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민족 대명절인 추석 풍속도도 올해는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참으로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갔다.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고, 집중호우와 잦은 태풍도 우리를 힘들게 했다.

이 와중에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도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우리 민족 최대명절 추석이 코로나19로 인해 침몰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향우들에게 고향방문 자제와 고향 분들의 역귀성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동안 연휴 뒤끝에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을 감안하기에 명절 기간 고향·친지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부득이 방문하더라도 장소와 동선별 생활방역 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매년 설, 추석 명절만 되면 고향 찾는 인파로 대한민국은 대혼잡이 벌어졌다.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 매년 3,000만명을 뛰어넘었다. 장시간 운전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향을 찾는 데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 이웃들과 어우러져 짧게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올해는 대규모 귀성 행렬이 주춤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맞는 추석에 ‘민족대이동’이 이어질 경우 감염 차단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미 가을철 대유행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추석 연휴다. 민족 대이동에 편승해 바이러스가 전국 곳곳으로 번질 경우 힘겹게 구축해 놓은 방역망이 송두리째 무력화될 수 있기에 그렇다. 연휴 기간이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9일이나 돼 더 위험하다.

사실 인위적으로 귀성길을 막기는 어렵다. 차례와 성묘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고유 미풍양속인 데다 추석은 전국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래서 정부가 추석 연휴 이동 제한 등의 대책이 아닌 고향·친지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나선 이유다. 지자체와 사회단체에서도 고향 방문을 반기는 플래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귀성, 역귀성 자제를 촉구하는 해학적인 현수막이 줄을 잇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이 같은 호소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일종의 자발적 거리두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자발적 거리두기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거리두기 2단계로는 추가확산 위험이 커 추석 연휴 이동 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1.3%로 10명 중 7명이 이동 제한에 찬성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현 코로나19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자칫 추석이 코로나19 가을 대유행을 초래할 판도라 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대규모 귀성 행렬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치명적 빈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적인 깜깜이·무증상 환자 급증세도 걱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추석 연휴 생활수칙 권고사항에는 벌초는 산림조합 등 대행서비스를 이용하고, 고향과 친지 방문은 되도록 짧게 한다. 각지에서 친척들이 방문하는 만큼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선 외부인 출입을 삼간다. 제사나 차례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식사 시엔 개인 접시, 배식 수저 등을 사용해 음식을 덜어 먹어야 한다.

고향에 가고 싶고 가족과 친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고향과 가족·친지 등 공동체의 안전이다. 그 안전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 가능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코로나 추석’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온 가족이 모여 혈육 간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