에 따르면 해마다 4월부터 급증해 양파·마늘 수확철을 맞은 5~6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7~8월엔 잠시 주춤했다가 9월부터 벼 수확기와 겨울작물 양배추, 마늘, 양파 정식시기인 10~11월 급증하는 양상이다.

무안지역 양파·마늘 수확기에는 하루 3천여명의 노동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2천여명은 외국인으로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질 경우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농가들은 더욱 어려워질 게 불 보듯 뻔한 현실이다.

◆ 일 능률 향상 위해 일명 ‘우깨도리’ 등장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초부터는 과거 공사판이나 농촌에서 급하게 사용됐던 ‘우깨도리(도맡기)’까지 성행하는 실정이다. ‘주어진 작업량을 시간과 관계없이 도맡아 작업량을 완수한다’는 일명 ‘우깨도리(도맡기)’는 고용 농가들의 경우 요령 피우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작업 능률을 높이자는 궁여지책이고, 외국인들은 빨리 끝내고 더 일한 만큼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양쪽 모두 선호하는 노동방식이다.

일례로 1인당 200평 배추 정식에 5만원을 책정하고 400평을 심고(10만원) 나면 나머지 시간은 덤으로 일을 하여 하루 15~20만원까지 챙긴다. 비닐 씌우기도 통당 7만원이지만 2명이 3∼4시간이면 3통을 씌워 3∼4시간 인건비가 한 사람당 10만5천원으로 하루 일당 7만원을 웃돈다.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죽을 둥 살 둥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농가는 적기에 수확 및 정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우깨도리’를 선호하고 있다.

◆ 인건비 상승 중개업소 폭리(?) 때문

현재 무안군에는 58개 인력소개소가 등록돼 있고, 이 밖에도 불법 인력소개소가 적지 않다.

일괄적으로 이들 인력알선소개소는 지역에 따라 1∼2만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일당 12만원을 받고 있다. 때문에 들쑥날쑥한 농산물 가격으로 인해 농촌 농사는 결국 외국인 인건비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문제는 인건비 중 40%는 인력알선사무소 등이 챙긴다. 현재 인력사무소 징수 알선비는 10%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인건비가 부풀려져 있다.

최근 작업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 근로자는 “하루 일을 하고 실제 일당을 얼마 받느냐”고 묻자 “7만원”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인건비 7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만원의 행방이다.

이와 관련해 인력소개소 중개업 관계자는 “중간알선책, 근로자 교통비 및 숙식비, 치료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알선비는 1명당 1만원 정도”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자면 인건비 7만원을 제외한 인력알선업체에서 챙기는 5만원의 지출비를 상세히 파악하여 줄이면 인건비를 낮출 수 있어도 보인다. 일례로 양파 수확철에는 외지에서 관광차로 인력이 수급되는 경우가 많아 교통비가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인력알선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봉고 차량 등을 이용해 노동현장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인력소개소와 중간에서 사라지는 수수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 해제지역 농가, 인력알선업체와 갈등

인력난과 인건비를 두고 최근 해제면 이장단에서는 면내 인력사무소와 마찰까지 빚어졌다. 인력난과 인건비도 문제지만 인력사무소들의 횡포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어느 날은 ‘경찰이 떴다’고 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여 골탕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제면 이장단은 농가들로부터 인건비 조정 요청을 받고 지난 9월21일 대책회의를 갖고 면내 인력알선업체 3곳에 대해 영업정지를 무안군에 요청했다.

이어 9월24일 면내 유료직업소개소 10개소 대표자와 만났고, 9월28일 인건비(일당) 11만원, 양파·마늘 피복 6만원, 인력은 해제면 우선 공급, 외부 유출 최소화 등을 합의하고 추후 인건비 인상시에는 이장협의회와 사전협의한다는 등에 대해 합의 문서화했다. 합의 후에는 영업정지 유료직업소개소 3개소에 대해 업무 정상화도 이뤄졌다.

현재 해제면에는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600여명(허가 400명, 무허가 200명)으로 추정된다.

◆ 무안군 무허가 직업소개소 지도 단속

무안군은 ‘직업안정법’에 따라 관내 무등록 인력 공급업체 대상으로 지난 10월12일부터 오는 11월20일까지 일체 지도 단속에 나섰다.

단속에서는 △직업안정법상 신고·등록·허가 의무 위반 사업장 유무 확인 △무등록 인력공급업체 유무 현장확인 △자가용 자동차의 불법 유상운송행위(작업 인부 수송) 유무 확인 등이다. 무안군은 등록신고 안내 공문발송을 통해 무허가 알선업체들에 대해 허가권 진입을 유도하고, 계도기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등록 운영할 경우 영업장 폐쇄조치와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무등록 운영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아울러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행위에 대해서도 단속한다.

또한, 무안군은 인력난 해결 일환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 확보에도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 농작물 작업별 임금단가표 필요

농가들은 지자체와 인력소개소가 합의 하에 농작물 작업별로 적절한 인금단가표를 만들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지자체는 농촌 실정을 고려해 이도 저도 못 하고 민원이 있을 때마다 적법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불법체류자다 보니 일제 단속을 할 경우 당장 농촌의 인력난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을 알고 있는 중개업소들은 농촌에서 ‘갑’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괄 일당 가격운영 역시 외국 근로자간 출신 국가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몇천원이라도 웃돈을 주는 곳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아 방지 차원이라지만 사실상은 담합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과정에서 농촌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곧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래 농업이 없다는 게 농민들의 이야기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코로나19가 끝나는 동안만이라도 합법적인 통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지자체가 인력을 파악 총괄하고 인력 소개소 및 농협 등이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무엇보다 지금의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 될 경우 외국인 인건비 농사와 인력소개소 배 불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감안하여 정부와 국회가 합법적인 외국인 고용책을 시급히 마련, 이후 불법체류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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