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전남 의대’ 일단 유치부터 ‘입장 모호’…지역 정리 필요
전남 서부권↔동부권 유치 각개행진…서남권 주민, 단합된 유치 목소리 절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목포대 의과대학 설치 타당성 조사연구’ 충분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청와대와 정치권의 의대 인력확충과 공약 등으로 서남권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목포대 의대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가장 먼저 의대 유치에 대해 전남 서부권과 동북권이 따로따로 유치전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남도는 일단 전남으로 유치하고 보자는 지역 모호성으로 인해 전국에서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부를 설득할 논리가 분산돼 스스로 의대 유치를 놓쳐 버릴 수 있다. 전국 유일 의대가 없는 곳이란 감정적 호소로는 한계가 있어 특정 지역 선택부터 가닥을 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청와대·국회 “공공보건 강화” 추진=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도 21대 총선 공약에서 필수 진료와 공공의료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원 1백명의 의대와 의대 정원을 500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이후 연간 3천58명으로 묶여 있는 정원을 31년 만에 과감하게 풀겠다는 구상이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부터 우선 배분한다는 방안이어서 목포대 의대 설립에 청신호다.

◆ ‘의과대 설립’ 교통정리 못 하는 전남도=전남은 17개 시도 광역단체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이다.

문제는 전남도의 의대 설립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목포와 순천 중 설립 지역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목포와 순천에서 독자적인 의대 설립 행보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후 전남으로 대학병원이 유치될 경우 서부권과 동부권의 갈등이 불가피해 전남도의 선제적 지역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순천에 유치할 것처럼 공약하면서 목포를 비롯한 서남권 주민들의 반발로 목포 등을 포함한 전남도내 유치로 민주당이 변경한 것도 일례다. 애매한 전남도의 행보가 자칫 ‘전남권 의과대 유치’가 선언적 의미에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일단, 내부 경쟁은 미루고,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는 데 힘을 모으자며 전략적으로 ‘전남 의대’라고 칭하고 있다.

지난 5월26일에는 목포대학교, 목포시, 순천대학교, 순천시와 함께 힘을 모아 전남도내 의과대학 유치에 공동 대응키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6월25일에는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시민·사회단체, 지자체와 함께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 범도민 민간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향후 국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경우 복지부의 통지를 통해 교육부는 곧바로 의대정원 조정에 나서게 된다.

의과대학 설립 절차는 △의대 총정원 규모 확정(복지부→교육부)→△의대 정원 조정계획 및 의대신설 계획 제출(희망대학→교육부)→△의대설립 심사위원회 심사(교육부)→△의대 신설 인가(교육부) 순이다.

이 시점까지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목포대, 순천대가 의대를 각각 신청할 경우 정부가 특정 대학을 꼽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대신, 아예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미루는 길을 택할 수 있다.

◆ 목포대 의과대 선점=전남 서부권은 낙도가 많고 고령화가 심각한 실정이고, 동부권은 산업단지가 많아 응급 의료 수요에 따른 대학병원 설립이 절실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국책 연구기관 보건사회연구원 용역에서도 타당성이 인정된 목포대 의대 설립은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목포대 의대 설치 관련 용역조사 결과 1조원을 투입해 목포대 의대와 대학병원을 만들면, 1조7천억원의 효과가 난다고 분석됐다.

특히, 목포대는 동부권(순천)보다 일찍 1990년대부터 의과병원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90년대에만 무려 20여 차례 의과대학 설립을 건의했었고,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가 “목포대에 의과대학을 개설하고 대학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 코로나19 등 전염병 대비, 목포대 의대 유치 절실=코로나19 사태로 목포대 의대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은 타 지역 대비 순식간에 전염되는 감염병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코로나19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에는 감염병 전문의가 목포 한국병원, 순천 성가롤로병원에 한 명씩 2명에 불과하며, 국가지정 감염병 입원 치료 병원인 국립목포병원은 치료 병상만 10개 있을 뿐 감염병 전문의가 없는 등 열악한 의료 현실이다. 더욱 응급환자 중증환자의 경우 광주에 있는 전남대·조선대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전남 열악한 의료 서비스 환경의 현주소다.

◆ 정원 확충만 하고 의대 신설 안 되면 노력 무효=목포대 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현재 의과대학설립 주체는 교육부, 의대 정원은 복지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국내 의대 입학정원은 2000년 3천273명에서 2006년 3천58명으로 줄어든 뒤 지금까지 동결된 상태다.

문제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대 신설이 아닌 전국 40개 의과대학 정원만 늘릴 경우 목포대 의대 유치는 물거품이 된다.

여기에 의대 신설로 확정되더라도 타 지자체간 경쟁도 넘어야 한다. 당정이 의료 인력 확충을 검토하자 전국에서 의대 유치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구가 많은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 부경대와 경남 창원대가 전담조직을 만들어 뛰고 있고, 포항시도 지역대학, 전문가들과 연계해 가세할 채비다. 울산시의 경우 의대 대학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남 창원시는 국내 인구 100만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며 의대 설립을 요구하고 있고, 포항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한 의과대학 설립을, 서울시는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선언한 상태다.

◆ 의대설립, 정치권 동서부 각개약진

김원이, ‘목포 의대 설립 필요성’ 국회토론회
서동용,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 1호 법안 발의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의과대 유치를 공약한 민주당 소속 동·서부지역 의원들이 의과대학 유치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각개약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서남권 김원이(목포) 의원이 목포대 의대 유치를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자, 동부권 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이 ‘1호 법안’으로 순천대 의대 설립과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원이 의원은 지난 6월4일 21대 국회 첫 법안으로 목포대 의대 유치 관련 법안인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6월22일에는 국회에서 ‘목포대 의대 설립 필요성과 추진 방안’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서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중심이 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목포 시민들에게 속 시원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발제자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남 지역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와 ‘시골의학’에 초점을 맞춘 지역거점 의과 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며 “목포 의과대학 설립은 전남도민들의 건강 향상과 의료 불평등 해소라는 측면과 함께 일자리 창출 및 인구 증가 등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목포대 의대 설립 당위성을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윤소하 전 의원은 “교육부가 ‘목대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2018년 예산에 반영해 보건사회연구원에서 타당성과 경제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목대 의대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도 지난 4월19일 목포MBC 일요포커스에 출연해 “목포대가 있는 무안과 대학부지를 보유한 목포시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11일에는 “지역의 열악한 감염병 대응체계를 개선하고 보건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거점 의과대학과 부속종합병원 신설을 시급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동부권 서동용 의원은 최근 ‘1호 법안’으로 순천대 의대 설립과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순천대 의대 설립은 지역의 숙원사업 이전에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동·서부권 모두에 의대 설립을 약속한 만큼 각 지역 기대감이 높아지는 걸 감안하면, 전남도의 선제적 지역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남지역 의대 유치는 체계적이고 총체적으로 접근해야지 않으면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와 같은 허탈감을 다시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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