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올 것이 왔다. 올여름 국내에 유례없는 ‘물 폭탄 장마’가 이어졌다. 정말 많은 비가 내렸다. 과거와는 달리 질기고 모질게 내렸다. 광주·전남지역도 기록적인 폭우에 인명피해와 주택, 도로, 농경지가 휩쓸렸다. 삶의 터전이 초토화됐다.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퍼붓는 비는 처음이다. 온통 물바다가 된 천지는 재앙이었고, 물은 불보다 무섭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다.

관측사상 최초라는 기상이변 기록 경신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앞으로 닥칠 기후재난이 어떠할지를 짐작케 했다.

기상학자들은 날로 심화되는 자연 재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를 꼽고 있다.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세계 경제는 풍요를 누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는 극심한 폭염·한파·홍수·태풍·폭우·폭설·가뭄 등의 이상 기후, 그리고 대기오염 악화 및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까지 겹쳤다. 전문가들은 감염병도 기후 변화와 밀접하다고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산림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가축을 매개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과 남극이 녹으면 묻혀있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1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는 시작에 불과하고 재해의 규모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 한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덮친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아질 것으로 예고돼 또 다른 재앙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기상 자료 개방 포털’에는 최근 얼마나 더워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 2018년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는 전국 평균 31.5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열대야 일수도 17.7일로 그동안의 기록을 경신, 염제(炎帝)의 위세가 얼마나 맹렬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급기야 정부는 2년 전 폭염을 자연 재난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폭염은 기상재해 중에서 인명 피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재앙이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160명이었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였던 셈이다.

기온 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상승할 경우 10억~2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고,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3도가 오르면 생명체 대부분은 심각한 생존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통제가 가능해 지지만 기후 변화는 인류와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위기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지구가 보내는 수많은 경고를 애써 무시하거나 인식조차 못하고 살았다. 마치 현시대를 끝으로 지구가 종말 할 것처럼 지구 전체는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음 세대들에 대한 몫이 없다.

기후위기는 전형적인 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이번 집중폭우로 인한 재난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국지성 폭우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재난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방, 배수관문, 옹벽 등 재난대응시설의 기준을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기후위기에 대비한 인프라 전환에도 함께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침수피해를 계기로 기후 변화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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