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가도 뭐라는 사람은 없는데...)

[무안신문]

▲이재광(무안신문 친환경농업팀장)
▲이재광(무안신문 친환경농업팀장)

먼저,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의 명복을 빌면서 고인께서 좀 더 강했거나 모질었다면 그리 황망하게 떠나시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하니 아쉬움과 함께 벌써부터 그리움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모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들로부터 촉발된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에 대한 조문을 놓고 말도 많았다. 가세하는 부류들까지 생겨나고, 또 몰상식한 일부 세력은 법원에 서울특별시 장(葬)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또 한 번 슬프게 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고생 많았다고 잘 가시라는 예를 표하는 게 그리 어렵고 문제가 된다는 말인지! 조문을 하니 많이 하면서 쟁점화를 시키려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마이크를 들이대던 기자(?)를 향해 ‘예의가 아니다’라며 호통을 치던 여당 대표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조문(弔問)은 조상(弔喪)과 문상(問喪)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즉, 조상은 고인과의 인연(因緣)으로 빈소를 찾아가 예를 다하는 것이고, 문상은 상주와의 인연으로 빈소를 찾아 위로를 하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예(禮)에 관한 기록과 해설을 정리해 놓은 유교(儒敎)의 경전격인 예기(禮記)의 곡례(曲禮)에 “지생자(知生者)면 조(弔)하고 지사자(知死者)면 상(傷)이다”라고 했다. 또 “지생이불지사(知生而不知死)는 조이불상(弔而不傷)하고 지사이불지생(知死而不知生)은 상이불조(傷而不弔)이다”

풀어쓰자면 "산 사람을 알면 조(弔)를 하고, 죽은 사람을 알면 상(傷)을 한다. 만일 산 사람만 알고 죽은 사람을 모를 경우는 조만하고, 상은 하지 않으며, 죽은 사람만 알고 산 사람을 모를 경우에는 상만 하고 조는 하지 않는다."

즉, 조(弔)는 상주를 위로하는 것이고, 상(傷)은 죽은 사람을 위하여 애도(哀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죽은 사람만 알 경우에는 영위(靈位)에 곡(哭)하고 재배(再拜)만 할 뿐 상주에게 위문하지는 않으며, 산 사람만 알 경우에는 상주에게 위로만 할 뿐 영위에 곡을 하거나 재배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요즘은 현대적 감각에 맞춰 변형이 되어 시행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조상이냐 문상이냐를 떠나 마음에서 우러나와 조문을 하고 싶으면 빈소를 찾으면 되는 것이고, 싫으면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인에 대한 예의는 없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고소인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의로운 척(?) 처신하는 모습이 역겹다는 것이다.

사실, 병원 장례식장과 시민 분향소를 찾은 대다수의 추모객들은 박 시장의 죽음과 관련해 고소자의 일방적인 주장내용에 대해 아직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비보(悲報)에 침통해 할 뿐인데, 시시비비도 가려지지 않은 사건의 고소인 보호를 앞세워 자신들의 처신을 합리화하는 모습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듯해 보이는 이런 행동들이 튀는 세상이다 보니 그럴까? 개인이 되었건 조직이 되었건 정상에서 벗어난 듯한 이런 모습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이 우려된다.

서울특별시 장 이라는 장례방식과 조문을 놓고 국민청원에 서명한 숫자가 영결식이 끝난 현재 56만 명을 넘었다. 글쎄다. PC의 모니터나 스마트 폰을 켜고 청와대에 접속하여 해당 청원을 찾아 ‘동의’에 클릭만 해도 숫자가 올라가기에 이렇겠지!

하지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나 서울시청, 경남 창녕과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 대도시의 시민분향소에는 추모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엇보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온라인분향소를 다녀간 방문객만 해도 같은 시각 100만 명을 넘는다는 것이다.

망자에 대한 예의를 다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건만, 장례 절차와 규모를 놓고 미숙아처럼 행동하는 모습들이 한마디로 씁쓸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전쟁영웅으로 포장된 백선엽의 대전 현충원 안장에 대해서 태클을 걸며 극과 극을 달릴 수는 없겠지! 저들과 똑같아서는 안 되기에 때문이다. 고인이 가는 길 오늘도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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