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농업기술센터 기술인력팀장 황이대

[무안신문]

▲무안군농업기술센터 기술인력팀장 황이대
▲무안군농업기술센터 기술인력팀장 황이대

코로나19가 세상에 태어났다. 올해 우리는 봄을 도둑맞았고 일상을 짓밟혔다. 그리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이제야 시작이고 그 끝은 사람 대부분이 면역을 가질 때가 되어서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일상이 매우 많다. 농업과 농촌에도 그 영향이 크고 무겁게 밀려왔다.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는 도시민이 크게 늘었고 농촌관광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또한, 농축산물의 수입이 줄고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가 늘었으며, 농축산물의 판로가 좁아졌고 온라인 판매는 늘었다. 농번기 농촌 일손이 부족했고 인건비는 치솟았다. 그리고 농업 관련 교육과 농촌의 행사도 대부분 취소나 연기되는 등 농업과 농촌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구나 그 영향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를 가져왔거나 어쩌면 기회를 가지고 태어난 코로나19에 우리 농업과 농촌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첫째, 귀농·귀촌이 쉽고 휴식이 떠오르는 농촌으로 변해야 한다.

기대와 다르게 농촌 인심은 무척 딱딱하고 희망과 다르게 농업은 매우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귀촌을 위한 주거공간과 귀농을 위한 임대농장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는 등의 편하고 안전한 귀농‧귀촌 정책을 내놓아야 농촌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

그리고 관광이 아닌 휴식이 떠오르는 농촌으로 다듬어야 한다. 요란하고 화려하지 않으나 한적하고 담백한 휴식을 누릴 수 있어야 농촌이다. 체험장과 숙박시설을 갖추며 농촌이 관광지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면 좋겠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깨끗한 물로 드넓은 자연과 생태를 품은 농촌에서 관광이 아니라 휴식을 만끽할 수 있어야 국민은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농촌을 돈벌이에 내놓지 않아야 자연과 생태, 농촌이 더 또렷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둘째, 농민은 자긍심을 가지고 농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식량이 무기보다 중요한 안보이고 안전한 먹거리가 국민의 건강을 지켜 준다고 그렇게 외쳤어도 국가 경제를 핑계로 남의 나라에 자동차와 반도체를 팔고 농축산물을 사들인 정부 덕분에 우리 농업은 괄시를 받아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국민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고 우리 농축산물을 더 소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농축산물이 여전히 불안한 처지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농민의 양심이 키우고 살찌운 농축산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낸다는 자긍심이 더 절실한 때이다. 이제라도 국가가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마땅한 정책을 펼칠 때이며, 이제는 우리 농축산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오롯이 지켜낼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농민이 자긍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농민은 생산을 맡고 판매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생산부터 출하까지 농민과 농협, 정부 모두가 따로 작용하여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해야 가격을 예측하고 조금만 남아돌아도 가격이 폭락할 정도로 우리 농업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질 좋은 농축산물을 생산해 내는 농민의 높은 기술 수준이 아까울 정도로 정부와 농협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계획생산이나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도 시급하지만, 우선은 농축산물의 유통이라도 농민이 손을 더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농민은 생산에 전념하고 판매는 공적인 기능이 전담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자는 이야기다. 농축산물을 수매해 꾸러미, 직거래, 홈쇼핑, SNS,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하며 브랜드를 관리하는 지역 공기업을 운영하는 방식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넷째, 농촌의 일손을 우리 노동자로 채워가야 한다.

지난봄부터 최근 여름까지 부족한 일손으로 농촌은 숨을 헉헉거렸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촌이 사라질 것이라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와 버린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예가 된 농촌을 우리 노동자로 채우고 그들이 적절한 대가를 받으며 농촌을 함께 지켜갈 수 있도록 정책과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귀농에 따른 귀촌뿐 아니라 일손을 채우는 귀촌을 함께 늘려가기 위해 정부가 노동자를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바우처의 형태로 농민에게 인건비를 보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는 도시의 뻔한 일자리 정책과 다르게 농촌의 일손을 늘리는 정책은 가치를 더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다섯째, 농업과 농촌의 교육에 스마트폰을 활용해야 한다.

변화가 더딘 농촌과 닮아서인지 농업과 관련한 교육과 행사도 수십 년을 변하지 않고 집합의 형태로만 진행되었다. 그래서 더 코로나19에 대처하지 못하고 농촌에서의 교육과 행사는 취소나 연기를 해야만 했다.

앞으로는 유튜브(YouTube)와 같은 공유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줌(Zoom)과 같은 앱을 통해 화상으로 교육이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당장은 익숙하지 않아 까다롭더라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과 정보의 제공에 농민도 곧 적응할 것이다. 마을까지 공공 와이파이가 설치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농업의 정보 제공과 농민을 위한 교육은 데이터의 소모를 걱정할 필요 없이 적은 비용으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풀어가기 벅찬 과제가 두툼하게 쌓인 농업과 농촌에 위기이거나 어쩌면 기회인 코로나19까지 겹쳐 있다. 아직 코로나19의 끝을 이야기하기 이르고 코로나19로 끝이 아닐 것 같은 두려움에 모두가 코로나19 너머의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 농업과 농촌이 벅찬 과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 코로나19가 그 두려움과는 다르게 좋은 자극이 되고 건강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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