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청 환경농업 담당 이재광

[무안신문]

▲무안군청 환경농업 담당 이재광
▲무안군청 환경농업 담당 이재광

백일홍(百日紅)은 100일 동안 꽃이 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맥시코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국화과 식물인 백일홍과 구별하기 위해 ‘목백일홍’ 이라고도 한다. 또, 백일홍 백일홍을 반복해서 여러 차례 대뇌이다 보면 결국 배롱배롱...이란 소리가 난다하여 조경 쪽에서는 배롱나무라고 부르며, 인터넷 검색창에도 배롱나무로 검색이 되는 것이다.

예전 녹지부서 근무할 때 많이 접한 수종이기에 필자는 친근감까지 더한다. 백일홍은 부처꽃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7~9월에 홍색, 백색 등으로 꽃이 피며, 꽃잎이 붉고 향기가 좋다하여 붉을 자(紫), 향초이름 미(薇)자를 써서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한다.

또 함부로 꽃을 피우지 않고 뜨거운 초여름까지도 꾹 참고 꽃망울로 맺혀 있다가 칠월 중순경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피고지기를 반복 꽃잎이 떨어질 즈음에 벼 수확이 시작된다.

긴긴 장마 뒤끝 벼 병해충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출근길 뉴스를 접하고서 때맞춰 실시하는 벼 병해충 공동방제 시연회장으로 나갔다. 마을진입로 좌우에는 가로수로 식재해 놓은 배롱나무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건너편 들녘에는 고성능 광역방제기 두 대가 하얀 포말을 뿜어대는 모습이 장관이다.

도열병(稻熱病)과 잎집무늬마름병(紋枯病) 그리고 먹노린재, 벼멸구, 흰등멸구, 혹명나방 등 이름도 가물가물한 수도작(水稻作) 병해충의 특성과 피해 증상들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월동 해충이 아닌 비래(飛來) 해충의 경우는 대부분이 바람을 타고 이동을 해 오다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통에 협곡사이에 있는 논밭이나 높은 산 아래 농경지에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방차원의 방제만이 최선인 친환경필지에 대한 병해충 방제다. 수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서 왔어도 금년에는 지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와 매일 내리다시피 하는 비로 인해 손쓸 겨를이 없었으니, 병해충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간파하고 어떻게든 손을 쓴 농가들은 문제가 없지만, 마땅한 방제장비도 없고 일손이 부족한 농가라면 방제시기를 일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나락 값이 제아무리 기대에 못 미치게 거래가 되어도 우선은 농사를 잘 지어 놓고 기다려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위치지만, 그래도 방제작업을 독려(?)하고 인증상태를 유지토록 해야만 한다.

유독 혹명나방 피해가 심하다. 잦은 비로 연약하게 자란 벼 이파리가 말기가 쉽고 갉아먹기가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희끗희끗 말린 벼 이파리 뒤에 알을 낳아놓은 모습이 가관이다. 그래, 질소성분 비료를 조금 줄였으면 어땠을까? 작년도 기상상황만 염두하고 똑같은 조건으로 시비량을 적용했던 필지들에서 피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현장지도가 사라진 농정의 한계일 것이다.

방제시기 일실로 피해증상이 나타난 필지들을 보면 농가에서 농약이나 친환경제재를 구입할 돈이 없어 방제를 못한 것이 아니라 계속된 장맛비로 작업시기를 놓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경운기에 방제기라도 채워 끌고나가 호스를 펼쳤을 텐데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인헬기나 드론, 고성능 광역방제기가 아니면 방제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가장 힘든 농 작업이 방제작업이기 때문이다. 방법을 찾느라 골몰해 있는데, 이런 속사정을 꿰뚫어 보는지 철도변 쪽의 지인이 얘기를 해 준다. 드론이건 고성능방제기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준 장비를 총동원해서 야간작업이라도 실시해 보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니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겠지! 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것을 알기에 마냥 당근(?)만 추켜들 수 없기에 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래, 백일홍 꽃이 세 번 피었다 지는 동안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데 보탬이 된다면 녹을 먹는 자로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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